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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청과 구청 등 공공기관 청사와 지하철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기로 했다.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자판기에는 ‘건강 위험성’을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되고, 탄산음료를 판매하지 않는 자판기에는 ‘건강자판기’ 스티커가 붙는다.
서울시는 대체 왜 이런 정책을 시행한다는 걸까?
김창보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9일 "탄산음료가 비만ㆍ당뇨ㆍ골다공증을 유발하는 등 시민 건강을 해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자판기 탄산음료 판매제한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중앙일보 10월19일)
김창보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탄산음료 섭취 비율이 높고 성인들의 만성질환 원인이 될 수 있어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공기관에서 탄산음료 접근을 제한했다"며 "앞으로 탄산음료를 메뉴로 제공하는 외식업체에서도 적극 동참해 공공과 민간이 하나돼 시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10월20일)
그러나 몇 가지 논란이 예상된다.
실효성 있나?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취지를 일단 인정하더라도, 이번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탄산음료가 공공기관의 자판기에서만 퇴출되는 것일 뿐, 구내매점이나 편의점 등에서의 판매까지 금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슈퍼나 편의점, 마트 등에서도 얼마든지 탄산음료를 구입할 수 있다. 결국 남는 건 정책의 실제 효과라기보다는, ‘서울시가 이런 정책을 (국내 최초로) 시행한다’는 상징 뿐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시청과 구청, 동사무소 등 서울시내 공공기관에 설치된 자판기 549대에 적용된다.
그 중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자판기는 58%인 320대다. 나머지 민간 위탁운영 자판기의 경우, 서울시는 재계약 시점부터 판매를 제한할 계획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설치된 자판기 434대에도 내년부터 이런 조치가 시행된다. 민간 운영사가 담당하는 9호선에 설치된 자판기 93대는 ‘권고’ 대상일 뿐, ‘강제’ 대상은 아니다.
선택권 침해 아닌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지만, 개인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앞서 미국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2013년, 미국 뉴욕시는 시내 극장과 극장, 공연장 등에서 16온스 이상의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준비했다. 그러나 시행 하루를 남겨두고 뉴욕주 대법원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건강 전도사’를 자처하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이에 반발해 항소했으나 항소법원과 대법원에서도 모두 같은 판결을 받았다. ‘법이 정한 권한을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근거가 부족한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 정책을 시행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산음료는 건강에 나쁘다’는 게 정설로 여겨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탄산음료가 건강에 얼마나 나쁜지, 과연 판매금지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지 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서울시가 외국 사례를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정책을 펼칠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제시한 근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4년 내놓은 ‘탄산음료의 과다섭취가 당 함량을 높여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 뿐이다. 특히 서울 시민이 다른 도시 시민보다 얼마나 탄산음료 섭취를 많이 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물처럼 탄산음료를 마시는 미국과 한국의 식생활 문화는 차이가 크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한겨레 10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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