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부터 7일까지 이태리 밀라노에서 개최된 밀라노 국제 핸드백(MIPEL),신발(MICAM) 및 모피(MIFUR) 박람회(이하 밀라노 패션박람회) 참관기를 두서없이 적어보겠다. 이번 박람회는 올 가을과 겨울을 타겟으로 다양한 칼라와 디자인의 샘플들이 선을 보이는 장으로 한 발 앞서 패션유행코드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박람회임에는 틀림없다.  참가업체의 대부분이 이태리 업체를 포함한 유럽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밀라노 패션 박람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밀라노가 프랑스 파리와 함께 패션의 본고장으로서 참신하고 기발한 디자인과 칼라는 물론 새로운 시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이곳에 소개된 디자인과 칼라가 전세계적인 패션코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2009 F/W 밀라노 패션 박람회의 특징을 살펴보기에 앞서 밀라노 패션 박람회의 전체적인 성격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가보자.
 



      

                                          전시장을 향해 가는 사람들                    

 
 
 첫째, 밀라노 패션 박람회에 참가하는 이태리 제조업체들은 박람회 기간에 바이어로부터 오더를 받아 오더를 받은 만큼만 생산한다. 철저히 현지 오더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전시장에서 주문을 하면 6개월 후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 제품을 출품한 모든 이태리 제조업체들은 전시장에서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은 후 이태리 내에서 소요되는 모든 원,부자재를 주문량에 맞는 수량만을 원부자재 업체에 오더를 해서 받은 후에 오더량만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제조업체는 재고리스크를 전혀 갖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샵을 가지고 있는 유통업체나 바이어가 전적으로 재고리스크를 갖고 수량과 오더를 컨트롤해야 한다. 또한 이태리 제조업체들의 생산활동은 4,5,6,7 월, 4개월 간 집중적으로 하고 8월 한 달간은 모두 쉰다.

         

                                                                      미퍼(MIFUR) 전시장

        

                                                                        미캄(MICAM) 전시장
 
        

                                      미펠(MIPEL) 전시장                    

 
 
 둘째, 이곳에 출품하는 업체들은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와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아닌 아직 명품브랜드로 인정받지 못한 소위 준명품 브랜드와 장인정신으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가업을 직접 생산, 직접 판매하는 이태리 제조업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춘 소규모 업체들이 주로 출품한다. 준명품 브랜드라고 해서 우습게 볼 게 아니라 부스 규모나 행사 내용 그리고 제품의 질과 바이어의 수를 보았을 때는 명품 브랜드 못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들은 전시회 기간 동안 전세계의 바이어를 초청하여 그들의 부스 안에서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패션쇼를 개최하곤 하는데 일반 방문객이나 초청받지 못한 바이어들의 출입은 엄격히 제한된다. 왜냐하면 입구에서 철저히 보안검색(?)을 하기 때문이다. 부스 안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명함을 제시해야 하고 그 명함을 살펴본 뒤에 입장이 결정된다. 본인 역시 몇 차례 부스 안에 들어가려고 시도하였으나 번번히 퇴짜(!?)를 맞곤 했다.
 
 
 

      

                                                 어느 전시업체에서 선보인 NEW COLLECTION 1
 
        

                                                      어느 전시업체에서 선보인 NEW COLLECTION
 
 
 
셋째, 핸드백(MIPEL), 신발(MICAM), 모피(MIFUR) 박람회가 2-3일 간격으로 개최된다. 패션의 3대 요소인 의류,신발,핸드백 박람회가 한 곳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됨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또한 크며, 이곳을 방문한 전세계 곳곳의 바이어들에겐 세계적 품질의 최고급 이태리 가방과 신발, 모피 의류를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주최 측에서는 4만 여명의 바이어와 20 여 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 등 그 경제적 효과 또한 어마어마하다.

 각각의 박람회 규모를 보면 신발(MICAM)이 제일 크다. MIFUR가 전시장 두 곳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MIPEL은 전시장 세 곳을 차지하고 있었던 반면에 MICAM은 전시장 여섯 곳에 수많은 신발 업체들이 저마다 새로 개발한 신발을 뽐내고 있었다.

                        새로운 형태의 부스 모습. 미펠에서는 이렇게 색다른 것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소득이다.
 
 
 
 MICAM,MIPEL,MIFUR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죽들—가장 흔한 소가죽에서부터 특수피인 악어가죽 및 모피까지— 과 천연가죽의 탄력과 질감을 업그레이드한 최첨단 과학기술이 첨가된 합성피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피혁들로 만들어진 핸드백,신발,모피 의류 전시회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번 미펠을 상징하는 포스터
 
 
 
그렇다면 2009 F/W 밀라노 전시회의 특징을 살펴보자.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발 전세계 경제위기가 이곳 밀라노 전시회 역시 가만두지 않은 것 같다. 작년에 비해 전시회 참가업체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특수피 핸드백의 경우, 작년에 12개 업체가 참가한 것에 비해 올해는 5개 업체만이 전시를 하였다. 이태리 악어백을 자랑하는 로미오 산타마리아(ROMEO SANTAMARIA)와 마우로 고베르나(MAURO GOVERNA) 같은 대표적인 악어백 업체들이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았고, 품질 및 규모 면에서 중소 규모의 몇몇 업체만이 참가하여 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면 뱀피(PYTHON)을 활용한 다양한 가방들이 많이 선을 보였다는 것이다. 칼라풀한 염색에서부터 PYTHON 천연의 아름다운 무늬를 살리면서 에나멜과 같은 광택과 질감을 살린 가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핸드백 업체들이 작년에 비해 부쩍 PYTHON 활용도가 높아졌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제조업체들이 악어가죽에 비해 훨씬 저렴한 뱀피를 사용하여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니섹스 라인의 핸드백이 다른 한 부류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남녀 모두 착용하여도 전혀 무리가 없는 세련된 디자인의 가방들로 많은 바이어들이 몰려 들었다. 또한 올 가을/겨울 유행 칼라는 바이올렛과 로얄 블루가 될 것 같다
 
 
 

      

                              전시장에서 바라본 밀라노 외곽 모습. 저 멀리 보이는 하얀 봉우리가 알프스 만년설이다.

        

                                                           밀라노의 상징 두오모(DUOMO) 성당                                       

       
 
                            루이비통의 NEW COLLECTION 1.
 

      

                                                   루이비통의 NEW COLLECTION 2
 

      

                                                루이비통의 NEW COLLECTION 3
 

      

                                               프라다의 올 봄과 여름, 분위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