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 최근 종영한 KBS 2 금토극 ‘최강 배달꾼’에서 주인공이자 떠돌이 배달부 최강수를 연기한 배우 고경표(27)는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코미디 SNL 시즌 1~3, 시트콤 ‘감자별 2013QR3’(2013~2014)에 출연할 때는 실제 개그맨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능청스럽다가도 ‘응답하라 1988’(2015~2016), ‘질투의 화신’(2016), ‘시카고 타자기’(2017) 등에서는 매 작품마다 완벽히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혹자는 ‘아직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끝을 가늠하기 힘든 ‘팔색조 매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행보가 가능한 이면에는 그만의 ‘오디션 및 미팅 합격 노하우’가 존재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고경표는 첫 주연작이었던 ‘최강 배달부’에 대해 “배우 스태프 등 현장의 합이 좋았다. 시청자들이 우리 작품을 봤다는 건 한시간을 공유한다는 의미인데 살면서 한시간의 좋은 추억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작품이 행복했고,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인복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듣고 싶었던 말은 “이전 작품이 떠오르지 않는다”였는데 그 목표는 이뤘다. “매 작품마다 캐릭터의 다양성을 가져가려 하는데, 고경표가 주인공 ‘최강수’로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 감사하고 뿌듯했다”는 고경표는 “나는 극중 내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다 다르다. 작품 시작 이전에 싱크로율이 없었더라도 끝나고 난 뒤 그 캐릭터에게 뭔가를 배운다. 이번 작품 최강수는 오지랖이 넓은 인물인데, 연기에 심취하다 보니 나도 촬영장에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됐다.(웃음)”

고경표는 차기 작품에 대해 “어떤 캐릭터를 만날 지 모르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즐겁게 임했으면 좋겠다. 시청자가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게끔 연기해내고 싶고, 주어진 캐릭터를 200%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고경표의 연기 롤모델은 영화 다크나이트(2008년)에서 조커로 신들린 연기를 선보였고, 매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에 몰입했던 배우 故 히스 레저. “나에 대한 불안감을 기대감으로 충족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 히스 레저를 보며 연기 공부를 했고, 내가 그에게 느낀 감동을 나로 하여금 느끼게 하고 싶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믿음이 가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기를 하기에 앞서 기회를 얻어야 하는데 감독 등 제작진에게 오디션 등의 자리에서 이전과 다른 캐릭터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어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원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오디션 및 미팅 노하우를 공개했다.

“미팅이나 오디션에 갈 때 그 캐릭터 분석을 끝마치고, 내 자신이 그 캐릭터가 돼 미팅 장소로 간다. 제작진에게 ‘원래 이런 애니까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일종의 속임수이긴 하다.(웃음) ‘질투의 화신’ 때는 재벌 3세 역을 하기 위해 정장을 입고 미팅 장소에 가서 재벌 3세 처럼 앉고, 행동하고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시카고 타자기’ 떄는 실제로 능청스러운 모습을 최대한 보이려 노력했다. 그랬더니 배역이 돌아왔다.”

이번 ‘최강배달꾼’부터는 오디션 없이 출연 제의를 받는 위치에 서게 된 고경표는 오디션이나 미팅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나 동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스스럼없이 전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실 배우에게 오디션 기회가 온다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워낙 경쟁이 심해서다. 나도 셀 수 없이 많이 떨어져봤다. 어릴 때는 ‘너같은 사람은 배우를 할 수 없다’, ‘나는 너 현장 경험 시켜주는 사람이 아니니 여기서 나가라’는 말도 들어봤다. 캐스팅이 됐다가 인지도가 없어 무마된 적도 있다”는 고경표는 “그런 시기에 포기하면 안된다. 나라는 사람을 찾아줄 시기가 분명 온다. 기회가 오기 전 본인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하루 한시간 이상 거울을 마주할 시간을 두고 연습해야 한다. 온전히 혼자 있을 때만 훈련이 가능하다. 나는 틈만 나면 핸드폰으로 녹음, 녹화를 한다”고 말했다.

고경표는 “매 작품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는데 나를 캐스팅한 분들도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하다.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분을 불안하게 한 것일 수 있는데, 작품을 마칠 때 그분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시켜 드렸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이제 조금씩 자신감이 생긴다. 들어오는 작품들을 보면 그간 하지 않은 캐릭터가 많다. ‘고경표는 이걸 어떻게 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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