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자욱한 연기, 피비린내 나는 그곳에 나는 앉아있었다.

칼페온과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곧 목숨마저 잃을거라 생각했던 순간,

나와 다른 모습을 가졌지만

다시 살아갈 힘을 준 내 스승님을 만났다.

스승께선 나의 눈을 보고 잔잔하고 평온하지만, 거대한 기운과 자질을 느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게 힘이 되어줄 테니, 먼 동방으로 함께 떠나자고 말씀해주셨다.

그곳에 남을 이유가 남지 않은 나는 그렇게 폐허가 된 고향을 떠나 스승을 따라나섰다.

낯선 땅에서 새롭게 시작한 삶은 순탄치 않았다.

동방 사람들은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내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오로지 스승님뿐이었으나

스승님은 내게 흥미가 없는 무술을 배우기만을 강요했다.

그렇게 무술을 단련하고 강해지는 만큼,

나를 보는 시선은 낯선 이방인에서 질투와 시기로 변해갔다.

점점 더 혼자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스승님은 나와 같은 금발에 푸른눈을 지닌 사내를 데려왔다.

동방에서 나와 같은 모습을 지닌 사람을 만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먼 이국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다는 놀라움과 약간의 호기심이 자리했던 내 머릿속은

어느샌가 그로 채워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내 모든것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전할 새도 없이 이별은 찾아왔다.

무신제를 제패하고 서련방의 일원이 되었던 그는, 아무말도 없이 서쪽으로 떠나버렸다.

그가 떠난 동방은 외로움이 가득했고, 나는 그를 그리며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리속을 가득 메운 나는, 그를 찾기 위해 서쪽으로 떠나기로 다짐했다.

스승님에게 단문의 편지만을 남긴 후 내가 태어났고, 슬픈 추억만이 남은 그곳.

무엇보다 그가 지금 있는 그곳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