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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암흑이 24시간 계속되는 북극의 겨울에 두 베테랑 탐험가가 북극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한편 뒤늦게 출발한 또 다른 탐험가는 시베리아 앞바다에서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앞으로 앞으로
2월 중순, 마이크 호른이 달빛과 헤드램프 불빛에 의지해 북극해의 총빙(부빙이 모여 얼어붙은 큰 얼음덩어리) 위를 횡단한다. 그와 뵈르게 오우슬란은 스키를 신고 한겨울에 북극을 정복하겠다는 일념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뒤를 따르던 탐험가 한 명은 계속 크기가 줄어드는 부빙 위에 발이 묶인 채 홀로 죽음과 사투를 벌였다
부빙 사이를 헤엄치기
물에 뜨는 방수복에 싸인 채 뵈르게가 부빙들 사이를 헤엄쳐 건너고 있다. 그는 이렇게 헤엄치는 수고를 계속 반복해야 했는데, 한 번 헤엄쳐 건너는 데 한 시간이나 걸리기도 했다. 영하 34℃의 바깥 공기보다 물 속이 훨씬 따뜻했다고 뵈르게는 말한다. “방수복 안에선 땀이 나고 있었어요.”
썰매를 끌어 올릴 곳이 없다
마이크가 식량과 장비를 잔뜩 실은 썰매를 끌고 이 부빙에서 저 부빙으로 물속을 헤엄쳐 가면서 썰매를 안전하게 얼음 위로 끌어올릴 곳을 찾고 있다. 뵈르게가 노르웨이의 전설에 착안해 발명한 방수복이 저체온증을 막아 주고 있다. 이 방수복이 없다면 몇 분 안에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마이크가 염증 감염으로 몸을 심하게 떨며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자 북극점 정복은 힘든 것처럼 보였다. 약을 워낙 싫어하는 마이크는 억지로 고단위 항생제를 먹고 회복되었다.
동상이 할퀸 자국
마이크의 코 끝이 동상에 걸렸다. 동상을 막아 보려고 그는 피부 위에 자신의 콧물을 매일 발랐다. 콧물이 얼면서 보호막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나중에 코의 상처는 아물었다.
텐트 속의 긴장
텐트 옆에 선 뵈르게의 헤드램프 불빛이 차디찬 어둠 속을 밝히고 있다. 텐트 안에 둘이 같이 있을 때는 종종 조용한 말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뵈르게는 마이크가 너무 빨리 걷는다며 불평했고 마이크는 뵈르게가 너무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북극 탐험은 바로 그의 삶이에요.” 마이크는 말한다. “난 배우기 위해 온 겁니다.”
배고픈 방문객
북극곰 암컷이 새끼들을 가까이 둔 채 마이크를 노려보고 있다. 북극곰은 골치 아픈 녀석들이다. 한 북극곰은 두 사람이 텐트 안에 있는 사이에 텐트를 찢고 텐트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 침입자는 식량을 물고 달아나다가 두 사람이 조명탄을 쏘자 겁을 먹고 식량을 떨어뜨려 놓고 갔다. 북극곰의 공격을 대비해 두 사람은 항상 44구경 매그넘 권총을 지니고 다녔다.
기나긴 밤이 끝나고 낮이 오다
몸을 얼얼하게 만드는 바람과 눈보라가 북극점을 향해 고난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마이크를 엄습해온다. 그와 뵈르게는 자신들의 용기를 시험하기 위해 북극점 트레킹의 시기를 밤이 계속되는 북극의 겨울로 잡았고 도중에 추가 보급을 받지 않기로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태생으로 스위스에 살고 있는 마이크는 눈의 쌓이는 모양만 보고도 방향을 판단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었다.
그저 감으로
마이크가 몇 발자국 앞도 잘 안 보이는 화이트아웃 속을 뚫으며 씩씩하게 전진한다.
“우리가 마치 장님이 된 것 같았어요.” 그때를 회상하며 뵈르게가 말한다. “그냥 감으로 걸어 나갔죠.
토머스의 악몽
단독으로 시베리아에서 캐나다까지 북극해를 횡단하겠다던 토머스 울리히의 꿈은 악천후와 불운으로 좌절되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3월 9일과 3월 10일 사이에 폭풍이 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얼음판은 조각조각 갈라졌고 식량 주머니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안전한 장소라곤 없었죠.” 토머스는 말한다. “모든 게 다 날아가 버렸어요.”
명상 시간
61일간의 초인적인 고행 끝에 뵈르게(왼쪽)와 마이크는 북극점에 도달했다. 북극의 겨울이 끝나고 마침내 태양이 수평선 위로 머리를 삐죽 내민 지 며칠이 지나서의 일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끝없는 시간 속에서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인간이 사는 목적은 무엇인가? 명상의 시간이었다고 마이크는 말한다. 북극점에서 뵈르게가 아내 벤체가 만들어 주었다는 초콜릿과 아몬드가 들어간 2.3kg짜리 크림 케이크를 꺼내는 바람에 그 명상은 깨지고 말았다. 항상 배가 고팠던 마이크는 너무 기뻤다고.
성공!
노르웨이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뵈르게(왼쪽)와 마이크가 북극점에서 서로 얼싸안고 있다. 이들은 가장 혹독한 계절에 북극해를 건너 북극점 정복의 꿈을 이뤘다.
힘겨운 출발 |
마이크와 뵈르게는 시베리아 근처에 있는 부빙을 탄 채 북극과 반대 방향인 남동쪽으로 사정없이 떠내려가면서 초조한 2주를 보내야 했다. 북극해를 건너 캐나다까지 가려던 또 다른 탐험가 토머스 울리히는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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