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이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동물들을 '살육'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BBC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24일 코펜하겐 동물원은 사육 중이던 사자 네 마리를 한꺼번에 죽였다. 늙은 사자 두 마리와 새끼 사자 두 마리를 안락사 등의 방식으로 도살했는데, 새로운 수사자 1마리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이유였다.

동물원 측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늙은 사자는 세대교체를 위해서 죽였고, 새끼 사자는 어차피 새 수사자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고 안락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2월 7일 코펜하겐 동물원의 어린 기린 '마리우스'가 안락사되기 이틀 전 모습이다.

사실 이 코펜하겐 동물원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동물원 측은 ‘마리우스’라는 이름의 18개월 된 어린 수컷 기린을 볼트 건(Bolt gun)으로 사살했다. 다른 암컷 기린들과의 근친교배를 막는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근친교배를 막기 위한 안락사는 그동안 공공연히 이뤄졌지만, 이 사건이 '공분'을 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어린이 등 관람객들이 보는 현장에서 기린의 사체를 해체해 사자의 먹잇감으로 던져줬기 때문이다. 아래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전 세계 네티즌과 동물 애호가들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2월 9일 코펜하겐 동물원의 어린 기린 '마리우스'를 안락사 시킨 뒤 사체 해체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다.

그러나 코펜하겐 동물원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멀쩡한 기린을 죽인 것도 모자라 사자 먹이로 던져주는 것까지 일반인에게 공개한 데 대해 동물원 관계자는 “기린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2월 9일 코펜하겐 동물원 관람객 앞에서 사살한 어린 기린 '마리우스'의 사체를 해체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지나치게 잔혹한 방법이라는 비난에, 코펜하겐 동물원은 안락사를 행하는 이유가 멸종위기종 보존과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코펜하겐 동물원의 안락사 조치는 유럽 전역의 345개 동물원이 소속된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의 지침을 따른 것이다. '살육'의 의도를 갖고 동물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다는 이유로 동물을 편의적으로 안락사하는 게 합당한 이유로 들리지는 않는다. 한국일보는 동물원의 안락사, 동물 보호 위한 조치라는데… 최선의 방법인가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들은 마리우스의 안락사가 최선의 방법인지 반문하고 있다. 마리우스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거나 다른 동물원에 이송할 수는 없었는지, 어쩔 수 없이 안락사하더라도 최소한 볼트 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 주사 등을 통해 고통만은 없앴어야 한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안락사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고 인간 편의적이며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일보 김현우 기자 2014.02.20

2월 9일 코펜하겐 동물원의 사자가 사살된 어린 기린 '마리우스'의 사체를 먹고 있다.

과연 동물원은 이런 비난을 귀기울여 들을까? 지난 2월 11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동물원 대변인 스텐백 브로(Stenbaek Bro)는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기린의 몸 구조를 이해할 기회를 어린이들에게 줬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같은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올바른 길로 갈수있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