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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갑작스러웠다.
씨월드 관람석은 만원이었다. 껑충 뛰었다가 배부터 떨어지며 관중들에게 물을 뿌리고, 트레이너들을 머리 위에 태우고 수조 안을 돌아다니고, ‘오오오’하는 감탄사와 카메라 셔터 소리를 한 몸에 받으며 물고기를 먹으려고 포즈를 취하는 범고래들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간직한 미국인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나도 언젠가 커서 저렇게 딱 붙는 방수복을 입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매일매일 커다란 범고래와 일하겠다는 꿈을 꾸며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자기가 담당하는 범고래에 의해 물 밑에 끌려들어간 조련사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돈 브랜쇼의 죽음은 2010년에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가 3년 뒤 다큐멘터리 ‘블랙피쉬’를 발표하고 나서야 우리는 어릴 적의 꿈들이 더럽혀진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영화는 테마 파크에서 사용하는 범고래들이 사는, 겉보기에는 아름다워 보이는 세계에 냉혹한 빛을 비춘다. 탱크는 감옥으로, 조련사는 고뇌에 찬 억류자로 변했다. 그리고 즐거워하던 관객들은 매서운 환경 보호 활동가로 변했다. 이른바 ‘블랙피쉬 효과’로 인해 씨월드의 수익은 무려 84% 감소했고, 관객 수는 급감했다.
그러나 ‘블랙피쉬’가 나온지 2년이 넘었는데도 씨월드는 스스로의 거대한 결점을 좀처럼 깨닫지 못하고 있다. 1억 달러를 들여 범고래들을 키울 새 탱크를 짓겠다는 약속에 자유 아니면 죽음이라는 활동가들은 즉시 강하게 반발했다. 캘리포니아 해안 위원회는 탱크 제작 계획은 승인했으나 사로잡은 범고래의 번식은 금지했기 때문에, 새 탱크 제작은 보류되었다.
그리고 11월 9일, 씨월드 샌디에이고는 마침내 그들의 상징이던 범고래 쇼를 2017년 안에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랙피쉬’가 나온지 4년 되는 시점이다.
“우린 고래들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씨월드 이사진의 말이다.
그러나 이 약속 또한 씨월드가 이미 옛 것이 된 비즈니스에 매달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점프하고, 물고기를 먹고, 트레이너를 태우고 다니는 쇼 대신 ‘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새로운 범고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이 보도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손님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손님들은 더 자연스러운 경험을 원한다.” CEO 조엘 맨비가 유니언-트리뷴에 한 말이다.
하지만 맨비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것은 아직도 자유가 아닌 인공 탱크를 의미하는 모양이다. 슬레이트는 새 쇼는 같은 공연장에서 진행될 것이며, 공연장을 개선하기 위한 지출은 ‘최소’일 거라고 한다. 고래들의 점프도 그대로 등장하겠지만, 묘기 같아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점프라고 한다. 그리고 올랜도와 샌안토니오에서는 범고래 쇼를 계속 할 예정이다.
씨월드는 수익성이 아주 좋은 여름의 수치가 반영된 3사분기 입장객과 수입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바뀌었다. 씨월드의 종말은 진작 찾아왔어야 했고, 범고래 입 위를 타고 달리는 걸 꿈꾸던 아이들은 이제 범고래들을 바다에서 보는 걸 훨씬 더 좋아한다.
범고래는 점프를 하긴 한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죽은 물고기를 주겠다고 하지 않아도 점프한다. 그러니 바다에 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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