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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들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 악어가 지배종이 되지 못한 이유가 무얼까?
2008년 여름 미국악어 한 마리가 플로리다 주의 비스케인 만을 떠났다. 그러고는 코럴게이블스 시의 호화주택가를 따라 이어지는 수로를 유유히 헤엄쳐 올라가 마이애미대학교 교정에 정착했다. 녀석은 오세올라 호수 둑에서 일광욕을 즐기다 거북을 잡아먹곤 했다. 교정에서 뻐드렁니가 난 악어를 마주친 학생들은 자신이 아열대 지역인 플로리다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곤 했다.
녀석은 이 학교에 나타난 최초의 악어는 아니었지만 가장 유명한 악어가 되었다. 사람들은 대학 총장인 도나 샬랄라의 이름을 따서 녀석을 ‘도나’로 부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컷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도나는 가끔 대학 구내술집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풀밭에 누워 햇볕을 쬐곤 했다. 야외테이블 몇 개를 옮겨야 했지만 더 이상의 말썽은 없었다.
나일악어가 노란 눈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녀석은 오랜 세월 진화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무시무시한 사냥꾼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악어류는 2억 4000만 년 넘게 지구의 육지와 깊은 물 사이의 중간지대인 습지를 지배해온 지옥의 포식자다. 그런데 서식지 감소로 많은 악어들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초기 악어의 선조인 데스마토수쿠스는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주의 저지대 범람원에 살았다. 녀석의 등에 있는 넓적한 뼈, 골판은 현생 악어류에도 있다
나일악어는 꼬리로 바닥을 쳐서 놀랄 만큼 높이 도약할 수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바줄레에서 찍은 사진(왼쪽 위)을 보라. 이 지역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악어를 숭배해왔다.
나일악어는 먹잇감의 뼈를 으스러뜨리는 억센 턱으로 유명하지만, 녀석의 강력한 다리도 먹잇감을 제압하는 데 한몫한다. 다리로 껑충 뛰어올라 다 자란 누를 순식간에 잡아챈다.
루이지애나 주민이 총으로 무장한 채, 닭을 미끼로 건 갈고리로 2.5m짜리 미국악어를 낚아 올리고 있다. “악어가 보이기 전까지는 통나무를 당기는 느낌이에요.” 사냥꾼은 말한다. “그러곤 전투가 시작되죠.” 주 당국에서는 매년 적정 개체수에 맞추어 야생 알리게이터 약 3만 4000마리, 농장에서 사육한 알리게이터 24만 마리를 죽인다. 지난해 이 지역은 악어 가죽과 고기로 6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렸다.
악어 세계
현재 지구에 사는 악어인 알리게이터 2종, 카이만 6종, 크로코다일 14종, 가비알 1종은 모두 적도를 중심으로 4200km 이내 지역에 분포한다. 과거 녀석들의 조상은 북극에서 남극까지 고루 분포했다. 미국악어와 나일악어처럼 번성 중인 종도 있지만, 많은 악어 종이 서식지에 사람들이 침범하는 바람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아프리카난쟁이악어(위) 등 일 부 종은 고기를 노린 사냥꾼에게 잡히기도 한다. 몇몇 종, 특히 가비알은 10년 내에 야생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멧돼지악어
몸길이 6m의 육식성 악어로, 공룡도 잡아먹었을 것이다. 주둥이 피부가 두텁고 단단해서 들이받을 수 있고, 세 쌍의 송곳니로 먹이를 얇게 잘라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안구가 앞쪽을 향하고 있어 공간 지각력이 좋아서 사냥에 도움이 되었으며, 턱 근육이 크고 잘 발달돼 물어뜯는 힘도 좋았을 것이다.
- [닉네임] : 규청이[레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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