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기술

(Noctilio leporinus, 주위에 검은 막을 두르고 찍음)

낚시박쥐는 초음파를 발사해 그 반향으로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반향정위’와 갈고리처럼 생긴 발톱으로 수면 위에 드러난 머리카락처럼 가는 지느러미를 감지해 물고기를 낚아챌 수 있다. 이는 경쟁상대인 다른 종의 박쥐들이 우글거리는 숲에서 유용한 기술이다.

높이 날기

Artibeus jamaicensis(과일박쥐)

파나마의 바로콜로라도 섬 근처 40m 높이의 무화과나무 위에 있는 박쥐를 적외선 촬영했더니 유령처럼 나왔다. 이 과식성 박쥐는 열대 과일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사진에 찍힌 박쥐는 임신한 것이 분명해, 수컷 한 마리와 함께 사는 암컷 여섯 마리 중 하나임을 암시한다. 녀석은 새끼를 한 마리만 베고 있을 것이다.

수퍼 발톱

낚시박쥐는 갈고리 같은 발톱으로 수면을 가르며 먹잇감을 낚아챌 수 있다.

완벽한 장소

파나마 운하지대의 가툰 호 안에 있는 바로콜로라도 섬. 1920년대부터 보호를 받아온 1500ha 면적의 이 저지대 열대림은 풍부한 먹이와 서식 환경을 갖추고 있어 74종이 넘는 박쥐들의 천국이다.

낚시하는 박쥐

Noctilio leporinus(낚시박쥐)

어둠이 내린 후, 속이 빈 나무 둥지를 빠져 나온 낚시박쥐가 저녁거리를 낚기 위해 근처 호수로 향한다. 낚시는 극소수의 박쥐 종만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 박쥐는 반향정위 기능을 이용해 수면 근처 작은 물고기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낸 다음, 갈고리 같은 발톱을 사용해 먹이를 낚아챈다. 어떤 녀석은 비행 중에 먹이를 먹어 치우지만, 어떤 녀석은 근처 보금자리에 있는 새끼들에게 갖다 준다. 낚시박쥐는 하룻밤에 물고기 12마리를 먹어 치울 수 있다.

자세히 보기

세르지오 에스트라다-비에가스는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소속의 엘리자베스 캘코와 공동 작업으로 파나마 운하의 작은 섬들에 사는 박쥐들을 연구하고 있다. 캘코는 이렇게 말한다. “이곳 박쥐들은 이곳 환경에 맞게 잘 진화했지만, 새로운 곳에 가서 살게 되더라도 역시 잘 적응할 겁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성공 비결이죠.”

길 떠날 채비

박쥐 연구원인 세르지오 에스트라다-비에가스가 작은 과일박쥐를 꽉, 하지만 부드럽게 붙잡고 녀석을 풀어주기 전에 설탕즙을 먹이고 있다.

특화된 각각의 종

(Trachops cirrhosus, 주위에 검은 막을 두르고 찍음) 바로콜로라도 섬의 박쥐들은 종분화를 통해 번성한다. 개구리잡이박쥐는 식사 때가 되면 꽃은 본체만체하고 짝을 부르는 개구리의 울음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심지어 울음소리만 가지고 독을 가진 종인지 먹을 수 있는 종인지 구별하기도 한다. 이들은 개구리를 덮쳐 잘 발달된 송곳니로 낚아채며, 밤새 10마리도 넘게 먹을 수 있다. (일부 개구리는 박쥐의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울음소리를 바꾸기도 했다.)

빨판의 실체

Thyroptera tricolor(스픽스흡반박쥐), 임시 울에서 촬영함.

스픽스흡반박쥐는 몸무게 전체를 지탱할 수 있는 강력한 빨판을 가지고 있다. 엄지손가락과 발목에 있는 오목한 접시처럼 생긴 빨판 덕분에, 이 박쥐는 매끄러운 나뭇잎과 다른 박쥐들은 붙어 있을 수 없는 유리면 안쪽 같은 미끈미끈한 표면에 올라가거나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다. 이 박쥐는 잠잘 때 거꾸로 매달리지 않고 머리를 위로 해서 잔다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꽉 쥐기

(Thyroptera tricolor)

스픽스흡반박쥐들은 엄지손가락과 발목에 빨판 같은 것이 붙어 있어 둥글게 말린 매끄러운 잎 안쪽을 은신처 삼아 달라붙어 있거나 그 안팎으로 드나들 수 있다.

새 이웃

(Lophostoma silvicolum)

흰목둥근귀박쥐는 나무 속 흰개미들의 집 속에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그럼으로써 활동적인 개미 군집에서 온기를 얻을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박쥐와 곤충이 서로 화학물질을 분비해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흰개미들이 이 불청객들을 공격하지 않고 벽을 만들어 차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난 꽃이 제일 좋아

(긴혀박쥐속, 주위에 검은 막을 두르고 찍음) 긴혀박쥐는 꿀로 가득 찬 화려한 꽃들을 찾아다니며 밤새 수백 송이의 꽃에 얼굴을 묻고 꿀을 핥아먹으면서 꽃들의 가루받이를 돕는다.

침묵의 소리

울름대학교의 박쥐 연구원이자 바로콜로라도 섬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의 과학자인 엘리자베스 캘코가 하늘 높이 나는 박쥐들의 반향정위 신호를 녹음하고 있다. 그녀는 나중에 이 녹음된 초음파 신호를 자신이 손수 만든 박쥐 신호 자료와 비교분석해 어둠 속에서 휙 날아간 박쥐종을 구별할 수 있다. 그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섬의 박쥐종 목록을 현재의 74종까지 늘려놓았다. 캘코는 15년 이상 박쥐들의 복잡한 생태학적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그렇게 많은 종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아직도 신기할 뿐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계속 연구 중에 있습니다.”

나이스샷

(Noctilio leporinus) 낚시박쥐가 가툰 호에서 물고기를 낚는 데 성공하는 장면이 카메라의 스트로보 조명에 포착됐다. 물고기를 먹고사는 녀석들의 습성은 원래 곤충을 먹고살던 박쥐들이 우연히 물고기를 잡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수가 습성이 되고, 이렇게 새롭게 분화된 또 다른 박쥐종이 파나마의 밤하늘을 날아다니게 되었다.

한 입거리 이상 되는 먹이

(Artibeus lituratus, 주위에 검은 막을 두르고 찍음) 큰과일박쥐가 잘 익은 무화과 열매를 꽉 깨물고 있다. 과일을 먹는 박쥐들은 배설물을 통해 씨앗을 퍼뜨려 숲 빈터에 다시 나무가 자라게 하고, 상업적 가치를 가진 과실의 종자를 뿌려준다. 식물과 박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진화해왔다. 예컨대 일부 무화과들은 일제히 여물면서 먼 곳의 박쥐들을 유인하는 강한 향기를 발산한다. 박쥐는 대개 새보다 멀리까지 씨앗을 퍼뜨린다.

코의 역할

(Carollia castanea)

밤나무짧은꼬리박쥐는 반향정위 초음파의 방향을 조절하는 코 위의 ‘비엽(콧주름)’과 예민한 후각을 이용해 숲 하층에 자라는 고추나무의 위치를 알아낸다.

최후의 순간

Trachops cirrhosus bat(개구리잡이박쥐), 임시 울에서 촬영함.

개구리잡이박쥐는 낯에 빛을 보지 못한다. 입술에 술 장식이 달린 이 박쥐는 개구리를 급습해 강한 송곳니로 먹이를 잡아챈다. 귀가 머리보다 더 길며, 이것은 이 박쥐가 어떻게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알아듣고 개구리를 찾아낼 수 있으며, 심지어 독을 가진 개구리와 먹을 수 있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완벽한 장소

파나마 운하지대의 가툰 호에 둘러싸여 있는 배로콜로라도 섬의 저지대 열대림은 풍부한 먹이와 서식 환경을 갖추고 있어 74종이 넘는 박쥐들의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