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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겨울엔 냉면~~"하연옥"
상세 내용 작성일 : 15-11-27 16:46 조회수 : 187 추천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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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팔도의 착한 식당을 소개하는 《식당의 발견》 시리즈 그 두 번째 편(사진 한상무, 글 원성윤)이다. 제주도의 식당을 소개한 전편에 이어 통영, 진주, 남해, 사천의 식당을 찾았다. 굵직굵직한 관광도시에 밀려, 평범한 시, 군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하나 하나가 전통과 역사가 깃든 유서 깊은 지역이다. 조선 해군의 중심 도시이자, 충무공의 넋이 깃든 통영. 경남 행정의 중심지이자 교육, 교통의 요지인 진주. 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남해. 그리고 우리에게 삼천포로 더 잘 알려진 사천까지. 『식당의 발견: 통영, 진주, 남해, 사천 편』에서는 해당 지역의 대표 식자재를 다루는 식당들을 소개한다. 책 '식당의 발견'에 소개된 17곳의 식당 가운데 8곳을 선정,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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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냉면을 떠올릴 때 흔히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떠올리게 된다. 북한에서 출간된 '조선의 민속전통(1994)’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랭면 가운데서 제일로 일러주는 것이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었다." ‘

진주냉면? 진주에 냉면이 있다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진주냉면은 진주 교방문화와 함께 꽃을 틔운 음식이다. 진주의 양반들이 기생들과 술판을 벌인 뒤 입가심으로 먹던 고급음식이었다. 갖은 해물로 육수를 내고, 전복과 해삼 등을 고명으로 올렸다. 정운서 사장은 “기생들이 야식으로 먹어 예전에는 배달도 했다”며 “서민들은 비싸서 사 먹지 못하던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연옥’은 진주냉면의 원류를 계승하는 집이다. ‘하연옥’은 하거옹 사장(당시 24세)과 부인 황덕이 (당시 17세) 씨가 1945년 부산식육식당을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하 사장은 고아로 자라며 진주 중앙시장의 진주냉면 식당을 전전하며 냉면기술을 배웠다. 이후 부산냉면, 진주냉면 등으로 상호를 바꾸다 2011년 하 사장의 딸 하연옥 씨의 이름을 딴 지금의 하연옥으로 이름을 바꿨다. 2대에 걸쳐 내려온 ‘하연옥’은 이제 3대로 전승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해물육수로 우려낸 진주냉면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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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육수의 재료를 보고 싶다고 하자 정 사장은 “여기서 먼 데 괜찮겠어요?”라고 물었다. 진주시 외곽으로 이전한 하연옥에서도 차로 24km를 달렸다. 구불구불한 산골길을 달려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했다.

하연옥의 비밀, 경남 산청의 창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는 김치 저장고, 냉면 육수 저장고, 비빔냉면 저장고, 온면 저장고 등을 비롯해 배, 조선간장 등 냉면에 쓰이는 재료들이 보관돼 있다. 이처럼 한적한 곳에 창고를 따로 둔 건, 해물육수를 끓일 때 나는 냄새가 꽤 고약해서다. 인근 주민들에 폐를 끼칠 수 없어 이곳으로 왔다.

차에서 내린 그는 0℃의 저장고로 안내했다. 건새우, 붉은 새우, 황태머리, 디포리, 멸치, 바지락, 다시마 등 재료들은 모두 상태가 좋아 보였다. 이 재료들을 큰 통에 넣어 2박 3일 동안 끓이고 15일간 저온 숙성의 과정을 거친다. 이전엔 넣었던 홍합과 문어는 빼고 배합을 달리했다. 온면 육수 역시 해물재료는 똑같이 들어가지만, 배합이 다소 다르다. 염도가 얕아 냉면 육수와는 달리 -7℃ 저장고에 보관한다.

이 모든 배합의 비밀은 정 사장 혼자만 안다. 하연옥의 비밀은 하연옥 씨도 모른다. 이를 알려달라며 3년을 쫓아다닌 사람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달궈진 쇠막대기를 이용해 육수의 잡내를 없애는 방식도 지금은 하지 않는다. 한때 유명했던 이 방식 대신, 육수를 숙성시키는 등의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하연옥’의 창고는 거대했다. 정 사장이 직접 지게차를 이용해 육수 재료를 옮겼다. 가을철, 배 수확 때는 배 500상자가 저장고 벽면을 가득채운다고 한다. 냉면의 또 다른 재료 중 하나인 면발 역시 부단히 개발했다. 현재는 제주 메밀과 고구마전분을 적절히 배합한 뒤 밀가루를 섞는 4:4:2 비율로 만든다. 예전에는 산청에 나는 장밀을 썼으나, 안타깝게도 문을 닫았다.

그는 음식의 신화에 대해 극히 배격한다. '메밀 100% 국수’ 같은 문구는 “다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옛날에 못 먹고 살 때 그렇게 했지 메밀 100%는 더 맛이 없어요. 국수는 식감이 중요해요. 목 넘김이 후루룩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건 ‘툭' 하고 끊긴단 말이에요. 목젖에 와닿는 감촉을 즐겨야죠. 턱도 아닌 소리를 그렇게들 해요. 냉면에 팥을 넣는다고 하질 않나. 요즘 TV 프로그램을 보면 엉터리 얘기가 너무 많아요.”

숱한 음식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거절한 건, 하연옥의 냉면이 그렇게 비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연옥의 1년 방문객 숫자는 자그마치 100만 명이다. 성수기 하루 평균 방문자 숫자는 1만 명, 그중에 하연옥 냉면을 먹고 가는 손님은 3천 명.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는 손님만 6~7천 명이다. “이 숫자를 말하면 사람들이 믿을까요?”

정 사장은 식품 관련학을 전공하는 딸이나 사위가 ‘하연옥'을 물려받길 원한다. “자식들이 물려받으면 좋고, 안 받으면 조카라도 줘야죠. 일본은 미꾸라지 요리로 400년을 가고, 두부를 가지고 700년을 가는데 우리나라는 100년을 넘어가는 식당이 없어요. 동경대를 나와서 문방구를 물려받는 일본을 보세요. 사회적 신분보다 가업을 물려받는 자부심 같은 게 우리나라도 필요하죠.”

"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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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서 사장은 두려움이 없다.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1945년, 장인 하거옹 사장이 차린 ‘부산식육식당'이 2015년의 ‘하연옥’으로 모습으로 거듭나는 데까지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가 진화시킨 덕택이었다. ‘부산식육식당’은 곰탕, 갈비탕, 수육 등 식당 이름에 걸맞게 돼지와 소에 관련한 것들을 모조리 팔았다. 사위인 그가 집안에 들어서면서 식당의 변화가 시작됐다.

본래 정 사장은 서울에서 헤어 디자이너를 했다. 강원도 횡성 출신인 그는 서울에 올라와 조수부터 시작해 열심히 꿈을 키워나갔다. 당시로써는 앞선 기술인 샤기컷도 했다. 어느 날, 명동에서 남자 디자이너가 여자 원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일대에서 남자 디자이너 퇴출운동이 시작됐다. 그는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한 지인은 연고도 없는 경남 진주의 한 미용실을 소개했다. 운명처럼, 그는 이곳에서 지금의 아내, 하연옥 씨를 만나게 된다. 하씨의 언니가 하는 미용실에 취업한 것이다. 29살에 하연옥 씨를 만난 그는 34살, 결혼에 골인한다. 헤어 디자이너는 그만뒀다. ‘부산식육식당’을 본격적으로 꾸리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걸 바꾸기 시작했다. 30개나 되는 메뉴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12개만 남겼다. 상호도 ‘부산냉면’(1995)으로 바꿨다. 처가의 반대가 극심했다. 굴하지 않았다. 장사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교수가 냉면을 맛보고 말했다. “해물로 육수를 내고, 육전을 올리는 이 방식이 바로 ‘진주냉면’입니다” 진주식 냉면인지도 모르고 팔고 있었던 그는 ‘아차’ 싶었다. 상호는 다시 ‘진주냉면’(2005)으로 바뀌었다. 또 적중했다. 서부시장에서 ‘진주냉면’은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급기야 ‘진주냉면’ 상호를 달고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광범위해진 상호 탓에 ‘진주냉면’은 상표등록을 허가받지 못했다.

2011년, 정 사장은 여기서 또 결단을 내린다. 이름을 바꾸기로 한 것. “진주냉면이라는 이름으로는 도저히 차별화를 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의 ‘우래옥’ 같은 이름을 생각하다 부인 이름을 따와서 ‘하연옥’이라 짓게 됐죠.” 이처럼 거침없는 정 사장의 행보는 성공에 대한 자기 확신에서 나온다. 비판에 굴하지 않는다. “연세 드신 분들께 욕 많이 먹었어요. 육수 배합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30% 정도 손님이 떨어져 나갔죠. 대신 젊은 손님들이 그 자리를 메웠어요. 우리 가게를 보시면 40대 이하 손님들이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냉면집에 20대 젊은 손님이 많은 건 드물죠.”

‘진주냉면’의 전통을 잇고 있지만,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진주냉면’을 계속해서 창조해냈다. 그는 “변하지 않는 전통은 퇴락하게 돼 있다”며 “궁중음식은 역사 속에 보존하고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기 중 가장 앞섰던 헤어디자이너 일을 그만둘 때도, 가게 상호를 수차례 바꿀 때도, 냉면 육수 배합을 계속해서 변화를 줄 때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저는 정주영 회장의 ‘해봤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일단 부딪혀봐서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안 된다’하는 소리를 제일 듣기 싫어합니다. 일에 미치든 맛에 미치든, 미치지 않으면 발전이 없어요.”

자꾸만 생각나는 하연옥의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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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맛이 아니다’ ‘육수 맛이 이상해졌다’ 취재를 망설일 정도로 ‘하연옥’에 대한 악평이 넘쳤다. “웃고 넘기죠. 경쟁 업체에서 올리는 것도 있고,. 그런데 보세요. 맛이 없다면 하연옥에서 하루 3천 그릇씩 냉면을 팔 수 있겠어요?”

그랬다. 촬영팀이 방문한 평일 오전에도 본관은 물론 별관까지도 손님이 가득찼다. 서울로 체인점을 내자는 문의도 숱하게 들어왔다. “서울에 있는 분들이 진주까지 와서 맛보고 가야, 진주의 명물로 남지 않겠어요?” 현재 하연옥은 사천과 진주까지 합쳐 모두 3곳이 전부다. 우리는 냉면과 육전을 시켰다. 돼지수육을 넣은 평양냉면과 달리 쇠고기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힌 쇠고기 육전, 달걀 지단, 오이 등 아홉가지 고명이 화려함을 뽐낸다. 들이키면 들일 킬수록 끝맛은 해물맛이 차고 올라온다.

정 사장은 “해물에 있는 핵산이 감칠맛이 더하고, 이것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육전에도 해물육수가 들어가 감칠맛을 더한다. 냉면에 싸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진주냉면을 표방하는 가게들의 육전이 마지막 1%를 따라잡지 못하는 건, 바로 육수를 흉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맛있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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