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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드립(자유)] 학원이라고 써붙여 놓고 공부라고는 전혀 안 가르쳤던 이상한 선생 썰
상세 내용 작성일 : 15-07-24 17:50 조회수 : 530 추천수 : 0

본문

2000년대 중반, 논술 붐으로 사교육 장사가 한창 성행하던 때
동네 상점가의 변두리에 있는 3층 건물에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런 특이한 것도 없는 자그마한 학원 하나가 있었음.

기억에 의하면, 거기는 ㅡ 출신 대학 마크를 정면에 달고 종합 보습 + 논술학원이라는 (지금 생각해도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고 있었는데
양친도 양친이지만, 일가 친척 중에 석사, 박사 등 유독 고학력이 많았던 엄마의 고집으로
S대 학부 출신에 유학까지 다녀온 약력으로 선전을 하던 그 학원에 나는 크게 고민하지도 않고 그냥 무턱대고 맡겨졌음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그 학원의 교과 과정이란 게
예의 모의고사 해설을 하거나 하는 걸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자율 학습이라고, 어떤 과목이든 모르는 게 있으면 아무 때나 와서 물어보고 [학원장이자 주로 숙사 내의 한 명뿐인 강사의 휴대폰 어드레스는 24시간 오픈] 나머지는 집에서 자습하라는 방침.


반대로, 학원 나가기 시작한 다음 날부터 영어로 난생 처음 읽어보는 그리스 비극 강독을 시키고 (물론 클래스 별로 수준 차이는 있었지만)
어떤 때는 토론식 수업이랍시고 학원생들끼리 알아서 떠들게 만들어 놓고서 1시간에 50분은 팔짱 끼고 교실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고,
기존에 있었던 인디 가수의 MV 연출을 기획해 오라는 과제를 내거나,
ㅡ 독일 가곡에 [피아노 반주로] 한국어 가사를 새로 붙여 보라고 시킨다거나, 그게 아니면 또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악에서 특정 악장을 테마로 단편소설을 쓰게 한다거나 하는.
(게다가 또 월마다 한 번씩 미대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후배를 불러서 중고생을 상대로 미술사 강의을 시킨 적도 있었고)

언제는 20년대 무성 영화를 보여주고 영화 평론을 써오라고 하질 않았나,
그리고 방학 때는 꼭 반드시 직접 쓴 대본으로 애들과 함께 연기를 시키면서, ㅡ 자기는 옆에 선 채 강의실 한 쪽 편에 놓여진 키보드로 SE와 [사운드] 모티프를 연주하는 식으로,
또 연말엔 학원제라고 원생들 친인척/관계자 대상으로 동네 교회를 빌려서 아마추어 연극을 상연하려다 최종적으로는 간신히 무산되기도 했던 적이 있는 둥.

한 번은 저녁 타임에 반 잔 정도 반주를 걸치고 ㅡ 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예대 입시생들도 아닌데 ㅡ 단지 기분에 올라서 한국의 건축물 사생 수업을 기획한다는 걸
고교 동창으로 학원의 실무를 맡았던 실장이 때려 말리다시피 해서 없었던 일로 되기도.

학원 내에 [선택 사항으로] 불어 초-중급 과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결과적으로 꼴랑 세 명 데리고 1년 정도 클래스를 운영하다가 더 이상의 호응이 없어서 폐쇄;; (사업적인 안목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인 듯)

(하더라도 가끔씩 이름 값을 한다는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이
이러나저러나 가르치는 건 꽤 잘 하는 편이었다고 생각함)


그런데 그 이상한 교사는 몇 년 있다가 대학 시절의 연줄로 충무로에서 시나리오 라이터로 업종 전직 하겠다고 학원을 매수하고 업계를 떠나서
나중에 들어온 후임 점주에 의해서 결국 평범한 학원이 됐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 학원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멤버는 그런 수업이 또 취향에 맞는 패들이라서
학부형들 사이에서의 평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학생들 사이에서 지지도 썩 높았던 걸로 기억함
나의 경우에도 평소에라면 전혀 해보지 않았던 걸 하니까 그만두기 전까지는 나름 재미있어 하면서 계속 다녔고.

그래도 내가 그 학원을 그만둔 뒤에, (극단적인 경우) 논술만으로 대학에 간 친구도 나온 걸 보면 ㅡ (국어나 어학 성적도 나름대로 꽤 오른 편이었고) ㅡ
뭐 그 수업도 의미가 아주 없었던 것만은 아닌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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