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폭동이 일어났었습니다.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소년 2명이 경찰차의 추격에 놀라 무작정 달아나다가 변전소에서 감전사한 것을 계기로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3주 동안 4천 명 이상이 체포되고, 차량은 9천 대 가까이 불에 탔는데요, 이 사건 이후 10년간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서경채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2005년 10월 27일 촉발된 이 폭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소년들의 죽음이었지만, 핵심 원인은 이민자들이 겪는 가난과 차별이었습니다.

소년들이 살던 파리 북동부 외곽의 클리시 수부아라는 작은 도시는 북아프리카나 사하라사막 주변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민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소년의 사망을 매개로 폭발한 거였는데요, 이후 프랑스 정부는 잘못을 시정하겠다며 파리 교외 지역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10년 동안 우리 돈 60조 원을 퍼부어서 프랑스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한 겁니다.

덕분에 집과 도로가 깔끔해지고 도시 인프라가 좋아지긴 했는데요, 하지만 상당히 변화한 겉모습과 달리 속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교외 지역 소득과 청년 실업률은 나라 평균의 두 배로 안 좋은 가운데, 오히려 폭동 이후 교외 지역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만 고착되는 낙인효과만 강해져서 마약 거래가 성행하고 범죄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 위기로 정부 예산이 줄어들어서 이들을 돌보는 사회적 기능마저 위축되고 있습니다.

우파 사르코지 정부가 이민자 문제를 방치했다면 좌파 올랑드 정부는 달콤한 약속만 앞섰을 뿐 실천한 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교외 지역은 프랑스 문화가 아닌 이슬람 문화가 채우고 있습니다. 사회 통합의 실패가 아닌 사회 통합의 거부를 보여주며 테러의 위험성만 키우고 있는데요, 지나고 보니 정부가 지어준 주택은 겉만 번지르르할 뿐 이민자들의 울분을 치유해주지는 못하는 모래성에 불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