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대그룹들이 학력, 학점, 전공, 영어 점수, 대외 활동 등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고 채용하는 '탈(脫)스펙' 채용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대졸 공채 제도 변화에 맞춰 취업준비생들의 취업 준비 전략도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지원자들의 학점과 영어 점수, 대외 활동에 대해 탈스펙에 나서는 것은 여기에 지나친 거품이 끼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학점은 인플레이션이 돼 있고, 영어능력평가 점수가 높아도 실제 외국어 소통이 되는 것과는 별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외 활동과 봉사활동 등의 경력도 지원자 특성을 나타내기보다는 돈 주고 경험을 나열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게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의견이다.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21개 그룹의 올해 대졸 공채 제도를 분석한 결과 삼성 현대차 SK LG 등 20개 그룹은 지원 서류에 학점·어학 성적·자격증·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등의 항목을 삭제하거나 간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에서 학교와 전공 등의 신상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아예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한 곳도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10개 그룹에 달했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학점 제한(4.5 만점에 3.0 이상)을 폐지했다. 면접관 앞에서 주어진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발표하게 하는 창의성 면접도 올해 하반기부터 도입됐다.

삼성은 이미 1994년부터 '열린 채용'을 표방하며 지원 서류에 사진 주민번호 가족관계 등의 개인정보 기입란을 삭제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서류에 사진, 가족 정보, 해외 경험 등의 기입란을 삭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동아리, 봉사, 학회 활동 기입란을 없앴다. 올 하반기부터는 1차 면접 복장을 자율화했고, 서울 양재동 본사에 채용 전용 면접장인 H-스퀘어(H-Square)를 마련해 매월 직무상담회와 상시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주요 21개 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KT 두산 신세계 CJ LS 대림 현대 효성 대우건설 에쓰오일 동국제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