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가 보편화된 시대라고 하지만 집을 꾸미기 힘들고 이사 비용이 많이 들어 임대에서 자가로 갈아타는 실수요자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올 한 해 주택시장은 저금리 여파로 전세물량이 줄고 전세금이 집값의 80~90%까지 육박하면서 주택 매매거래는 연말까지 12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의 매매전환이 많았기 때문에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은 대내외 다양한 변수로 불안한 모습이다. 내부 요인은 대출규제와 공급과잉 우려다. 외부 요인은 미국 금리 인상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내년 2월 수도권부터 대출규제가 시작되고 5월 지방까지 확대된 후 7월 정부가 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다시 옥죌 경우 주택시장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공산이 크다. 반대로 대출규제 여파가 미미하고 LTV·DTI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내년 주택시장도 순항할 수 있다.

이처럼 내년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수가 많다. 그만큼 내 집 마련을 준비하거나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혼란기에 내 집 마련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전셋집은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오피스텔·상가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천현숙 국토연구원 박사와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박사,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박사 등 여성 부동산 전문가 3인방으로부터 깊이 있는 얘기를 들어봤다.

세 사람은 내년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내다봤다. 하지만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일각의 견해에는 동조하지 않았다.

최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급등·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변수는 많지만 집값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장기적으로 그래프가 완만하게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세 사람은 적어도 실수요자라면 주택 구매를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는 조언이다. 다만 대출 이자나 원리금 상환 능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내년 주택시장 트렌드 중에서는 '주거비 절감'이 눈에 들어왔다. 월세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는 데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동시에 관리비 비리가 없으면서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아파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각 건설사들이 LED 조명,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갖추며 관리비 절약형 단지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주택 시장 결산부터 해보자.

▷천현숙 박사〓부동산 지표를 보면 최고 상태다. 미분양도 작년 말에 4만가구 정도였는데 올해 10월 말까지 3만200가구에 그친다. 가격 측면에서도 3.3% 정도 올랐다. (매매) 거래는 110만건 이상이다. 이상적인 가격 상승률과 거래량을 기록했다.

▷김덕례 박사〓다시 수도권이 전국 시장 가격을 견인한 한 해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시장은 기로에 서 있다. 김포·용인 등에서 미분양이 많이 나오고 있다. 주택금융 정책에 따라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허윤경 박사〓저금리에 의한 유동성 장세가 올해 시장을 견인했다고 본다. 여기에 실수요자가 가세한 셈이다. 주택 재고는 안정적이고 신규 분양 시장은 가수요가 있어 전매권 거래 등 과열 양상이 있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서울이 내년까지 시장을 계속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강남 재건축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은데.

▷허 박사〓재정비 사업장 분양가는 2008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2013년과 올해 가격을 비교해보면 거의 같다. 4분기 들어서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떨어졌다. 기존 주택 대비 분양가가 높지 않다 보니 1000만~2000만원가량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라고 본다.

▷김 박사〓분양가 고공 행진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국한된 제한적 현상이다. 일부 강북 재개발은 높은 분양가에 미분양 우려가 더해져 분양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분양권 거래도 굉장히 활발했는데.

▷천 박사〓총거래 중 분양권 거래 비중이 높았던 곳이 대구와 울산이다. 가격이 침체하거나 하락하는 시기에는 분양권 거래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허 박사〓올해 신규 분양 시장에서 분양권 전매 거래가 많았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높지 않았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계속 올라 분양권 전매가 활발했다.

▷김 박사〓분양권 거래 비중은 보통 총 주택 거래의 16% 수준인데 지난해부터 24~25%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방에서 분양권 거래가 많았다. 워낙 손바뀜이 잦아 최종 소유자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단타성 거래는 우려된다.

―집은 언제 사면 좋을까.

▷김 박사〓내년에 주택을 구입할 생각이 있다면 빨리 움직이는 게 낫다. 하반기에 금리가 올라갈 수 있고 LTV·DTI 규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실수요자라면 지금이 내 집 마련 적기다.

▷허 박사〓실수요자라면 전세금 상승 부담을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느냐에 따라 주택 구입 시기는 바뀔 수 있다. 실수요라면 금융 조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때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게 좋다. 투자 수요는 시기를 보면서 관망해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서울은 항상 수요가 받쳐주고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을 사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천 박사〓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는 보통 9~12개월 시차를 두고 금리가 올라간다.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이 내년(수도권 2월·지방 5월)에 시행되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집을 사야 하나.

▷천 박사〓자기 생활권(자치구 정도)을 고려해 사야 한다. 내 집에 대한 걱정 없이 사는 것이 중요하다.

▷김 박사〓엄마의 시각으로 보면 아이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아빠와 다르다. 오르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내가 편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순위를 꼽는다면 첫째가 교통망이고, 둘째는 커뮤니티 시설, 셋째는 아파트 규모다.

▷허 박사〓가격이 모든 것을 반영하기 때문에 비싼 곳이 조건이 좋을 수밖에 없다. 맞벌이 부부는 직주근접이 중요하다. 외벌이라면 엄마가 아이를 돌보기 좋은 환경을 잘 갖춘 곳을 골라야 한다.

―전세난이 내년에도 심할까? 전셋집은 어디서 구하나.

▷김 박사〓내년에 전세는 전반적으로 7% 오를 전망이다. 전세금 상승은 짝수해·홀수해 문제가 아니다. 저금리 영향이 크다.

▷천 박사〓전세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년 계약 시행 이후 1989~1995년 사이 6년을 보니 짝수해 상승률이 높았지만 그 이후로는 유의미성을 찾기 어렵다.

▷허 박사〓위례·동탄2·김포·용인·안양 등 입주 물량이 많은 곳에서 전셋집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오피스텔·상가는 리스크가 큰 만큼 역세권에 투자해야

―오피스텔도 공급과잉? 수익형 부동산 전망은.

▷김 박사〓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은 큰 차이는 없는데 합치면 공급이 매우 많은 상황이다. 어떤 사람이 6억원 하는 집을 갖고 있는데 도시형생활주택을 1억원에 사서 투자할 경우 '1가구 2주택자'라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된다. 저금리에 베이붐 세대 은퇴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 어느 정도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허 박사〓지표상 수익률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지역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주거용보다 수익형은 리스크가 크다. 입지로 볼 때 주거용은 강남 불패라 하지만 수익형은 역세권 투자를 권하고 싶다.

―대구 주택 시장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김 박사〓대구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한국감정원 가격지수를 보면 전국 매매가가 2003년부터 40% 올랐는데 대구도 딱 그 정도 올랐다. 추가 상승 압력이 약하다.

▷허 박사〓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소득 통계를 보면 대구 부자들은 수성구에 다 몰려 있어 신규 주택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주택 시장 전망은.

▷허 박사〓'불안한 호황' '호황의 두 얼굴'로 정의한다. 숫자로는 분명히 상승세지만 리스크는 하반기로 갈수록 확대될 것 같다. 청약 경쟁률은 높지만 미분양은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김 박사〓내년 3분기가 변곡점이다. 기로에 선 주택 시장, 주택·금융 등 정책이 가장 큰 변수다.

―내년 주택 시장 트렌드는.

▷천 박사〓아파트 전세난으로 탈아파트 현상, 탈서울 현상이 트렌드가 될 것이다. 부대시설 다양화는 바람직한 추세다.

▷허 박사〓소형은 월세화가 가능해서 소형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서울도 아닌 동탄2신도시 59㎡형은 수요 기반이 부족해 보인다. 내년은 리스크가 확대되는 시장이라 주거비(관리비) 절감도 화두가 될 것이다.

▷김 박사〓자기만의 공간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내 집 꾸미기' 열풍이 이어질 것이다. 경제력 있는 계층에서는 세컨드하우스 개념의 '멀티 해비테이션'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