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경쟁은 디자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삼성은 TV가 꺼 있을 때도 심미적 아름다움을 주도록 외부에서 단 하나의 나사도 보이지 않게 한 '360 디자인'을 적용했다.

LG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LG시그니처 올레드TV도 화면 이외에 부수적인 요소들이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을 간결하게 했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도 몰입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인터넷 시대를 겨냥한 기능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SUHD TV 전 라인업에 사물인터넷(IoT) 허브 기술을 넣었다. TV와 스피커, 조명이 연결돼 있을 때 TV에서 '영화 모드'를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스피커 볼륨이 커진다. 외부 CCTV와 연결되면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을 TV 화면으로 볼 수 있다.

LG는 TV 운영체제(OS)를 '웹OS 3.0'으로 업그레이드해 보고 싶은 장면이나 글씨 등을 제품에 따라 최대 5배까지 키워주는 '매직 줌' 기능을 탑재했다.

김현석 사장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찾아 어떻게 하면 TV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TV 개발의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초(超)프리미엄 가전통합 브랜드 시그니처를 선보인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승권 사장은 "제품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올해 CES 특징은…패션·금융사 가세 '영역파괴 바람'

6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이 파괴적 혁신의 장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 경쟁 구도 자체를 바꿔 놨던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또 다른 방식의 영역 파괴가 벌어지고 있다. 업종은 물론 기존 생산자와 소비자 관념까지 모두 바꿔 놓을 태세다.

패션업체까지 참여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혁신 경쟁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삼성물산이 웨어러블 플랫폼 브랜드인 '더휴먼핏'을 통해 8개 제품을 전시한다. 스마트벨트, 스마트슈트 등을 통해 입는 IT 제품을 대거 선보인다. 금융과 IT 간 융합 시도도 벌어진다. KB금융그룹에서 직접 라스베이거스를 견학하며 핀테크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을 예정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자동차와 IT업체 간 융합과 경쟁 구조다. 워낙 경영 환경과 기술 발전이 빨라 기업들이 아군과 적군을 뚜렷이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흐름을 정확히 읽는 하나의 기업만 살아남는 경쟁 구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일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만난 외신기자들 관심은 온통 스마트카로 쏠렸다. 특히 이날 공개한 패러데이퓨처의 전기자동차 콘셉트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창업한 지 1년 만에 전기차 강자인 테슬라에 도전장을 낸 패러데이퓨처는 시속 200마일을 뛰어넘는 초고속차를 선보였다.

엔비디아는 이날 라스베이거스 포시즌 호텔에서 CES 2016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율운전차에 내장되는 인공지능 기반 슈퍼컴퓨터(드라이브 PX2)를 공개해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엔비디아는 PC와 모바일용 그래픽칩 제조업체로 유명했지만 지난해부터 자동차용 칩 시장에 뛰어든 후 올해는 글로벌 정보기술 업체 흐름에 맞게 '자율운전차'와 '인공지능'으로 회사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간담회 무대에 올라 "인공지능 기술은 자율운전 주행을 구현하는 데 핵심 기술"이라며 "앞으로 딥 러닝과 슈퍼컴퓨터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이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운전차 청사진을 그려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초당 최대 8조번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운전자 돌발 행동이나 운행 중인 차의 예상치 못한 방향을 인지하고 실제 주행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