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맞이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새 해를 맞은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기준금리가 1%대로 사상 최저인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이 지난해 말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도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공급 과잉과 대출 규제, 미국 금리인상 등 악재 일색이다. 예금은 이자가 쥐꼬리만하고 주식·펀드는 손실이 두렵고, 부동산이 유망 투자처였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한마디로 돈을 어디에 어떻게 굴려야 할 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문제가 복잡할 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해결책을 찾아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재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재테크의 첫걸음은 절세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엔 투자전략을 수익률보다 절세로 잡는 것이 현명하다고 제안한다.

‘세테크’의 위력은 연금저축, 주택청약종합저축 등 대표적인 절세 금융상품의 사례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연금저축의 경우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경우 연간 400만원 한도로 납입액의 16.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총급여가 5500만원 이상일 경우 공제혜택이 다소 줄어드는데, 낸 금액의 13.2%까지 세액공제 받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후 수익률이 중요한데, 연금저축은 절세 효과만으로 납입과 동시에 두 자리 수 수익률을 보장받는 셈이다.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배당주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이 7%대였고, 해외주식 펀드 중 가장 성과가 좋았다는 일본 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0.6%였다. 연금저축의 경우 절세 효과만으로 배당주펀드의 2배, 일본 펀드의 1.5배 수준의 실질 수익률을 올리게 해 주는 셈이다. 한도가 적은 게 단점이었지만 지난해 부터는 개인용 퇴직연금( IRP) 공제 한도 300만원이 추가되면서 세액공제 한도가 700만원으로 늘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도 절세 효과가 크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가구 근로자들은 연간 600만원까지 한도에서 납입금액의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절세에 대한 관심은 부유층일 수록 더 크다.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는 “수퍼리치들의 투자는 철저히 세후 수익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한다. 박 상무는 “예금금리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는 보수적인 고객의 경우 외화채권을 매입하고 선물환으로 환리스크를 헤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물환 차익 부분에 대해 비과세되기 때문에 환위험을 없애면서도 원화 환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물가 연동 국채도 2014년 5월 이전 발행 물량의 경우 물가상승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도 주목해야 한다. 개인자산종합계좌(ISA) 도입 등 절세 포인트가 여럿이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올 3월부터 도입되는 ISA다. 연간 2000만원 한도로 투자가 가능하고, 계좌에 각종 금융 상품을 담고 만기에 전체 수익을 계산해 그중 200만원(총급여 5000만원 또는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자는 25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 기존에는 개별상품에서 발생하는 손익에 대해서 각각 과세가 이루어졌으나 ISA에 담겨진 상품에서 발생한 손익은 합산이 가능하므로 손실보전효과가 있다. 200만원 초과분도 9% 세율로 분리과세가 적용돼 수익이 늘어날수록 절세 효과가 커진다.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도 있다. 해외 주식을 60% 이상 담고 있는 해외 펀드에 대해 가입일로부터 10년간 매매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3000만원 한도로 올해와 내년에만 한시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센터 PB부장은 “ISA와 더불어 대표 절세상품으로 재테크 입문자들에게 꼭 추천하는 상품이 바로 해외 주식형 펀드”라며 “환율과 투자 대상 국가의 경제상황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게 부담이지만 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면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배당기업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특례도 활용할 만 하다. 2015년 개정 세법 사항이지만 실제 적용은 올해부터다. 시장평균 대비 배당성향·배당수익률이 120% 이상 이고 총배당금 증가율이 10% 이상인 상장사 주식 또는 시장평균 대비 배당성향·배당수익률이50% 이상 이고 총배당금 증가율이 50%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 대해 배당수익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고, 종합과세 대상자는 25% 선택적 분리과세를 허용한다.

지난해 일몰 예정이었으나 혜택이 연장된 조합 등 출자금과 예탁금에 대한 과세특례에도 주목할만 하다. 조합 예탁금에 대해서는 3000만원 한도로 2018년까지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하고, 출자금(1인당 1000만원 한도)에 따른 배당소득에도 2018년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확대에 따른 후속 조치도 중요하다. 올해 4월부터 지분율 2% 이상 또는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코스닥은 지분율 4% 이상 또는 시가총액 40억원 이상)이었던 대주주 범위가 지분율 1% 이상 또는 시가총액 25억원 이상(코스닥은 지분율 2% 이상 또는 시가총액 2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므로, 기존에 대주주에 해당되지 않았던 투자자들도 변경되는 대주주 요건을 확인해 예상치 못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세법개정안에는 부동산 관련 절세 포인트도 담겨 있다. 주택이 없는 자녀가 10년 이상 부모와 함께 살았던 집을 상속받는 경우 5억원 한도 내에서 공제율이 40%에서 80%로 크게 오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 기존에는 기본세율을 적용하되 최대 30%에 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중과세율(기본세율+10%)을 적용하는 대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매일경제는 증권 금융 부동산 전문가들을 통해 세법 개정안 활용 방안 등 각 분야별 절세 전략과 관련 상품들을 살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