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KIA에 입단한 필은 그 해 타율 0.309/112안타/19홈런/66타점/출루율 0.352/장타율 0.541를 기록했다. 144경기로 늘어난 2015시즌엔 타율 0.325/174안타/22홈런/101타점/출루율 0.372/장타율 0.517로 한층 나아진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필은 장타력 증가에 힘썼지만,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2016시즌 필의 최종 기록은 타율 0.313/156안타/20홈런/86타점/출루율 0.357/장타율 0.511였다. 오히려 2015시즌보다 더 안 좋은 성적을 거뒀던 필이었다.

 

세부 지표에서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필은 올 시즌 득점권 타율 0.285에 머물렀다. 이는 규정 타석을 채운 7명의 외국인 타자 중 최하위의 기록이다. 16개의 병살타도 올 시즌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필은 올 시즌 리그 1루수 중 가장 많은 실책(13개)을 범했다. 수비율(0.987) 역시 올 시즌 70경기 이상 출전 리그 1루수 중 최하위다.

 

당연히 올 시즌 필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수직 하락했다. 필의 올 시즌 WAR는 2.12로 2014시즌(2.37)과 2015시즌(2.44)에 비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올 시즌 정규 타석을 채운 7명의 외국인 타자 WAR 중에서 최하위의 주인공도 필이었다.

 

현장의 외국인 타자 교체 요청 "발 빠른 외야수로"

 

 

KIA 김기태 감독은 “외국인 타자 교체가 가능하다면 발이 빠른 선수로 구해주길 구단에 요청했다. 담장을 넘기는 장타력도 중요하지만, 외야수로서 발이 빠르고 중장거리포 느낌의 선수가 필요하다. 영입 명단에 올라간 외국인 타자 가운데 고심하고 있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필의 주 포지션인 1루수 자리에서 포지션 중복도 문제였다. KIA는 2017시즌 김주형을 풀타임 1루수로 기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동욱과 김주찬도 1루수 기용이 가능하다. 필이 만약 잔류한다면 1루수에서 비효율적인 흐름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우타 일색인 타선에 좌타 외국인 타자가 와준다면 더욱 금상첨화다.

 

KIA 박흥식 타격 코치는 “김주형과 서동욱 등을 고려한다면 1루수에서 포지션 중복 문제도 고민이었다. 중장거리포를 가진 외야수로 수비도 좋고, 발 빠른 외국인 타자를 원하고 있다. 좌타자 위주로 보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KIA 구단은 재계약 통보 하루를 남긴 시점에서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 했다. 3년간 KBO리그에서 꾸준한 기록을 세운 필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필의 교체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정통한 ‘my KBO’가 11월 24일 “KIA가 외야수 버나디나와 계약했다”라는 소식을 올렸기 때문이다.

 

KIA "버나디나 최종 후보 중 한 명"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참가한 버나디나는 호타준족의 좌타자 외야수다. KIA에서 구하고자 하는 외국인 타자 스타일과 부합하는 선수다. 최근 2년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선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5년엔 타율 0.276/15홈런/62타점/20도루/출루율 0.383/장타율 0.466를 기록했고, 2016년엔 타율 0.292/출루율 0.376/장타율 0.465/10홈런/55타점/20도루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필의 결별과 버나디나와의 계약이 모두 확정은 아니다. KIA 구단 관계자는 “버나디나와 아직 계약을 하지는 않았고 체크 선수 중에 1명인 것은 맞다”며 “일단은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라고 설명했다.

 

KIA는 11월 25일 오후 5시까지 필과의 재계약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냉정하게 본다면 필과의 재계약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새 외국인 타자와의 계약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구단은 고심을 거듭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외국인 계약이라는 게 마지막까지 변수가 많은 사안이다. 현 시점에서 필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KIA에 새 외국인 타자가 올지는 11월 25일 오후 안으로 결정된다. 만약 새 외국인 타자 구하기를 선택한다면 KIA는 필을 외국인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부메랑 효과를 염려한 발목 잡기가 아닌 그간 팀에 헌신한 필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