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되었는데, 최근 등장하는 많은 모바일 게임들 즉,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노출된 최신/인기 게임 콘텐츠들을 쭉 둘러보면 그렇게 필자의 이목을 끌만한 참신한 게임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차라리 좋은 평가를 받았던 콘솔 명작이 가끔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검증된 웰메이드 게임이기 때문에 그래픽 등의 요소가 최근 게임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여도 게임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몰입감만으로도 망설임 없이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하게 된다.

　발매되는 전체 게임 수를 생각해 보면 확연하게 차별화된 요소로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스마트폰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편이며, 그나마 필자의 기억에 가장 예술적으로 아름다웠던 작품을 꼽으라면 얼마 전에 리뷰를 했던 모뉴먼트 밸리를 꼽을 수 있다. 모뉴먼트 밸리의 경우 동화 같은 파스텔톤의 서정적인 그래픽과 아름다운 사운드를 기반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한편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 바 있다. 이렇게 모바일 게임, 혹은 인디 게임 시장에도 독창적인 콘셉트를 전달하는 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 리뷰에서 소개할 트랜지스터(Transistor) 역시 인상적인 비주얼과 높은 퀄리티의 OST를 자랑하는 멋진 분위기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배스천을 개발한 저력이 있는 슈퍼자이언트 게임즈.

　슈퍼자이언트 게임즈가 개발한 트랜지스터는 지난 2014년 5월 PC 및 PS4로 발매되어 많은 유저들의 호평을 받은 게임이다. 슈퍼자이언트 게임즈는 이미 많은 인기를 누린 액션 RPG 배스천(Bastion)을 개발한 이력이 있는 개발사로, 배스천을 개발할 당시에는 7명의 멤버였지만 이번 작품은 12명의 멤버가 참여해 제작했다고 한다. 쿼터뷰 형식의 액션 RPG인 트랜지스터는 디아블로 시리즈와 같은 형식의 게임을 무조건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느낌으로 쿼터뷰 형식 RPG의 게임성을 작품 안에서 잘 녹여낸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그래픽.

독특한 느낌의 색감으로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되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이 바로 그래픽이다. 개발사는 배스천을 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동화풍의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수 천장의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전체적인 그래픽을 구현하여 2D 방식이지만 마치 3D 같은 느낌의 비주얼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개발사의 노고가 있었기에 트랜지스터는 확실히 다른 게임들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비주얼을 보여준다. 높은 하드웨어 성능을 활용해서 압도적인 퀄리티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들도 적지 않지만, 이러한 슈퍼자이언트 게임즈 특유의 비주얼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쿼터뷰 형식의 액션 RPG 트랜지스터.

　기본적인 게임 스타일은 쿼터뷰 형식의 액션 RPG로, 정해진 맵 구역 내에서 적들과 인카운트하게 되면 전투가 시작되고 모든 적을 소멸하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일단 적과의 인카운트가 발생하면 해당 구역 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해당 구역 내에서 배치된 적을 모두 물리쳐야만 다음 구역으로의 이동 영역이 개방된다. 이렇게 전투가 시작되면 플레이어는 장착된 네 가지 스킬을 사용하여 전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게임의 묘미 중 하나가 바로 이 다양한 스킬을 조합해가며 전투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의 스킬 조합이 가능하다.	하나의 스킬 당 액티브, 패시브, 업그레이드 3개의 속성이 존재.

　스킬은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로 크게 구분되며, 각각의 스킬을 스킬 업그레이드 파츠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스킬 별로 조합되는 업그레이드 파츠 스킬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하나의 액티브 스킬 내에 두 개의 업그레이드 스킬을 장착할 수 있다. 단, 플레이 도중 레드의 생명 게이지가 모두 소모되면 자동적으로 장착한 스킬이 하나씩 비활성화되며, 장착한 액티브 스킬이 모두 비활성화되면 게임 오버가 된다.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리미터를 통해 보상을 강화하고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

　플레이어가 장착할 수 있는 스킬은 스킬 별로 표기된 메모리 사용량에 따라 장착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기에 다양한 기술을 장착하여 전략적인 플레이를 구사할 것인지 강력한 필수 스킬 몇 가지만 장착하고 강화하여 단조롭지만 안정적인 플레이를 구사할 것인지 플레이어가 판단하여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리미터라는 요소가 존재하는데 이 리미터 설정을 통해 경험치 획득율을 높이는 대신 더욱 높은 난이도로 플레이할 수 있다.

실시간 방식의 전투와 턴제 형식의 플래닝 모드가 존재.

　전투 시스템의 경우 기존 액션 RPG과는 다르게 실시간 전투와 턴제 형식의 전투가 섞인 두 가지 패턴으로 진행이 되는데, 실시간으로 장착해 놓은 스킬을 타이밍에 맞게 사용해가며 전투에 임할 수도 있고 턴제 방식처럼 플래닝 모드를 발동시킬 수도 있다.

　플래닝 모드를 발동시키게 되면 플레이어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정지 상태가 되며, 레드가 행동할 수 있는 폭을 제한하는 게이지가 주어지게 된다. 플래닝 모드가 발동된 시점 이후 모든 스킬 사용 및 이동은 해당 게이지 내에서만 가능하며, 플래닝 모드 발동 후에는 자동적으로 게이지가 충전되어 게이지가 가득 찬 시점에 다시 또 플래닝 모드를 발동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액션 RPG와는 다르게 전투 방식을 취사선택하여 원하는 스타일로 풀어갈 수 있는데 이는 마치 동적인 실시간 액션 요소와 정적인 시뮬레이션 느낌의 턴제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하이브리드형 구성으로 참신하게 다가온다.

클래우드뱅크의 디바였던 주인공 레드.

혁명 단체 카메라타의 주요 인물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레드의 복수가 시작된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클라우드뱅크에서 가장 유명한 여가수였던 주인공 레드는 어느 날 공연 후 카메라타라는 혁명 단체의 공격을 받게 되고, 이때 레드의 매니저이자 사랑하는 연인이 대신 희생당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연인의 죽음과 함께 남자의 영혼이 깃든 트랜지스터라는 무기를 얻게 되지만 레드는 연인을 잃은 충격으로 가수의 생명과도 다름없는 목소리를 잃게 된다. 레드는 이를 복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길을 카메라타에 맞서는 것이 트렌지스터의 이야기 전개이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트랜지스터에 깃든 영혼의 목소리가 계속적으로 주인공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며, OVC를 활용해 스토리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도 있다.

OST는 한 곡도 버릴 게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언제든지 허밍을 통해 레드의 흥얼거림을 들을 수 있다.

　개발사의 전작 배스천의 음악 디텍터를 맡았던 대런 코브(Darren Korb)가 이번 작품에서도 OST 작업을 맡았으며, 이번 작품 역시 앨범이 별도로 발매될 정도로 좋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배경과 어우러지는 BGM 및 각종 연출과 어우러지는 효과음은 게임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켜주면서 시청각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준다.

개발사가 공개한 트랜지스터의 공식 OST.	백도어 안에서 새로운 콤보 등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의 볼륨은 꽤 작은 편인데, 1회차 플레이를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7시간 정도로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게 클리어 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이며, 시빌(Sybil)을 물리친 이후에 풀리는 백도어와 같은 도전 모드를 통해 메인 스토리 진행에서는 알 수 없는 콤보 등과 같은 자세한 관련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볼륨을 확장하는 듯한 요소를 지니고 있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다회차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을 만큼 유저의 이목을 끌만한 특별한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짧은 볼륨의 콘텐츠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때 느껴지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비주얼과 이와 잘 어우러지는 음악은 트랜지스터만의 매력적인 요소라 할 수 있으며, 초반에는 실시간과 턴제가 혼합된 듯한 시스템과 다양한 스킬의 조합 등 참신한 느낌을 전달한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필수 스킬이 아니면 진행하기 어렵고 플래닝 모드 역시 사용 후 생기는 재충전 시간 사이에 공격을 할 수 없어 그리 많이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모바일 버전은 한글화 지원이 되지 않아 한글화 타이틀에 비해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지며, 최신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이폰6로 구동했음에도 화면 내에 적이 많은 상태에서 화려한 연출의 스킬을 난무하면 바로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최적화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중후반부에는 사용하는 스킬 및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진다.

　슈퍼자이언트 게임즈는 소규모 인디 게임사임에도 배스천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었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을 유지하면서 개발한 트랜지스터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름다운 음악과 애니메이션 같은 비주얼, 그리고 상당한 몰입감을 부여하는 스토리, 실시간과 턴제 개념의 두 가지 전투 시스템을 결합한 참신한 전투 시스템은 높게 살만한 부분이며, 앞으로 출시될 게임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다만, 10명 내외의 소규모의 인디 개발사에서 제작해서인지 기획은 훌륭하고 참신하지만 전체적인 콘텐츠 구성에 있어서 볼륨이나 밸런스, 레벨 디자인 등은 아직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하지만, 이미 두 편의 게임을 통해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저력은 입증이 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성장해가면서 개발 역량을 확장해 나간다면 앞으로도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한글화가 되지 않은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또 다른 신작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