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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배트맨 아캄 나이트 : 끝나지 않은 마무리 리뷰
상세 내용 작성일 : 15-08-12 21:23 조회수 : 507 추천수 : 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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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기대작에서 최악의 문제작으로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멀티 플랫폼 유저인 저는 본래 이 게임을 PC 버전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발매 연기, PC 버전과 Xbox ONE 버전의 한글 누락, 몇몇 제거된 그래픽 효과와 게임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 등, 하루 만에 쏟아진 갖가지 뉴스들 때문에 발매 전에 있었던 전범기 논란마저도 묻힐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검증된 게임성과 배트맨 특유의 세계관을 잘 살린 배트맨 : 아캄 트릴로지의 대미를 장식할 올해 최대의 기대작이었습니다.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신뢰를 쌓기는 쉽지 않지만, 공들여 쌓아온 신뢰를 무너트리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준 사례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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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 트릴로지의 전작들,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과 '배트맨 : 아캄 시티'.

 어쨌든 리뷰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PC 버전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저는 PS4 버전까지 같은 게임을 두 번이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PS4 버전만큼은 엔딩을 볼 때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사실 저 같은 멀티 플랫폼 유저에게는(특정 플랫폼만 보유하고 있는 유저 역시) 원하는 게임을 원하는 플랫폼으로 즐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특정 플랫폼 홀더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매된 '독점작'이 아닌 바에야 말이죠. 성능 등의 문제로 기종에 따라 그래픽 퀄리티 정도는 다르게 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게임을 플레이 가능한 상태로 완성 후 발매하는 것이 정당한 가치를 지불한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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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 때문에라도 PC 버전을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다('배트맨 : 아캄 오리진'의 한 장면).

 어쨌든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회차 100% 클리어를 마치고 2회차도 조금씩 진행해 나가면서 그런 생각은 많이 희석되었고, 본 리뷰를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게임 외적인 요인은 배제하고 오로지 게임성 그 자체만을 가지고 평가하고자 노력했음을 알리고 싶습니다. 일단 결과부터 말하자면, 배트맨 : 아캄 나이트는 분명 잘 만들어진 수작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잘 만들어진 게임의 후속작이 으레 그렇듯, 본 작품 또한 전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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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게임, '배트맨 : 아캄 나이트'.

 ■ 발전한 그래픽, 밀도 높은 세계관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리드 플랫폼의 변화에 따른 그래픽의 발전입니다. 후속작이 발매될 때마다 도시 단위로 무대를 넓혀왔던 배트맨 : 아캄 트릴로지 시리즈는 마지막 작품인 '배트맨 : 아캄 나이트'에서 드디어 고담시 전역을 배경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캄 트릴로지가 추구하는 오픈 월드는 GTA 같은 게임들과는 다소 지향성이 다릅니다. 플레이어인 배트맨 자신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지니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구현된 도시의 크기 자체가 그다지 넓은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트맨 : 아캄 트릴로지가 추구하는 오픈 월드는 소위 말하는 '밀도가 높은' 세계관을 뜻합니다. 맵 도처에 구현된 짜임새 있는 디테일과 특정 미션을 위한 지형지물, 그 밖에도 다양한 이스터 에그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DC 코믹스의 세계관 등, 본작의 오픈 월드는 자그마한 월드맵 속에 많은 것을 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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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작지만 알차게 구현된 고담시.

 어두침침한 고담의 밤을 배경으로 걸핏하면 폭우가 쏟아지는 음울한 분위기 역시 배트맨 세계관 특유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하이테크 병기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설정과는 역설되게도 건물 양식은 고딕적인 면이 있어서 '다크 나이트'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배트맨의 행보에 중세의 기사다운 느낌을 실어줍니다. 배트맨의 새로운 수트 역시 기존 배트맨의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잘 살렸으며, 본작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배트모빌은 전통적인 디자인에 육중한 전차의 느낌을 더하여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에 수트에 흐르는 빗물 등의 디테일한 묘사와 더불어 여러 인상적인 후처리 효과까지 적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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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은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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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트를 입고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사람을 패보자.

 이처럼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고담시를, 배트맨이 된 플레이어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가시거리도 꽤나 멀고 팝인 현상도 거의 없는 편이며, 한 화면에 수십 명의 불량배가 등장해도 안정적인 프레임을 유지합니다. 이는 배트모빌 전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대의 무인기가 적으로 등장해도 프레임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파괴 효과가 극심할 때만 가끔 프레임 드랍을 체감할 정도입니다. 30프레임 게임의 한계상 미세한 입력 지연이 느껴지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애초에 정교한 조작을 필요로 하는 게임은 아니기에 심각한 결점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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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거리가 꽤 멀다.

파괴 효과가 난무할 때만 약간의 프레임 드랍이 느껴진다.

 ■ 한층 강화된 영화적 연출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부터 브루스 웨인 역을 맡아온 케빈 콘로이가 본작에도 성우로 참여하여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성우들이 참여하여 배트맨 시리즈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했습니다. 배경 음악 또한 웅장함과 음울함을 동시에 갖춘 배트맨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에 어울립니다. 앞서 언급한 뛰어난 그래픽만큼이나 연출력도 일취월장하여 그래픽은 물론 사운드 양쪽 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이는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이나 배트맨 : 아캄 시티에 비해 가장 크게 발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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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한 그래픽과 성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뛰어난 연출력.

 ■ 강렬한 액션, 퇴보한 어드벤처

 그러나 발전한 그래픽과 연출력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과 레벨 디자인의 정교함은 전작보다 못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첫 작품이었던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의 경우 3D 메트로바니아스러운 게임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장비를 얻어 이전에 가보지 못한 지역을 개척하는 플레이 방식과 오픈 월드 게임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제한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샌드박스 맵 구성 등이 그러합니다. 후속작인 배트맨 : 아캄 시티의 경우엔 이러한 아캄 어사일럼의 게임성에 오픈 월드를 덧씌운 형태에 가깝습니다. 본작과 아캄 시티의 오픈 월드가 규모는 작지만 꽉 차 있고 밀도가 높은 것은, 샌드박스형 게임이었던 아캄 어사일럼의 게임성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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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바니아스러운 게임성은 본작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본작의 경우에는 배트맨 : 아캄 시티보다도 훨씬 더 오픈 월드 게임의 특성이 강해졌는데, 그 결과가 사실 완벽하게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선 전작들에 있었던 도구 사용과 퍼즐, 그리고 맵 탐색의 재미가 많이 줄었습니다. 배트맨 : 아캄 나이트에도 많은 퍼즐이 존재하고 특정 도구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는 지역도 여전하지만,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탐색을 요구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의 퍼즐들은 다소 뻔한 감이 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하이테크 도구는 이제 퍼즐보다는 전투에 훨씬 더 많이 쓰이며, 여러 위력적인 적들이 등장함에 따라 테크 트리도 확대되어서 전작들보다 많은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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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이제 퍼즐보다는 전투를 쉽게 풀어가기 위한 용도로 더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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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버그가 많다는 점도 아쉽다.

 부실한 서브 퀘스트의 퀄리티도 아쉽습니다. 상당수의 서브 퀘스트가 특정 지점을 찾아가 반복적인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전부이고, 배트맨 시리즈에서 나름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빌런들과의 싸움도 매우 소홀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잦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빌런들에게 적절한 분량을 할애했던 배트맨 : 아캄 시티와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개발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리들러는 본작에서도 맹렬하게 활약합니다. 전작에 비하면 트로피와 수수께끼의 개수가 줄기는 했지만, 진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모든 트로피를 모아야 하기 때문에 수집 요소에 관심 없는 사람에겐 오히려 더 짜증 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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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엔딩을 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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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뻘짓거리를 참고 견뎠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아마도 배트모빌의 존재일 것입니다. 게임의 무대가 고담시 전역으로 넓어지면서 등장한 배트모빌은 사실 '넓은 맵을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탈 것'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퍼즐을 풀기 위한 도구'이자 '전투 머신'의 의미가 더욱 큽니다. 실제로 전작인 배트맨 : 아캄 시티에서 증강현실 훈련을 통해 숱하게 연습한 '활공' 시스템은 본작에도 변함없이 등장합니다. 따라서 배트모빌을 타고 다니는 것보단 그냥 날아다니는 것이 훨씬 편하게 느껴집니다. 결국 탈것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잃은 배트모빌은 여러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사용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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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 날라야 할 승객들이 많다.

배트모빌로 푸는 수수께끼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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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배트윙 타고 올라와도 될 것 같은데…….

 사실 배트모빌의 경우엔 무조건 나쁘다고 평가하기엔 다소 망설여집니다. 조작감이 다소 가볍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직관적인 조작법과 호쾌한 타격감 덕분에 전차를 몰면서 치고받는 재미 자체는 꽤 준수한 편입니다. 그리고 앞서 본작의 퍼즐 수준이 전작들에 비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반면 배트모빌을 활용한 퍼즐들 중에는 그래도 인상적인 것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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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종횡무진 누비는 추격전.

전차전의 타격감은 꽤 준수한 편이다.

 그럼에도 배트모빌이 비판받는 이유는, 기존의 아캄 트릴로지에서 보여주었던 게임성과 이질적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플레이 타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트모빌 파트 덕분에 상대적으로 격투 파트와 탐정 파트, 그리고 은신 섬멸 파트의 비중은 줄었습니다. 심지어는 보스전마저도 배트모빌을 타고 진행됩니다. 때론 아케이드 게임 같았던, 때론 플랫포밍 게임 같았던, 때론 잠입 액션 게임 같았던 전작들의 개성적인 보스전은 본작에서는 죄다 사라졌고 오로지 배트모빌을 타고 진행되는 마초적인 전차 액션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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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보스전이 배트모빌을 탄 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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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조작감과 강제적인 시점 이동 때문에 가끔 짜증 날 때가 있다.

 게다가 배트모빌 전차전은 그다지 창의적인 플레이 감각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아캄 트릴로지의 격투 시스템은 다소 라이트한 면이 있긴 하지만,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한 적들이 등장함에 따라 적절한 도구와 콤보를 사용하는 순발력이 요구됩니다. 은신 섬멸 파트 역시, 잠입 액션 게임을 즐기는 감각으로 치고 빠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에 반하면 배트모빌 전투는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입니다. 적들의 종류와 사용 무기류도 다양하지 않고 탄환 궤도와 유도탄의 궤적까지 뻔히 보여줍니다. 상당수의 전투가 지역 이동 없이 공터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반복적인 디펜스의 느낌이 강하며, 후반부로 가면 무작정 많은 적들을 잔뜩 투입하는 식으로 난이도가 조절되어 있습니다. 코브라 전차전의 경우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겨운 진행 방식과 더불어 '어째서 코브라 전차와 일반 무인기를 동시에 운용하지 않는가?'라는 개연성에 대한 의문마저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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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으로 밀어붙이는 후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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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악은 역시 리들러 레이싱.

 많은 분량을 비판에 할애했지만, 이것이 본작이 재미없는 게임이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락스테디 스튜디오 본가의 작품답게 아캄 트릴로지 시리즈 특유의 게임성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적들의 공격 및 방어 패턴이 늘어남에 따라 배트맨 역시 한층 강화된 수트를 입고 등장하는데, 최대 5명의 적을 한꺼번에 섬멸할 수 있는 연속 테이크다운과 다양화된 도구의 활용 등 여러 액션이 추가되면서 한층 호쾌한 전투를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부 전투에서는 배트맨 시리즈의 익숙한 사이드킥과 합동 공격을 펼치는 새로운 액션 패턴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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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위협적으로 변한 적들.

한번에 5명까지 처리할 수 있는 연속 테이크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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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합성기로 적들을 골탕먹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결과적으로 전작들에 비해 액션성은 발전했지만, 어드벤처성은 다소 퇴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작들에서 호평 받은 보스전 등 일부 시스템은 아예 삭제되었고, 반면 추가된 요소인 배트모빌은 다소 미묘한 게임성을 보이면서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많은 부분에서 영화적인 연출과 강제적인 진행 파트가 도입되면서 능동적인 탐색을 중시하는 아캄 트릴로지 특유의 자유로운 게임성이 다소 퇴색된 감이 있습니다. 액션성과 어드벤처성, 어느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본작을 평가하는 시선 또한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돈된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던 전작들에 비하면 본작의 게임성은 다소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아캄 트릴로지 가운데 가장 못하다는 평가일 뿐이며, 배트맨 : 아캄 나이트라는 작품 하나만 두고 평가했을 때에는 충분히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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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모드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점이 아쉽다.

흥미로운 퍼즐은 그나마 리들러 미션과 수수께끼에 남은 것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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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쁜 놈들을 흠씬 두들겨주는 재미는 확실하다.

아래 항목은 배트맨 : 아캄 나이트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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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적의 귀환

 "You complete me(넌 날 완성시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이는 배트맨 시리즈물 전체에서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를 가장 완벽하게 함축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캄 트릴로지 세계관의 조커는 배트맨 : 아캄 시티에서 이미 죽음을 맞이했고, 조커의 시체를 태우면서 시작되는 본작의 스토리는 언뜻 보면 조커의 존재 자체를 배제하고 시작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커는 다시 한 번 이야기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조커는 배트맨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재등장은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죽어버린 조커를 다시 한 번 게임의 중심으로 옮겨온 스토리 라인은 다소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슈퍼 히어로물 세계관 내에서 앞뒤 정황을 세세하게 따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본작의 배트맨과 조커의 연결 고리는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느낌입니다. 어떻게든 조커를 게임에 등장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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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의 등장은 필연적인 것이었을까?

 다행히도 개연성의 문제를 빼놓고 보면, 본작의 스토리는 나름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발전한 그래픽과 영화적 연출에 힘입은 뛰어난 스토리 텔링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러 캐릭터들의 시점으로 상황을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다음에 이어질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킵니다. 여기에 배트맨의 역대 사이드킥이 총출동하면서 배트맨과 주변인들과의 관계 묘사와 배트맨 자신의 심리 묘사에도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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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역대 사이드킥들이 총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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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여자 안 막는 박쥐남.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커를 제외한 빌런들과의 관계 묘사는 많이 소홀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펭귄이나 투페이스 같은 빌런들은 거의 들러리 수준이고, 그나마 메인 빌런인 스케어크로우 정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본작의 오리지널 빌런인 아캄 나이트마저도 특정 구간을 넘어서면 그다지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채 결국 조커의 그림자에 파묻히고 맙니다. 아캄 나이트라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부족한 편이고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습니다. 당당히 게임의 제목으로 사용될 정도로 야심 차게 준비된 캐릭터이건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다소 허망하게 퇴장해버린 점은 분명 아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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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쯤 되는 빌런도 본작에선 쩌리일 뿐.

결국엔 리들러가 진 보스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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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이 약한 오리지날 빌런, 아캄 나이트.

 ■ 끝나지 않은 마무리

 발매와 동시에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리긴 했지만, 배트맨 : 아캄 나이트는 아캄 트릴로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결코 부족하지 않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층 강화된 그래픽과 연출력, 액션성 등 본작만의 강점도 있는 반면, 전작들보다 못한 부분도 있어서 만족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본래 샌드박스 게임으로 출범한 시리즈를 오픈 월드로 저변을 넓혀가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개발진의 마음이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작품성과는 별개로, 아직도 이 게임을 100% 온전한 상태로 즐기지 못하는 유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개발사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게임은 문화 콘텐츠이기에 앞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존재하는 상품입니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제 아무리 뛰어난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실제보다 저평가되기 쉽습니다. 아캄 트릴로지 이후 개발될 락스테디 스튜디오의 작품이 공정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유저들을 위한 완벽한 마무리가 하루빨리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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