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6월 4일 저녁 무렵 존 딜 영국 육군참모총장의 보좌관이었던 더들리 클라크 중령은 육군성에서 그의 숙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날 오후 2시23분 해군성이 알려온 다이나모 작전 종료 소식 때문이었다. 33만 명이 넘는 영국 해외파견군을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르크에서 철수시키는 이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전망은 암울하기만 했다.

　독일은 공격을 개시한 지 49일 만에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를 점령했다. 프랑스는 함락 직전에 있었으며 영국 해협과 마주하고 있는 유럽 본토의 항구들은 이미 적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다. 영국의 운명 역시 바람 앞의 등불인 셈이었다.

1942년 ‘채리엇 작전’ 성공, 깊은 인상 남겨

　클라크 중령은 반격할 수 있는 방도를 고심했다. 그리고 40여 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보어전투에서 보어인 특공대(Boer commandos)가 대규모 영국군을 어떻게 괴롭혔는지를 기억해 냈다. 그는 특공대로 돌파구를 찾자는 자신의 생각을 보고서로 작성해 윈스턴 처칠 총리에게 제출했다. 이른바 ‘코만도 계획’이었다. 이틀 후 딜 참모총장은 클라크 중령에게 계획안이 승인됐으니 빠른 시간 안에 영국 해협을 건너 기습작전을 벌일 수 있게 부대를 조직하라고 지시했다.

　첫 작전을 시행하기 전 부대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들이 오갔다. 육군성 내에서는 이미 그들을 특수임무대대(Special Service Battalion)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명칭이 악명 높았던 나치 친위대를 의미하는 SS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잊은 것인지 아니면 무시한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딜 참모총장은 새로운 부대를 ‘코만도’라고 명명했지만 1944년 말까지 코만도 부대는 특수임무(Special Service)라는 이름을 계속 갖고 있었다.

실전·퍼레이드에서 그 어떤 모자보다 선호

　코만도 부대는 영국을 위협하던 독일 해군 전함 티르피츠를 정비하던 프랑스 생나제르 항구의 노르망디 건선거를 파괴하는 ‘채리엇 작전’을 1942년 3월 성공시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장 무모하고도 위대한 타격작전’으로 불리는 이 작전이 성공하기 전 코만도 부대장병들은 부대를 상징하는 모자와 배지를 개별적으로 착용했다. 그러던 와중에 1942년 5월 당시 합동작전사령관이었던 루이스 마운트배튼 해군 제독이 전쟁성 차관에게 다음과 같은 공문을 보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특수임무여단 사령관이 그 여단만의 특별한 두건을 착용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 그래서 공수사단이 착용하는 밤색 베레(Maroon Beret)와 비슷한 그린 베레를 착용하는 것을 승인하며 장병들이 자신의 부대 배지를 달 수 있게 한다.

　3.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모자를 착용하고 싶어하는 모든 장병의 열망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그런 열망이 단결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4. 나는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 부관참모와 충분히 논의했다.

　이 새로운 베레는 1942년 10월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베레의 색상이 여성적이라는 의견이 있어서였다. 모든 장병이 베레를 착용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의지가 있다는 마운트배튼 제독의 언급은 사실과 괴리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코만도 부대의 활약이 커질수록 이런 느낌은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 해병 제40특공대 J. C. 비들 소령은 “그린 베레는 실용적이었고 부대원들이 그린 베레에서 느끼는 자부심은 색깔이 주는 편견을 압도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린 베레는 실전과 퍼레이드에서 자부심의 상징이 됐으며 그 어떤 부대의 모자보다 선호됐다. 오늘날까지도 영국 해병과 특공대가 이 초록색 베레를 착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그 자부심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해병대는 개병대라는데, 원참 이렇게 다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