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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의 INTERVIEW | 류승완 감독
나는 액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울퉁불퉁한 근육남들이 서로 피를 튀기며 싸우고, 자동차들이 제멋대로 날아가고 여기저기서 '우지끈' '쿵'하고 물건들이 부서지는 통에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귀가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의 액션 영화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장 긴박한 순간에 찰진 유머로 어퍼컷을 날리는 '웃음 유발 액션 감독'이자, 충무로의 '액션 키드'에서 이제는 독보적인 액션 스타일로 대한민국 영화계를 '씹어 먹는' 영화감독. 영화 <베테랑>으로 감독 데뷔 20년 만에 천만 관객 돌파, 한국 액션 영화 사상 첫 천만 관객 돌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류승완 감독이다.
하루 종일 일이 꼬여 허둥댔던 어느 날, <베테랑> 시사회에 초대되어 갔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류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갑의 극악무도한 횡포에 함께 화를 내고, 서도철을 비롯한 서민 영웅들의 활약에 박수 치며 함께 응원했던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을 터. 어쩌면 그때부터 <베테랑>의 천만 관객 돌파는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봉준호 감독님의 코멘트처럼 고결한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고요.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부=악'이고 '가난=선'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부자라고 해서 다 나쁜 사람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 착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부자와 빈자, 악과 선의 대결보다 인간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 서로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요. 개인이 자기의 역할만 제대로 해줘도 세상은 지금보다 좋아질 것 같다고 믿어요. 각자 있는 자리에서 할 일을 미루고 부, 권력, 명예만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사고, 재난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어요.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마지막 명동에서 서도철(황정민 분)과 조태오(유아인 분)가 싸우는 장면에서도, 시민들이 돕지 않고 카메라 들고 사진만 찍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시민들은 그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던 거죠. 객관적으로 볼 때 악당인 조태오가 도망갈 수 없도록 인간 장벽을 치고 있었으니까요. 감시자와 증인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고 그렇게 결국 조태오가 붙잡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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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서 자신을 '베테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아직도 대중 스타들을 보면 설레고 '골든벨 누나'와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신기하다고. 자신보다는 배우, 스텝들을 추켜세우고 완벽하고 화려한 액션보다는 조금 헐렁한 듯 허를 찌르는, 사람 냄새 나는 액션을 만들 줄 아는 감독. 류승완,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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