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 열고 황정민이 닫았다. 영화 '국제시장'(윤제균 감독, JK필름 제작)으로 생애 첫 천만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 해를 시작한 황정민은 영화 '히말라야'(윤제균 감독, JK필름 제작)의 흥행 돌풍으로 2015년을 마무리하게 됐다

올 초 '국제시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좌니, 우니, 때아닌 이념 논쟁까지 벌어지며 극장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국제시장'은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주연 황정민은 이 작품으로 배우 인생 처음으로 천만 배우 클럽에 가입했다. 늘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황정민이지만 유독 천만 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던 그. 20대부터 70대까지 반세기를 아우르는 연기로 '국제시장' 천만 흥행의 원동력이 됐다..

'국제시장'으로 겨울을 뜨겁게 달군 황정민은 여름 성수기,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으로 쌍천만 흥행을 이끌어냈다. '베테랑'은 '암살', '협녀', '미션 임파서블5'이 맞붙었던 치열한 여름 극장가에서 1300만 명이라는 관객 수를 달성하며 그야말로 여름을 '베테랑'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황정민이 '국제시장'에서는 특수분장도 뚫는 열연으로 관객들을 울렸다면, '베테랑'에서는 어깨에 힘 툭 뺀 연기로 스크린 안에서 한바탕 신명 나게 놀았다. 그는 본인 스스로도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이라고 밝힌 광역수사대 서도철이라는 옷을 입고 마치 춤을 추듯 리드미컬하게 캐릭터를 갖고 놀았다. 악역 조태오 역의 유아인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건, 그에게 탁구공처럼 액션과 리액션을 건넨 황정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국제시장'으로 물꼬를 트고 '베테랑'으로 정점을 찍은 황정민은 '히말라야'로 올 한해 유의미한 마침표를 찍는다. '히말라야'에서 실존 인물인 엄홍길 대장을 연기한 황정민은 한 배우의 얼굴이 하나의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러닝타임 내내 증명해 보인다.

영화는 해발 8700m에서 거친 숨을 내뿜는 황정민의 얼굴로 시작한다. 외형의 변화 없이 오로지 진정성 가득한 얼굴 하나로 관객을 설득시키는 그. 덕분에 관객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온 마음을 열고 영화를 마주하게 된다. '안 봐도 뻔한' 영화가 될 뻔한 '히말라야'가 무서운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건, 잔꾀 부리지 않는 황정민이 우직한 열연이 통한 셈.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배우가 흥행 신경 쓰다 보면 재미 없어요"라는 문장은 괜한 겸손을 위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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