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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빠생각’은 임시완의 첫 주연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지만 실제 휴머니즘으로 똘똘 뭉친 착한 사람들 사이에서 갈고리 역할을 맡은 이희준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이희준은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을 앵벌이로 내세워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인물이다. 그 역시 군인이었고 전쟁 때문에 손 대신 갈고리를 갖게 된 희생양이기도 하다.
가해자이면서도 동시에 피해자인 이희준은 절대 악이라기 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전쟁터에서 생존만이 살아가는 유일한 버팀목이 된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처럼 이희준은 착한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듯한 ‘오빠생각’에서 유일하게 현실을 각인해주는 역할이지만, 그의 이상할 정도로 세련된 패션이 영화를 휴머니즘이 아닌 판타지로 뒤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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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은 복고 코드에 항상 등장하는 페이즐리, 꽃 등 빈티지 패턴을 활용한 셔츠에 서스펜더스 팬츠나, 카키색 팬츠 등으로 언뜻 당시 시대적 배경을 재현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된 레트로 스타일로 다소 비현실적인 세련된 착장을 보여준다.
이뿐 아니라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부스스한 헤어와 얼룩덜룩 지저부한 피부마저 복고 코드를 완성하는 하나의 장치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이희준은 약간 비틀어진 미소만으로도 충분히 악인 포스를 풍긴다. 그러나 영화 속 갈고리는 악인이라기보다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막 주어 입은 것 같지 않은 철저하게 계산된 듯 보이는 패션이 영화의 현실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관객 각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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