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때부터 '리틀 쇼팽'으로 불리던 소년이 있었다. 2008년 최연소 참가자로 '제6회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 소년은, 피아노의 깊이 있는 소리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20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 최고 피아노 경연 대회인'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국민 피아니스트'로 우뚝 섰다. 조성진(23)은 2008년 소년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피아노 연주를 통해 곡의 기쁨과 행복, 슬픔과 감동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 바람대로 그는 지금 세계인들과 피아노로 소통하고 있다. 1일'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위해 한국을 찾은 조성진을 기자 간담회에서 만났다.

△"1년 만에 찾은 한국, 설레고 기뻐요."

"1년 만에 고국을 찾아 설레고 기쁩니다. 많은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고요."

말 그대로 '금의환향(출세를 해 고향에 돌아옴)'한 조성진은 간담회에서, "마이크 울렁증이 있어 무대에서 피아노 칠 때보다 더 긴장되고 떨린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담담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쇼팽 콩쿠르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유럽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서였다."면서도, "콩쿠르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인생의 목표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섯 살 때 처음 피아노를 배운 조성진은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고, 음악가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다. 음악가와 관련된 책을 틈틈이 읽고, 곡이 만들어진 배경 등을 꾸준히 공부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쇼팽 콩쿠르를 앞두고 자신만의 시각이 담긴 쇼팽을 연주하기 위해 곡 해석을 연구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숨겨진 일화를 털어놓았다.

△"롤모델 없다 …나만의 길 개척할 것"

"예전엔 많은 곡을 배우는 것이 좋아 보여 10년 안에 40곡이 넘는 협주곡을 마스터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이 있었어요.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만, 요즘은 한 곡을 오랫동안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성진은 "훌륭한 음악가는 관객들에게 귀하게 느껴지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음악가의 고뇌와 노력이 담긴 명곡을 대할 때는 매번 진지한 자세로 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래 친구들보다는 김선욱ㆍ손열음ㆍ임동혁 등 음악가들과 가까이 지낸다는 조성진은 "존경하며 닮고 싶은 음악가가 있느냐"는 질문에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를 존경하지만 롤모델은 없다. 저는 제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음악을 대할 때만큼은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곡가들은 엄청나게 고뇌한 뒤 걸작을 내놓잖아요. 연주자는 작곡가를 대신해 작품을 음악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자세를 가진 음악가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 같아요."

2일 내한 공연을 가진 조성진은 최근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5년 전속 레코딩 계약을 맺었다. 첫 앨범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