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랐다이거 원 술이라도 한잔 해야 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한회장님들뜬 목소리로 서인석이 말했다한세웅이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동양그룹 빌딩으로 들어선 한세웅은 회장실 전용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승객은 그 혼자뿐이었으나 환풍장치가 되어 있었고 실내온도도 적당하였으므로 쾌적했다23층에서 내린 한세웅은 곧장 비서실로 들어섰다 대여섯 명의 직원이 앉아 있다가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아아 한회장님뒷자리에 앉아 있던 사십대의 사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비서실장인 이부장이었다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그가 허리를 굽혀 보이더니 앞장을 섰다 대기실에는 간부급으로 보이는 서너 명의 직원들이 앉아 있었다이부장이 노크를 하고는 앞장 서서 들어갔다한회장님이 오셨습니다김회장은 책상에서 머리를 들었다어서 오게 한회장웃음 띤 얼굴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가 아픈지 허리를 조금 구부리고 다가왔으나 키가 컸다 김재은의 큰 키는 아버지를 닮은 것이다 한세웅은 그가 앉기를 기다려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곧 외국으로 나간다면서그가 물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한세웅에게 039하게039로 말을 내렸다 그것은 한세웅에게도 부담이 없어서 좋았는데 아마 김회장쪽은 김재은을 의식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다음 주에 나갈 예정입니다어디로 가는가순서대로 들려야 하니까 방콕 싱가폴 쿠웨이트 사우디 이집트그러다가 한세웅은 말을 멈췄다김회장이 빙긋 웃었다많군 그래많습니다 올해부터는 보다 철저한 독립채산 방식으로 운영해 나갈 방침입니다김회장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야겠지 그런데 재은이 이야길 들으니까 우리에게 커피 오퍼를 내라고 했다면서네 유럽으로 나갈 물량을 약간 돌릴 수가 있을 것 같아서요고맙네방문이 열리고 여직원이 찻잔을 받쳐들고 들어왔다 그녀가 나갈 때까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이번에 제가 국제은행 부지를 낙찰받은 거 알고 계시지요한세웅이 입을 열었다알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재계가 온통 떠들썩했던 것이다응 그곳에 백화점을 짓는다면서김회장이 찻잔을 내려놓았다자금이 부족하겠군 그래그는 대뜸 맥을 짚었다 어쩌면 한세웅이 찾아오겠다고 했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