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되어 있습니다][그렇다면 날더러 감정원에다 손을 쓰란 말인가][담당 라인은 다 제가 손을 쓰겠습니다 의원님께서 감정원장한테만 말씀해 주시면 ]김은배는 눈을 치켜 떴다 놈은 다 파악하고 온 것이다 기업감정원장 윤흥수는 지난번 여당 의원이었다가 낙천한 후에 낙하산 인사로 기업감정원장이 된 인물이었다 그리고 윤흥수를 추천한 사람이 바로 김은배였다 윤흥수가 고등학교 후배였기 때문이다 박태홍이 테이블 위로 바짝 상체를 굽히고 말했다[로비 자금으로 20억을 드리지요 그리고 의원님께는 주식 10만 주를 드리겠습니다]옆에 앉아 있던 소병호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는데 이 대목에서 참지 못한 듯 상체를 움직였다 그러나 입은 열지 못했다 박태홍을 지긋이 노려보던 김은배가 입을 열었다[박 사장 주식은 몇 주나 되시오][예 모두 115만 주 가량 됩니다][50만 주만 팔아도 주당 20만 원이면 1천억을 벌어드리겠군][예 하지만 ][정치 자금으로 10만 주를 더 내시오][그 그러면 ][그래야 안전해]결심을 굳힌 듯 김은배의 목소리가 팽팽해졌다 [돈을 쓸 데가 많아 당신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직 몰라요]김은배가 술잔을 쥐더니 박태홍을 쏘아보았다[다 당신 생각해서 이러는 거요]사장실로 들어선 사내는 40대 후반쯤의 세련된 차림이었는데 박동진과 악수를 했지만 명함을 건네지는 않았다 그는 신흥건설의 비서실장 황기성이었다 미리 연락을 받은 터라 소파에 앉았을 때 박동진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황기성을 보았다[요즘 분당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계시던데 바쁘시지요][예 정신없습니다]딱딱해진 표정으로 대답한 황기성이 마악 입을 열었다가 여직원이 찻잔을 들고 오는 바람에 잠시 방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여직원이 방을 나가자 황기성이 서두르듯 말했다[저 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리고 가겠습니다 이번 우리 회장님 댁 하고의 혼사는 없는 것으로 하자는 회장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박동진이 눈을 치켜 떴다 얼굴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 황기성이 말을 이었다[이유는 말씀 안 드려도 아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꼭 묻는다면 대답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만][아니 됐습니다]쓴웃음을 지은 박동진이 녹차 잔을 들었다[이미 끝난 일인데 들추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