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최악의 경영 상황이 예상되는 2016년 새해, 재계가 다시 뛴다. 발 빠른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면서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한국 기업 특유의 근성이 새해 경영 전략에서 묻어나고 있다.

삼성그룹은 새해 경영 화두로 '실용(實用)'을 제시했다. 추가적인 그룹 내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통한 변신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신사업 발굴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공들이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다. 삼성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고 바이오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같은 스마트카 시장 선점을 위한 변화도 예상된다. 삼성은 계열사인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삼성전기가 각종 차량 부품 등을 생산해 전사적인 체계가 갖춰지고 있다.

LG그룹은 "어려운 가운데 성장 기회는 분명히 있다"는 구본무 회장 철학에 따라 차세대 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원 세미나에서 "변화 흐름을 정확히 읽어 기회를 잡고, 한 번 잡은 기회는 반드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친환경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성과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수입차 공세, 해외에선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의 반격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낸 현대·기아차도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매고 있다. 당장 프리미엄 제네시스 브랜드를 본격 가동해 세계 명차들과 맞선다. 또 오는 11일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제네시스 프리미엄 브랜드를 미국 현지에서 소개하고 론칭할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 차량을 비롯한 신차를 줄줄이 선보여 현대·기아차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 나갈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 '생활가치 플랫폼' '통합 미디어 플랫폼' 'IoT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플랫폼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더 이상 이동통신 사업만으로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5G 선점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도 선보일 전망이다.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병을 통한 방송 통신 융합 사업도 기대를 모은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는 신년에 네이버가 제공하는 연결 서비스에 '라이브(Live)' 가치를 더한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최고 강자 자리를 지킬 계획이다. 동영상 분야에서는 실시간 동영상 기술을 고도화하고 스타 글로벌 라이브 방송 'V'를 강화한다. 커머스에서는 실시간 채팅 기능 '네이버 톡톡'과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분야를 확장한다.

카카오는 신년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자로서 영역을 넓혀간다. 카카오택시 외에 카카오 드라이버 서비스를 통한 대리운전 사업에도 진출한다.

포스코는 새해를 경영 쇄신의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내실 있는 재편성과 함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만들고, 거래 관행의 투명성과 윤리경영 제고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 구조는 철강을 중심으로 소재, 에너지, 인프라, 트레이딩 4대 영역으로 재편된다. 또한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을 지속해 올해까지 절반으로 줄인다.

현대제철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그동안 진행했던 대규모 투자 사업을 대부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새해 흑자 달성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경쟁력 강화와 사업구조 개선은 필수적이다.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십 개발, 해양플랜트 국산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내공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그룹에서 인수한 방산·화학 부문 4개 계열사 안착을 통해 글로벌 1등으로 키울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오히려 공격 투자에 나선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항공기 집중 투자에 나서 '꿈의 여객기'로 불리는 B747-8i 등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한다. 관광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2017년 오픈할 예정인 윌셔그랜드호텔 투자가 대표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미국 공장과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 출범을 통한 재도약에 나선다. 두산은 당분간 세계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아래 업무 프로세스 혁신과 기술 개발 등 내실을 다지고, 연료전지 사업과 같은 신성장동력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 GS그룹은 2016년 새해에도 100년 이상 장수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에너지, 유통, 건설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CJ그룹은 최근 이재현 회장의 실형 선고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지만 위기를 딛고 식품과 엔터테인먼트 등 한류 콘텐츠로 세계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