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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들이 지역 중심으로 뭉쳐 영역싸움을 하던 시대가 지난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돈을 좇아 전국구로 움직이는 시대입니다.
이런 변화는 조직폭력배들의 경조사에서 잘 드러납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 행동대장 권 모(56) 씨의 결혼식 하객 250여 명 중 경찰이 파악한 폭력조직 관계자는 30명이었습니다.
경찰은 이들 중 칠성파는 15명, 부산의 다른 폭력조직원 5명이 참석한 것 이외에 서울에서 활동하는 조폭 10명도 자리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이들은 영남과 호남 등 지역 기반의 폭력 조직 소속으로 서울에 올라와 활동하는 조직원들로, 권씨의 결혼식에는 전국의 다양한 조직원들이 자리해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조폭들은 더는 근거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본이 집중되는 서울로 다들 올라와 활동하고 있습니다.
권씨는 한때 칠성파 두목 이강환(72) 씨의 후계자로 거론됐을 정도의 인물이지만 서울에서 지내며 주소지 역시 부산이 아닌 서울입니다.
그는 같은 조직원을 실제 모델로 삼은 영화 '친구'가 흥행하자 2001년 곽경택 감독을 협박해 사례금 조로 3억 원을 뜯었다가 2005년 징역 3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조폭은 돈을 중심으로 모여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모습을 과시하려 한다"며 "권씨도 전국 조폭을 초청해 전국구임을 알리고 유명 탤런트에게 사회와 축가를 맡겨 연예계 인맥도 과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칠성파의 참석 인원도 적었습니다.
두목은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 않았으며 검찰 수사로 조직원 대부분이 검거된 영향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다른 조폭 조직의 구성원 역시 두목이나 부두목 등 '고위급'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1960∼1970년대 명동을 근거지로 활동했던 옛 '신상사파'의 두목 출신 신상현(83) 씨가 노구를 이끌고 왔을 뿐이었습니다.
조폭들에게 있어 경조사의 또 다른 의미는 '경조사비 주고받기'라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결혼식은 1시간 반가량 진행됐지만 폭력조직 관계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조직에서 받은 축의금을 모아 전달하고 식사하지 않은 채 식장을 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예전과 같지 않은 풍경은 또 있습니다.
조폭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처럼 깍두기 머리를 하고 검은 양복을 입은 조직원들이 입구에 길게 늘어서서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은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시민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수년 전부터 조폭들의 경조사 전에 미리 그들과 조율해 도열 인사 등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 나이 어린 조직원들의 참석은 되도록 하지 못하도록 해 이날 하객들의 대부분은 권씨 또래인 40∼50대였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현장과 인근에 200여 명을 투입해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했습니다.
부산 지역 경찰도 현장을 지켰습니다.
결혼식 행사는 특별한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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