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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중국 상하이종합증시가 8.49% 급락 마감하며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 상황을 시장이 더 불안하게 본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놀라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증시가 동반 추락했고, 연이어 열린 미국과 유럽 증시 또한 급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증시는 장중 낙폭을 줄여 마감하긴 했으나 4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가히 중국발 패닉이 전 세계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글로벌 증시 급락의 도미노 현상은 표면적으로는 '중국경기 불안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배경으로 설명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위안화 절하가 엔/유로 캐리 청산심리 자극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세의 직접적인 이유로 25일 KDB대우증권의 한요섭 애널리스트는 "엔화와 유로화 강세에 따른 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더 높을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빌린 통화가 달러라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 엔이면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및 유가 하락으로 인한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시장에서는 9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현저히 낮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신흥시장 환율의 급격한 절하로 인해 엔 캐리와 유로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권에 진입함에 따라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외국인들이 저금리였던 엔화와 유로화를 빌려서 금리가 더 높은 신흥국 등에서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 절하를 단행하자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됐고, 이에 엔 및 유로 캐리 트레이드 투자를 하던 자금들이 서둘러 손해를 피해 떠나면서 각국 증시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 하락은 신흥국 침체와 자금 이탈 부채질
하이투자증권의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여기에다, 유가 하락이라는 변수가 신흥국에 수출 부진이라는 경기 악재 요인이 되면서, 신흥시장에서의 글로벌 자금 이탈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중국 경기문제보다 추락하는 유가가 더 큰 구조적인 문제를 지닌 것으로 관측했다.
조 센터장은 "현재 유가는 미국의 생산 급증, 이란의 공급 재개 등 공급초과 문제로 인해 하락중"이라며 "산유국들이 감산을 하지 않는 이상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유가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이상 자원국 중심 신흥시장의 경기 리스크 역시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파악했다.
다만 "하반기가 계절적 수요 증가 국면이라는 점과 달러가 약세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최악의 상황 아니다
한편,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중국발 시스템 리스크 우려와 장쩌민 전 주석을 둘러싼 루머로 인한 중국 정치 리스크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박석중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에서는 중국 CaiXin 제조업 PMI의 하락과 각종 경제지표의 부진으로 인한 수요 위축을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으로 확대시켜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과도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시스템 리스크 때문이라면 증시뿐 아니라, 외환시장과 각종 금리 및 리스크 지표에서도 시장의 우려가 동시에 반영되어야 하나, 위안화 환율과 각종 금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정부가 통화와 재정에서 추가 부양책을 집행할 여력도 아직은 충분하다고 봤다.
하이투자증권의 조 센터장도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다. 조 센터장은 "중국이 작년 하반기 이후 위안화 강세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 부진에 빠지면서 이런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위안화를 4.5% 절하하고, 중국 내수는 부동산 경기 안정을 바탕으로 버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경기가 시스템 리스크 수준으로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 폭락의 배경으로 장쩌민 전 주석이 체포됐다는 루머와 관련해 중국 정치 리스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장 전 주석이 체포돼 중국 정치 갈등과 체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내용의 루머가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얼마 전 중국 천진항의 독극물 폭탄테러의 배후가 장 전 주석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체포 의심 사진도 SNS 상을 떠돌았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의 박 애널리스트는 "확인되지 않은 점에 대한 과대해석"이라며 경계했다. 현재까지 중국 관영 언론과 정부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루머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앞뒤 정황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개혁에 대한 당 내부 반발, 정치 원로들과 현 실세들의 불협화음으로 시 주석과 장 전 주석 사이의 불편함이 존재하긴 하나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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