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魔王)이라는 애칭으로 사랑을 받던 가수 고(故) 신해철씨가 27일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된다. 1주기를 맞아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당시 신씨의 사망원인을 두고 불거졌던 '의료사고' 논란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신씨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이같은 싸움이 이어지는 중에도 1주기를 전후로 그에 대한 추모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25일 경기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 평화광장에서는 신씨의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고인의 유골함은 실내 봉안당에서 야외 안치단으로 옮겨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아내 윤원희씨를 비롯한 유가족과 넥스트 멤버, 그를 사랑하는 팬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신씨의 팬클럽 '철기군'은 11월1일 서울 번동 북서울 꿈의 숲에서 1주기 추모 공연을 연다.

동료 가수들도 발 벗고 나섰다. 가수 윤종신은 신해철의 1집 '고백'을 리메이크한다며 27일 자정 타이틀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신씨의 유작앨범 '웰컴 투 리얼 월드'도 LP 판으로 발매된다.

신씨에 대한 추모는 브라운관에서도 이어졌다. 24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과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4'는 신해철 1주기 특집편으로 꾸며졌다.

성남시는 신씨의 작업실이 있는 분당구 수내동 주변 160m 구간을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씨의 팬들, 음악·문화평론가들이 그의 1주기를 추모하며 쓴 글들이 실린 책 '인간 신해철과 넥스티시티'(문화다북스)도 발간됐다.

1부에는 신해철의 팬으로서 그를 그리워하는 4편의 글, 2부는 독설가로서, 방송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신해철의 삶을 집중적으로 다룬 4편의 글, 3부에는 가수로서 신해철의 음악세계를 조명한 6편의 글이 담겼다.

한편 신씨의 장협착 수술 등을 집도했다가 신씨를 사망에 이르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세훈 전 스카이병원장은 여전히 의료과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재 신씨 사망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법정공방은 민·형사 각각 1건이다. 애초 강 전 원장의 의료과실을 둘러싼 형사소송만 제기됐지만 신씨 유족이 강 전 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도 묻겠다고 나섰다.

지난 21일에는 서울동부지법에서 형사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강 전 원장은 이날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재판정에 들어선 강 전 원장은 "소장에 천공이 발생했음을 인정하느냐"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수술 당시 천공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지연성 천공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심낭에 천공이 생겼음을 인정하느냐'라는 질문에도 "심낭에도 천공은 없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심낭천공이 발견됐다고 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천공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강 전 원장의 변호인 역시 "수술 행위 중 천공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복막염이 발생한 이후에 천공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 전 원장은 재판정을 빠져나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서 (사실 관계에 대해) 밝히겠다"며 "재판을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의학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의사로서도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앞선 결과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부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만간 신씨의 아내 윤원희(38)씨와 신씨 기획사 대표 등을 증인으로 세워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강 전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 전 원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11월18일 오후 3시 열릴 예정이다.

민사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8월에 두 차례 변론기일을 거쳤다.

앞서 신씨의 아내 윤씨와 두 자녀는 지난 3월 스카이병원 회생 사건에서 "의료과실로 신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20억원 상당의 채권을 신고했다.

하지만 법원이 '스카이병원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며 회생 절차를 끝내자 윤씨와 두 자녀는 5월 강 전 원장을 상대로 다시 23억원 상당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강 전 원장은 여전히 의료과실이 아니라며 법정에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재판 역시 내달 24일 세 번째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법정 공방 외에 경찰도 신씨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신설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올해 2월 의료사고전담 수사팀을 신설, 의료과실사건 중 사망·중상해(뇌사 포함) 등 결과가 중하거나 사회 이목이 집중된 주요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미한 상해 등 기타사건도 수사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직접수사 또는 현장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강 전 원장은 병원명과 소재지를 옮겨 병원을 재개원한 상태다. 해당 병원 홈페이지는 현재 영문으로 바뀌어 외국인 대상 진료를 안내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에게 영어로 진료를 제공하며, 비만치료 목적의 위밴드·절제술, 지방흡입술 등을 여전히 시술한다고 설명돼 있다.

다만, 취재진이 안내번호로 병원 측 및 입주 건물 관계자들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故 신해철 아내 윤원희 씨와 넥스트 멤버들이 25일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린 사망 1주기 야외안치단 봉안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씨는 지난해 10월17일 스카이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지속적인 가슴과 복부 통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같은 달 22일 병원에서 심정지로 쓰려졌다.

서울 아산병원으로 후송된 신씨는 당일 복부를 개복하고 장절제 및 유착 박리술 등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같은 달 27일 4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고인의명복을빕니다.....아프지않는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