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3)이 도박관련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임창용에 이어 검찰소환된 오승환의 해외불법 도박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의 메이저리그(ML) 도전과 일본프로야구 U턴까지 모두 불투명해졌다. 한·일 야구를 평정하고 ML로 향하고자 했던 오승환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검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임창용과 오승환을 함께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오승환의 검찰소환 조사와 그 결과를 일제히 보도하며 그의 은퇴설까지 쏟아내고 있다. 오승환의 돌직구가 불법도박으로 부서지고 있다.

◇오승환도 도박 인정, “상습적이지 않고 액수 적다” 주장
임창용(39·전 삼성)은 지난달 2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마카오 정킷방에서 수 천만원대 도박을 한 혐의를 인정했다. 삼성 구단은 그의 도박정황이 사실로 드러나자 방출조치했다. 임창용에 이어 오승환이 9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오승환은 ML 진출을 위해 해외에 머물다가 일시 귀국해 이날 검찰조사를 받았다. 그는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메이저리그 및 일본 구단과 계약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다. 검찰에 출석하게 된다면 한 점 의혹 없이 사실대로 진술하고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결백을 주장하던 목소리와 달리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오승환은 9일 오전 7시쯤 출석해 5시간 정도 조사를 받고 12시쯤 귀가 조치됐다. 검찰은 앞서 폭력조직 광주 송정리파 행동대장 출신 도박장 운영업자 이모(39·구속기소)씨로부터 ‘오승환이 마카오 카지노에서 억대 도박을 했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검찰은 오승환의 도박장 출입여부와 이씨측과의 금전거래 기록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오승환은 검찰조사에서 수 억원 상당의 칩을 빌렸으나 실제 도박 횟수와 액수는 많지 않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일부 일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승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나서 임창용과 함께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임창용의 도박액수(약 4000만원)가 구속영장 청구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불구속 기소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승환 역시 수 천만원대 도박을 한 것으로 보고 일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승환의 재소환 계획은 적어 보인다”고 했다.

◇ML도전뿐 아니라 일본 U턴까지 미궁 속으로
오승환의 도박관련 소환에 관해 일본프로야구 한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신은 미국진출을 노리던 오승환에 대해 줄기차게 잔류를 요청했다. 그러나 오승환의 도박관련 혐의로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일본 현지의 다수 매체는 매일같이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한 오승환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오승환의 ML진출 또는 한신 잔류가 아닌 불법도박 혐의관련 소식이 일본에서도 톱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한 매체는 오승환의 에이전트가 일본 한신의 구단사무실을 찾아 “일이 이렇게 돼 죄송하다”라고 사과한 부분도 보도했다. 특히 일본은 오승환이 조직폭력배와 연루되어 도박을 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일본프로야구는 1970년대 초반 폭력조직과 연계된 프로야구 선수들의 승부조작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뒤 폭력조직과의 연결고리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이에 오승환의 은퇴설까지 나오고 있다.

산케이스포츠는 “오승환의 대리인에게 사과를 받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한신이 오승환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후속 외국인 투수 찾기에 돌입한다. 오승환이 검찰 조사 결과 혐의사실이 없다면 협상을 하겠지만, 현재 보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닛칸스포츠는 “한신이 그동안 오승환의 잔류를 위해 노력했지만, 협상중단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재계약 하더라도 수사결과 유죄가 나오면 계약은 파기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반사회적 세력으로부터 금전거래를 한게 사실이라면 야구 협약 위반이다. 재계약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한신은 오승환측과의 계약을 보류한채 한국의 검찰조사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일본프로야구는 요미우리 소속 선수인 후쿠다 사토시, 가사와라 쇼키, 마쓰모토 류야의 도박문제로 구단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했다. 해당 선수들은 계약해지와 함께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