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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제목은 '모범형사'지만 아직까지 모범적인 형사가 누구일지 알 수가 없다. 대신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는 오히려 모범이어야 할 형사들이 진실을 외면하거나 무언가를 은폐하려 했을 때 그것이 누명을 쓴 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는가를 먼저 보여준다.
이른바 '이대철 사건'이라는 지칭에 담겨있는 이대철(조재윤)이 바로 그 누명을 쓴 자다. 한 여대생을 끔찍하게 살해했고 나아가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까지 살해했다는 혐의로 그는 검거돼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의 삶은 처절하게 파괴된다. 하지만 그가 더 고통스러운 건 자신보다 자신의 딸 이은혜(이하은)가 '살인자의 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그의 삶을 더욱 더 잔인하게 난도질한다. 금방 돌아올 거라던 아빠가 사형수가 되어 있는 마당에 의지할 곳도 없는 그는 청소년 성매매를 하는 보도방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살인자의 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 곳에서마저 쫓겨난다. 갈 곳 없어 길거리를 떠돌며 헤매는 이은혜와 그 딸을 가슴에 비수처럼 꽂아둔 채 사형수가 되어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이대철. 누가 이들의 비극을 만들었을까.
당시 그를 체포한 인물은 인천 서부 강력2팀 강도창(손현주) 형사. 하지만 5년 후 이대철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지만 진급을 앞두고 있는 강도창은 이를 애써 부인하려 한다. 하지만 이은혜를 납치 살해했다는 박건호(이현욱)가 등장하고 결국 그것이 이대철의 무고를 주장하려 한 자작극이었다는 걸 알고는 어딘지 이대철 사건의 수사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당시 사건의 수사자료들을 준 강력1팀 남국현(양현민) 팀장이 어딘지 의심스럽고, 그의 파트너가 된 광수대에서 근무하다 강력2팀으로 내려온 오지혁(장승조) 형사는 냉철함과 명석함으로 이대철 사건의 진실을 들여다보려 한다. 그 와중에 누군가 보내온 CCTV 자료화면으로 사건 당시 이대철이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알리바이 증거가 나오면서 강도창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모범형사'라는 제목은 그래서 이쯤 되면 풍자적인 뉘앙스로 다가온다. 과연 모범형사가 있기나 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그걸 은폐하려다 거짓에 거짓을 더하는 죄를 짓기도 하고, 개인적인 욕망에 의해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며, 진범을 찾는 일보다 자신의 일에 오점이 남거나 진급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더욱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돈과 권력이 그 진실을 덮거나 왜곡하게 만드는데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정계와 재계 그리고 검찰까지 연관되어 어떤 범죄의 진범을 덮어버리고 언론은 거기에 그럴 듯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결국 무고한 이가 범죄자가 되어 그 삶이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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