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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말,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정인수(47)씨는 말로만 듣던 ‘사오정’의 실제 주인공이 됐다. 딱 40대 중반이었다. 막막했다. 정신을 차리고 오랫동안 꿈꾸었던 여행가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 무렵 마침 여행작가학교에서 여행을 주도한 임택씨를 만났다. 임씨는 학교의 7기생, 정씨는 10기였다.
“폐차 처분을 앞둔 마을버스로 세계여행을 한다. 5060세대들에게 새 길을 보여주자.” 임씨가 부추겼다. 선배의 계획에 합승하기로 했다. 마침내 둘은 2014년 12월 페루에서 시작해 중남미 10여개 나라를 거쳐 지난 8월 미국 뉴욕까지 마을버스 여행의 절반쯤을 마쳤다. 임씨가 배편을 이용해 마을버스를 독일로 보내는 사이, 지난달 비행기 예약 문제로 먼저 귀국해 잠시 휴식 겸 재정비를 하고 있는 정씨와 부인을 함께 만났다. 그는 다시 출국해 현재 독일 베를린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5월 정인수(왼쪽)씨 일행이 온두라스 코판유적지 앞에 다다랐을 때 배낭여행자 알폰소가 버스를 보고 다가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4년 9월 처음으로 세계여행에 대해 운을 뗐을 때, 정씨의 부인은 “펄쩍 뛰면서 반대…”하지 않고 차분하게 동의해줬다고 했다. “세계여행을 가는 팀이 있는데 한 자리가 비었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이건 기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저라고 왜 겁이 안 났을까요?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애들 키우는 일도…. 또 경제적인 문제도. 무엇보다 저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도. 하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새힘(큰아들)이 아빠의 평생 직업(여행가)이 우선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용기를 얻었어요.”
후회하지 않았을까? “우리 부부가 십년 연애하고 우리 큰애가 올 삼월에 주민증이 나왔으니 거의 28년을 함께 보냈어요. 좀 지겨울 때도 됐죠(웃음). ‘잘 때만 이쁘다’고 하는 것처럼 그랬어요. 그런데 몇개월 헤어져 있다 보니 예전에 연애하던 시절 기억도 나고…. 우리 세대가 앞으로 백년은 산다는데 한번쯤 떨어져 지내보니 나름 괜찮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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