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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가 숲을 이룬 도시처럼 석회암 봉우리들이 우뚝 솟은 마다가스카르 서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길에는 여우원숭이의 일종으로 허연 털 때문에 유령처럼 보이는 데컨스시파카와 각종 파충류, 곤충, 초목 등 세계적으로 진기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깎아지른 협곡이 에두르며 이 ‘도시’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밑에는 동굴들이 뻥뻥 뚫려 있다.
산악인 류크 ‘퓨마킬라’ 파제트와 존 벤슨이 마다가스카르 서부의 팅지 드 베마라하 국립공원 및 자연보호구역에서 석회암벽을 내려오고 있다. 석회암벽은 뾰족하고 깎아지른데다 햇빛에 이글이글 달구어져 쉽게 허물어진다. 이런 환경 탓에 이곳을 답사한 탐험가와 과학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따라서 이 석회암 보호지구와 그 안에 서식하는 동식물은 거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곳은 올라가 본 적이 없어요. 떨어지면, 단 몇 십 센티미터라도, 뾰족탑에 몸이 찔리게 됩니다.” 벤슨의 말이다.
등반가 존 벤슨이 석회암 뾰족탑 사이를 건너고 있다. 자칫하면 날카로운 바위에 살이 찢긴다. 말라가시어로 이런 지형을 ‘팅지’라고 부르는데 ‘맨발로 다니지 못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사냥꾼도, 굶주린 가축도, 산불도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팅지 꼭대기에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다. 비가 내려도 금방 마르거나 빗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꼭대기는 건조하다. 메마른 꼭대기에는 잠자리(꼬리를 들고 열을 식히는 모습)처럼 잘 이동하는 동물이 산다.
가시 돋친 파키포디움처럼 가뭄에 잘 견디는 식물도 이곳에 산다.
세로로 가늘게 수축된 동공을 보면 ‘세세케(나뭇잎꼬리도마뱀)’가 야행성임을 알 수 있다. 세세케는 위장술이 대단해 낮에도 몸을 숨기지 않는다. 녀석은 그저 나무줄기에 착 달라붙은 채 어둠이 깔리고 곤충을 잡아먹을 밤이 오길 기다린다.
마다가스카르 서부에서만 확인되는 데컨스시파카는 뾰족탑 꼭대기를 건너다니며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한다. 녀석들도 아마 다른 여우원숭이들처럼 가족끼리 작은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을 것이다.
겁 없는 곡예사 데컨스시파카가 휙 날아오르더니 30m나 되는 깊은 골짜기를 건넌다. 녀석들의 습성에 대해서는 규명된 바가 거의 없지만 깔쭉깔쭉한 바위에서 다니기 쉽도록 진화과정에서 발바닥 살이 두꺼워졌다(앞 페이지).
데컨스시파카가 석회암 협곡의 뾰족탑을 건너뛰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석회암지대에 서식하는 동물 중 가장 진기하고 몸집이 큰 데컨스시파카들은 석회암 뾰족탑들을 무슨 과일나무 넘나들 듯 자유자재로 건너뛴다.
데컨스시파카가 깊은 골짜기를 건너 뾰족한 바위조각에 내려앉는다. 녀석들의 습성에 대해서는 규명된 바가 거의 없지만 깔쭉깔쭉한 바위에서 다니기 쉽도록 진화과정에서 발바닥 살이 두꺼워졌다.
야행성인 도마뱀붙이가 먹이를 찾고 있는 가운데 협곡 하늘 위로 은하수가 빛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석회암지대를 답사하는 과학자들은 ‘밤나들이’를 자주 한다. 어두컴컴한 숲속을 누비며 주먹만 한 초대형 바퀴벌레 같은 희귀동물을 찾는다. “어떻게 보면 이 지역은 마다가스카르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충류학자 헤리 라코톤드라보니 박사는 말한다.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고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으니까요. 찾아 볼만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석회암지대를 공중에서 찍은 사진. 까마득히 솟은 석회암 뾰족탑들이 깊은 협곡 위로 줄줄이 뻗어 있는 것이 마치 고층빌딩이 빽빽이 들어 찬 도시 같다. 석회암 꼭대기는 메마르고 아무 것도 없는 반면 햇빛이 닿지 않는 협곡 밑바닥은 흙이 있고 빗물이 고인다. 도시의 고층빌딩과 별로 다를 게 없는 바위탑 층층에는 다른 동물들이 살고 있다. 건조한 환경에 적응된 동식물은 높은 곳에 살고 습기를 좋아하는 동식물은 맨 아래 축축한 그늘 속을 돌아다닌다.
이곳의 협곡은 종종 너비가 사람 어깨넓이밖에 안 될 정도로 비좁다. 우기가 되어 이런 골짜기로 빗물이 모이면 상당한 유량이 지하 동굴로 흘러 들어간다. 또한 1년 내내 습기가 유지돼 수십 종의 무척추동물과 양서류가 살고 있다.
주민들은 대개 달콤한 꿀을 따가려고 팅지에 들어온다.
밤이 되어도 뾰족뾰족 솟은 석회암 성벽의 위용은 꺾일 줄 모른다. 서늘해지고 습도가 높아지면 야행성 동물들이 출몰한다. 이곳을 여러 번 답사한 몇 안 되는 과학자인 생물학자 스티븐 굿맨은 이렇게 말한다. “거기에 뭐가 사는지 이제 겨우 수박 겉 핥기만 한 셈입니다.”
마다가스카르
데컨스시파카 한 마리가 뾰족한 바위틈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석회암지대는 여우원숭이의 천국이다. 협곡 숲속에는 갈색여우원숭이, 토착종 야행성 여우원숭이인 조그만 생쥐여우원숭이와 존클리즈여우원숭이가 살고 있다
바위탑 미로 |
칼날같이 삐죽삐죽한 봉우리를 이고 있는 베마라하 국립공원의 협곡들은 대개 깊고 좁은 동굴이 생기면서 형성되었다. 하늘에선 몬순강우가 널찍한 석회암 표면을 깎고 땅 밑에선 지하수가 이리저리 난 균열을 따라 흐르면서 석회암을 용식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굴의 천장이 무너지고 지하수면이 낮아지자 ‘공극’이라고 부르는 협곡이 미로처럼 형성되었다. 지질학자 마르톤 베레스는 이곳 지형을 “참으로 기괴한 풍경”이라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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