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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 크리스토레(그리스도 왕)의 성상을 향해~~카우보이나서다
상세 내용 작성일 : 15-12-09 13:52 조회수 : 341 추천수 : 0

본문

수천 명의 말을 탄 멕시코인들이 해마다 과나후아토에 있는 20m 높이의 ‘크리스토 레(그리스도 왕)’ 성상을 향해 순례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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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중부에서 시간과 장소는 의미를 잃는다. 과거는 현재로 흘러들고, 현재는 늘 내세로 이어져 그 어떤 것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예수 공현축일(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를 찾아간 일을 기념하는 날) 전날인 1월 5일 동틀녘만 봐도 그렇다. 과나후아토 시 바로 동쪽에 있는 엘로데오 마을의 흙먼지 날리는 농장에서 수탉들이 서로 야유를 보내듯 목청 높여 해가 떴음을 외치고 있다. 기운 넘치는 말 위에 올라탄 카우보이 몇 명이 미사라도 드리러 가는 양 흰 모자에 모조 진주 단추가 달린 셔츠를 입고, 뱀이나 도마뱀, 악어 등 한눈에도 어떤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통가죽 부츠를 신고 있다. 오렌지빛과 푸른빛이 감도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다루는 카우보이들의 솜씨가 기병대 못지않다. 반면 그들 옆에는 최근 개들에게 새끼를 잡아 먹힌 비쩍 마른 암말 한 마리가 있다. 이곳 도처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생물들처럼 이 암말도 먹고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탈진한 채 녀석이 묶여 있는 선인장 옆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 녀석에게서 기병대 말의 위용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대기 중에는 요리할 때 나는 연기 냄새와 빨래 마르는 냄새가 섞여 있다.
꼭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 같기도 하고(암말이 반항하듯 날뛴다든가, 카우보이들이 갑자기 기도를 드려 기적들이 연이어 일어난다든가), 전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암말은 계속 거친 숨을 몰아쉬고, 카우보이들은 말에서 내려 본업인 건축일을 하러 공사장으로 돌아가며, 수탉들은 먼지 투성이 둥지로 들어가 잠들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멕시코 중부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 강바닥에서 바위들이 구르는 듯한 말발굽 소리가 이곳에서 과나후아토 시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요란하게 들려오기 시작하고, 새벽 햇살 사이로 혈기 넘치는 종마에서 얼룩점박이 당나귀까지 다양한 동물의 등 위에 걸터앉은 수천 명의 카우보이들이 나타난다. 생각보다 그리 요란스럽지 않게 엘로데오 마을의 카우보이들은 말을 타고 농장에서 터벅터벅 걸어와 이 행렬에 동참한다.

과나후아토 주의 쿠빌레테 산 정상에는 20m 높이의 ‘그리스도 왕’ 조각상이 서 있다. 고원임에도 불구하고 ‘엘바히오(저지대)’라 불리는 곳에서 이 산까지는 지그재그로 수백 미터 이어진 자갈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바로 이 예수 그리스도 성상(聖像)이 있는 곳으로 3000~4000명이나 되는 카우보이들이 말을 타고 가고 있는 것이다. 약 2000년 전 바로 이날, 세 명의 동방박사가 베들레헴의 구유로 경배를 드리러 갔던 것처럼 말이다.
현지인들이 ‘크리스토 레’라고 부르는 이 예수 그리스도 성상이나 ‘과달루페의 성모 마리아’ 성화가 보관되어 있는 과달루페 대성당 등 성인의 모습이 묘사된 그림이나 조각상이 있는 곳으로 순례를 떠나는 것은 멕시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대적으로 믿음의 행진을 벌이는 건 거의 드문 경우다. 이 ‘카발가타(말을 타고 하는 행렬)’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해마다 참여하는 인원이 수백 명씩 증가했다. “중요한 인물들이 순례 행진을 벌이는 게 아닙니다.” 한 카우보이가 말한다. “지구 어느 곳에 있더라도 마음 속에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이면 되죠.” 실제로 이들 중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온 건설노동자, 미국 텍사스에서 온 굴착기사, 과나후아토의 정원사, 멕시코 산미겔데아옌데 출신의 노동자, 멕시코 할리스코 주에서 온 농부도 끼여 있다. “우리는 ‘엘푸에블로(한 백성)’입니다.” 카우보이의 말이다.

청명한 겨울 하늘 아래 순례자들이 전진한다. 암적색 땅에 심은 테킬라용설란도 지나고 수확한 줄기를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은 옥수수밭도 지난다. 무성하게 자란 밝은 빛깔의 알팔파 밭도 지난다. 회오리바람이 한바탕 불어와 소용돌이치는 일회용 접시들과 빈 맥주 상자, 이리저리 나부끼는 비닐봉지들을 공중으로 들어올린다. 허공에서 춤추는 잡동사니들의 모습에 말 한 마리가 기겁한다. 이제 행렬은 요란한 발굽 소리와 함께 마을을 지나친다. 밝은 색으로 칠한 작달막한 집들의 위쪽 외벽이 비바람에 깎여 철근이 드러나 있다. 마치 한두 층 더 올리게 될 더 나은 미래를 고대하는 듯하다.
산을 오르는 수많은 카우보이 무리를 지켜보면서 니콜라스 가르시아 디오스다도(84)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말들은 이제 지쳐 힘겹게 산길을 오르고 있다. 땀에 몸이 흠뻑 젖은 채 다리 위 근육은 터질 듯 실룩대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다. 약간의 술기운과 몽롱한 행복감에 도취된 일부 카우보이들은 타고 있는 탈진한 동물들이 마지막 힘까지 짜내도록 채찍을 휘두르며 “비바 크리스토 레(그리스도 왕 만세)!”를 외쳐댄다. 순례자 대다수가 뙤약볕 아래서 장시간 안장에 앉아 있던 터라 지치고 몽롱한 상태다. 가르시아는 타고 있던 얼룩점박이 당나귀에서 내려 축 늘어진 이 동물을 손으로 잡아끌면서 마지막 남은 몇 킬로미터의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노인은 말한다. “52년 전 내겐 희망도, 건강도, 미래도 없었다네. 곧 죽을 거라 생각했지. 의사들도 뭐가 잘못됐는지 알지 못했어. 그래서 말을 타고 ‘크리스토 레’를 찾아가 딱 1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몸 상태는 굉장히 안 좋았지만 난 이곳에 왔다네. 그땐 지금과 달랐어. 길이 없었거든. 그런데 자, 보라구. 기적이 일어났고 난 다시 살아났지. 이젠 노인이 됐지만 지금도 이곳에 있다네. 여전히 두 발로 서서 걷고 있고 성스러운 아기 예수를 찬미하고 있지. 또 저 많은 순례자들을 보게나.” 그가 다시 말을 잇는다. “카발가타가 시작된 첫 해에 나와 함께 ‘크리스토 레’를 찾아가 은총을 빈 사람은 우리 마을 사람 25명뿐이었다네.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수천 명이 찾아오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이건 기적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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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탄 수십, 수백 명의 무리가 멕시코의 과나후아토 주를 가로지른다.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멈춘 곳에는 라콘셉시온 출신의 아우렐리오 바예호(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사람) 같은 사람들이 있어 말들이 마실 물과 먹이, 야영용품을 챙겨준다. 이 순례 여행은 주최하는 중심 기관도, 공식 경로도 없지만 반 세기 넘게 이어져 왔고 참가 인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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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로는 이를 ‘카발가타’라고 하는데 말 탄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다. 수수한 마을 근처에 자리 잡은 야영지에서 아침 일찍 일어난 순례자들은 황량한 땅을 가로질러 멕시코 중부에 위치한 쿠빌레테 산을 오른다. 성서 속 이야기인 갓 태어난 아기 예수께 드릴 선물을 가지고 떠났던 동방박사 세 명의 여정을 기리기 위해서다. 어떤 이들은 과나후아토의 그리스도 왕 성상을 향해 며칠씩 말을 타고 오기도 한다. 1월의 빛나는 하늘 아래로 먼지 쌓인 마을 예배당과 길가의 작은 교회에 들러 기도를 드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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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히달고 마을에서 온 이 순례자들은 말도 함께 타고 기도도 함께 드리더니 산꼭대기에 올라서는 모닥불 주위에 모여서 축하도 함께 나눈다. “음악이 연주되었고 테킬라가 오갔으며 모닥불 위에서는 고기가 익어갔지요.” 사진기자 데이비드 앨런 하비의 말이다. “이 순례 전체가 말 그대로 믿음의 피에스타, 즉 축제입니다. 그리고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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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여행은 육체적 헌신의 표현이다. 수천 명의 카우보이들은 쿠빌레테 산기슭에서 만나 2590m 높이의 정상까지 지그재그로 이어진 가파른 자갈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정상 근처까지 온 후 마지막 구간을 말에서 내려 무릎으로 걸어 올라가는 순례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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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서 말 탄 순례자들이 신의 은총을 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예배자들 사이에 감도는 정적은 경건의 표시이자 오랜 산행으로 인한 피로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과 동물이 서로 빽빽이 붙어서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조용하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말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청회색빛 연기가 피어오르는 향 냄새가 뒤섞여 풍기는 가운데 예수 공현축일을 기리는 기도와 찬양 의식이 정오와 자정, 해질녘과 새벽, 네 차례에 걸쳐 몇 시간씩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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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 높이의 ‘크리스토 레(그리스도 왕)’ 성상이 두 팔을 벌린 채 산꼭대기에 도착한 신자들을 맞고 있다. “여기선 ‘나는 51주년 카발가타에 성공했다’라고 쓰여진 티셔츠 같은 기념품은 팔지 않습니다.” 이번에 처음 행렬에 참여한 데이비드 피어슨이 말한다. “여정이 끝나면 남는 건 기억뿐이에요. 순례를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복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신과의 언약을 지켰다는 영광스러운 기억이죠.”

사진 : 데이비드 앨런 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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