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베스트 커뮤니티 포인트충전 쇼핑몰  
덕후순위조회
0위
포인트충전
덕후모집배너 덕후신청하기 덕후글쓰기
[여행/사진] 월남이야기
상세 내용 작성일 : 15-09-02 14:29 조회수 : 495 추천수 : 0

본문

평일 낮, 삼청동.

익숙한 시간에 익숙하지 않은 장소.

봄볕에 당신은 눈살을 찌푸린다.

MyPhoto_1123506756_2865.jpg

(신선의 냄새는 없어도, 과거의 정취는 물씬 남아있는 동네, 삼청동)

삼청의 지명은 도교의 신선들이 노니는 장소인 '태청', '상청', '옥청'에서 따왔다고 한다.

예로부터 양반들이 걱정없이 배 두드리며 살던 이 언덕에는

과연 아직도 높은 담벼락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당신은 한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MyPhoto_1123506756_2856.jpg

(사회주의라는 글자는 초보 여행객을 압도한다.)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대사관.

기대감보다 후회가 앞선다.

흥분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당신은 스스로 물음을 만들고 납득할만한 답을 찾기 시작한다.

"왜 이 곳에 서 있는지"에 대한 이유.

1. 군바리는 바깥에 나가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군바리는 한번쯤 이 세상 모든 20대 여자를 숭배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잠자리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30대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그런 전우일수록,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흥얼거리다 제 정신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자기 자신을 잃고 휴가 때마다 소X넷에 접속한 나머지,

자신은 40대도 괜찮다며 '쒸이벌'을 외치며 이성을 잃어버린 전우를 보며

우리는 그야말로 이성을 찾을 수 없는 이 곳을 저주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선호하는 나이대.jpg

(출처: 구글 이미지, 연령대별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자의 수. 집요하게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군바리라면..)

당신은 타고난 통찰력으로 사범대학을 진학, 무려 1:3의 성비인 학과에 진학했으나

타고난 사회성으로 '그 뿐'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입대 전 일부 학우들과 '밥을 사줄테니 여자글씨로 편지를 써달라'는 모종의 계약을 한 바 있으나,

지곤조기1.jpg

(출처: 구글 이미지, '지곤조기' 각하의 뜻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더니 결국 이렇게 전역하기 까지 한 통의 편지도 못 받았다.

그러나 일부 편지 경험자에 의하면,

'편지를 받는 것은 마치 EDD-202와 같아 아예 안 받을 수는 있어도, 한 통만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했다.

유야찡.jpg

(출처: 구글 이미지, EDD-202의 자세한 내용은 육두횽님들에게..)

어쩌면 그녀들도 당신의 안정적인 군생활을 위한 통찰력이 아니었는가 돌이켜 생각하니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북받쳐 오른다.

용서는 하되 잊지 말라고 했던가.

당신이 지불한 밥값은 언젠가 네 결혼식날 무상급식으로 퉁치고야 말겠다 다짐하던 그때의 각오를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다시 되새기자.

어쨌거나,

당신은 휴가 중 인천에서 일을 하는 여자사람을 만나러

중간지점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놀러 가게 된다.

아마 당신은 '시간광장'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도 그 때 처음 알았으리라.

그리고 당신은 그냥 광장이겠지, 하고 다음날 맑은 피부를 위해 일찍 잠이 든다.

타임스퀘어.jpg

(출처: 구글 이미지, 보기만 해도 어지럽지 않은가?)

인류 사에 수없이 반복되는 것이 있으니,

군인의 방심은 패전을 부른다.

작전 전 '현장답사'는 못하더라도 첩보활동을 통한 '정보수집'이라도 해야했거늘,

FPS게임에서도 길을 잃기 십상이던 당신은

결국 현장에서 어리버리하다가

'건물 안에서 길을 잃는' 초유의 사태에 부딪쳤고,

여자사람과 극적인 전화통화로 다시 약속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자존심이 바닥이 난 당신이 거둔 그날의 성과는

'젊은 여자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었다'는 것과,

'젊은 여자가 말하는 것을 보았다'는 것과,

'젊은 여자가 당신을 보며 말했다."는 것 뿐이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렇게 써놓고 보니 꽤 괜찮다 싶기도 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그 여파는 이어져

강남역에서 전철이 끊겨 우여곡절 끝에 버스로 갈아타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하늘이 굽어 살피사, 버스에 좌석이 남아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하늘이 굽어 살피사,

당신 옆에서 세 명의 젊은 처자들이 재잘재잘 거리는 것을

참으로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으니,

그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았다.

(편의상 세 명을 A, B, C라 하겠다. 참고로 알파벳 순서지, 결코 해당 여성들의 특정 신체 부위의 사이즈를 칭하는 것이 아니다.)

A: 이번 회사 사표쓰면 잠깐 유럽 좀 다녀오려고.

B: 어머, 언니 저번에도 유럽 다녀오지 않았어요?

C: 언니 그때 유럽에서 남자들 엄청 많았다더니, 진짜였나보네?

A: 야, 다 쓸데없어. 유럽에 가면 있는 한국 남자애들 죄다 스물, 스물하나다. 내가 한 번 술먹고 내 나이 말하니까 그 다음날부터 나 못본척하더라. 우리나라 남자들은 스물다섯만 넘어도 배낭여행 안가는 것 같애.

뭐,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그 처자들은 몰랐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102번 버스 안에서,

한 군바리는 결심했다.

난 제대해서 배낭여행가는 스물다섯살 남자가 되리라.

MyPhoto_1123506756_4288.jpg

(나는 배낭여행을 가는 스물다섯살 남자가 되리라.)

2. 청춘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그 날의 결심이 떠오른 것은 우연히도,

스물다섯살 어느날의 밤이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그 날의 결심이 떠오른다.

물론 원래 20대 남자들은 자기 전에 별의 별 결심을 다하지만,

벌떡 일어나는 것은 다음날 아침의 일이다.

그런데 그 날은 달랐다.

지금 이 결심을 흘려보낸다면,

앞으로 다시 여행을 떠날 마음도 시간도 올 것 같지 않은

그러한 밤이었다.

그리하여 당신은 그 순간 벌떡 일어나

내가 두 눈으로 보고 싶던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앞 줄에 있던 것이 바로,

'하롱베이'였다.

MyPhoto_1123506756_4837.jpg

(하롱베이, 용은 떨어져 천 개의 섬이 되었다.)

3. 미친 놈의 미친 한 마디가 미친 짓을 만든다.

MyPhoto_1123506756_1747.jpg

(군바리일적 사진)

또 다시 군바리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 연대에 3성 장군님이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당신은 전혀 상관없는 보직이었기에,

당신 대신 좆뱅이를 칠 다른 누군가를 연민하며 그날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남다른 분이셨던 연대장님의 남다른 아이디어와

우리 부대 남다른 장교들의 남다른 책임회피로 인해

당신은 어느새 작전주임장교의 명을 받아,

그 분의 캐리커쳐를 준비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그리하여,

황금 같은 주말에,

군복을 입고,

시내 복판에서,

3성 장군님이 우리 연대에서 연대장직을 할 적 사진을 들고,

거리의 캐리커쳐 화가에게 통사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MyPhoto_1123506756_0705.jpg

(뭐 대충 이런 캐리커쳐였다.)

원래 캐리커쳐 한 장에 2만원이었지만,

이 남다른 상술의 화가는,

이 일이 남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다른 가격인 9만원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 남다른 배짱에 놀라

차라리 우리 부대 애들한테 그리게 하자고,

아니, 차라리 당신이 그리겠다고

작전주임장교에게 통사정했지만,

연대장의 남다른 성격을 알던 작전주임장교는

결국 지갑에서 아홉분의 세종대왕을 꺼내기에 이르렀다.

이제 시장의 법칙에 따라, 공급자와 수요자가 가격을 합의하였으니,

올바른 상품만 나오면 되는 것을,

남다른 가격을 들은 이 화가의 손가락이 양심 대신에 오그라들었는지,

자꾸 다른 사람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밤9시가 되어 그나마 가장 덜 이상한 그림을 받아오기에 이르렀는데,

그때 더위와 갈굼과 시달림에 지친 당신의 귀에

화가가 투덜거리는 한 마디 말이 들린다.

"외국에 나가서 외국애들 그리면 이상하게 그려줄 수록 더 좋아하는데. 역시 한국 사람들은 예술을 몰라."

MyPhoto_1123506756_1433.jpg

(지하철 청구역을 지나며, 라캉을 읽는 청년)

그리하여 당신은 남은 군대 동안 독학으로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 낙서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군대는 시간과 정신의 방이 아니던가.

베지터처럼 강해진 나는 결국 입소문을 타기 시작,

마침내 주임원사까지 자신의 초상을 그릴 것을 명하기에 이르렀다.

언젠가 외국에 나가 외국애들을 이상하게 그려줘야지.

이성도, 편지도 없고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곧 지나갈 청춘 뿐이던 군바리 시절,

이 것이 당신의 작은 소망이었다.

그리하여 당신은 스물다섯, 봄

삼청동에 위치한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대사관에 멈춰선다.

당신이 충동적으로 구입한 베트남 비행기에 따르면,

당신은 4주, 28일간 베트남에서 여행을 하게 된다.

베트남은 15일까지는 무비자 여행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상부터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문득 당신의 머릿속에서 대사관이 치외법권이라는 유치한 상식 하나가 떠오른다.

이 대사관은 사실 대한민국에 속한 베트남의 영토다.

철로 된 문지방을 넘는 이 발걸음이 당신이 베트남의 영토를 밟는 첫 순간인 것이다.

MyPhoto_1123506756_2856.jpg

(모든 여행은 문을 지나면서 시작한다. 당신과 내가 처음 지나야 할 문은 이렇게 생겼다.)

사실,

이 것은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이 여행지가 나의 이야기로 끝나길 원치 않는다.

당신이 스물다섯이건, 아니건,

당신이 남자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나는 당신이 대사관 앞에서 머뭇거리는 순간을 상상한다.

당신이 그 앞에서 떠오른 이유 중 하나가

당신을 도발하는 이 유치한 여행기가 되길 소망한다.

그렇게 나의,

그리고 당신의,

여행이 시작한다.

MyPhoto_1123506756_2939.jpg

(비자를 받던 날, 삼청동에는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여행/사진여행/사진 목록
여행/사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966 절대 인도여행 가면 안돼 인기글 토마토 09-01 327 0
965 세계 폭포 베스트 10 인기글 후배위하는선배님 09-01 419 0
964 달을 표현하다 인기글 후배위하는선배님 09-01 317 0
963 고요한 밤거리의 아름다운 모습 인기글 후배위하는선배님 09-01 358 0
962 풍경 인기글 후배위하는선배님 09-01 330 0
961 아이슬란드 인기글 후배위하는선배님 09-01 398 0
960 화산폭발장면 인기글 후배위하는선배님 09-01 544 0
열람중 월남이야기 인기글 토마토 09-02 496 0
958 순천에 사시는 짱공회원분들에게 도움을 !![2] 인기글 새마을금고 09-02 836 0
957 해외여행 가기 좋은시기 팁[4] 인기글 롬파 09-03 302 0
956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장소 인기글 삼계꼬닭 09-11 487 0
955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1. 인기글 삼계꼬닭 09-11 411 0
954 홋카이도 여행 번외편 인기글 뱌르미 09-15 398 0
953 대단한 비였습니다.~~~~ㅋㅋㅋㅋㅋ 인기글 뱌르미 09-15 287 0
952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15개 도시 인기글 삼계꼬닭 09-15 314 0
951 어디가고싶니~~?? 인기글 엄마나취직했어 09-15 346 0
950 인도네시아 슈마트라에서.. 인기글 새마을금고 09-16 408 0
949 대만의 것 최고 짱~~~ 인기글 새마을금고 09-16 295 0
948 대만 기차여행~~~ 인기글 새마을금고 09-16 323 0
947 올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여행지는 '오사카' 인기글 전토토 09-17 414 0
게시물 검색
   덕후랭킹 TOP10
  • 매니아 토마토 1587944/35000
  • 아마추어 오카베린타로 702809/4000
  • 전문가 귀미요미 699965/20000
  • 아마추어 건설로봇S2  692514/4000
  • 아마추어 카리아리 620792/4000
실시간 입문덕후 - 누적덕후 총 253명
  • 0/1000
  • 기기리 니기리짱 0/1000
  • 애니 mikuo 110/1000
  • 채팅 138309/1000
  • 교사로 4… 50/1000
  • 주식 50/1000
  • 자동차 550/1000
  • 오태옥 오태옥 0/1000
  • 시사 건설로봇S2  692514/4000
  • 밀리터리 asasdad 575/1000
실시간 인기검색어
  • 1
  • c
  • 미스
  • 레전드
  • 2
  • or
  • 19
  • 6
  • .
  • 금일 방문수: 3,016명
  • 금일 새글수: 0개
  • 금일 덕후가입: 0명
  • 금일 회원가입: 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