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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북단에 자리잡은 오울랑카 국립공원을 다시 찾게 된다면 난쟁이가 되어 보고 싶다.
그러면 가을철 버섯들은 무릎 높이까지 올 것이고 허리까지 오는 헤더, 블루베리 덤불과 시로미와 이끼 풀숲을 스치며 걸을 수 있겠지. 개미집은 내 키보다 높이 솟아 있을 테고, 말코손바닥사슴과 순록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도 모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겠지.
성인 남자의 키로 숲을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니지만 키가 작다면 오울랑카의 풀숲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듯 하다. 산비탈에는 마치 땅에서 창이 돋아난 것처럼 어린 구주소나무가 촘촘하게 자라는데, 수령이 높은 것들은 붉은 나무껍질을 벗어가며 드높이 자란다.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은 탓에 이곳의 가문비나무는 다른 곳의 가문비나무보다 줄기가 가늘다. 여름과 가을이면 백자작나무 위로 북녘의 별빛이 조용히 쏟아진다. 여기가 바로 핀란드 땅을 거의 뒤덮다시피한 북극 수림대다.
이곳 오울랑카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식생이 발 밑으로 펼쳐진다. 북극권의 남쪽 경계로부터 몇 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진 이곳의 식생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비밀은 주성분이 탄산염인 석회암 지층에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대부분을 덮고 있는 기반암인 화강암과 편마암 위에 형성된 석회암 지층인 백운암이 지표에 노출되면서 탄산염 성분이 산성 토양을 중화시키고 영양분을 공급한다. “석회석이 없었다면 오울랑카는 핀란드의 여느 숲과 다를 바 없었을 겁니다.” 오울루대학교 오울랑카 연구기지의 소장 피르코 시카매키가 말한다. 이 연구기지는 오울랑카 국립공원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키우타공게스 폭포를 흘러내린 오울랑카 강물은 협곡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북두칠성은 9월의 밤하늘의 어둠을 걷어낸다.
눈옷을 걸치고 아스라한 북녘의 별빛을 배경으로 서 있는 오울랑카 국립공원의 가문비나무. 이곳은 핀란드인이 가장 아끼는 국립공원으로 손꼽힌다. ;
아침 안개가 드리운 오울랑카 강 여울가에서 큰고니가 날갯짓을 하며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 오울랑카 국립공원에는 100여 종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
시베리아어치가 가문비나무 고목에 앉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블루베리 덤불을 내려다보고 있다. 핀란드 최북단이지만 석회질 토양이라 소과실이나 버섯류, 지의류와 희귀종 난초가 무성하게 자란다. ;;
핀란드 아울랑카 국립공원 파타요코푸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킷카요키 강
봄을 맞아 불어난 물살이 겨우내 얼어서 솟아오른 이탄습지의 고랑 사이사이를 채웠다. 오울랑카 국립공원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이런 습지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 ;;
두꺼운 카펫처럼 깔린 블루베리 덤불 위로 가문비나무들이 짧게 지나가는 여름철 햇살을 쬐고 있다. 6월 말이 되면 백야 현상이 나타나 해가 완전히 지는 법이 없다. 2시간 반 동안 11장을 찍어 이어 붙인 이 파노라마 사진은 한밤중에도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햇빛을 담았다.
이른 아침 핀란드 오울랑카 국립공원 오울랑카 강의 누르미사아렌린리에에 서리가 내렸다. 매년 봄에 범람하는 지역에서 풀들이 자란다.
차가운 여명 속에서 킷카 강이 위레베 여울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의 따스함을 머금은 잔잔한 물웅덩이의 모습이, 끊임없이 바위를 때리며 협곡을 깎아내는 거친 물살과 대조를 이룬다.
곳곳에 급류와 폭포를 남기며 세차게 굽이치던 킷카 강이 더 넓고 고요한 오울랑카 강과 만나 백해로 흘러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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