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예쁜 낙타 선발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은 갈기에서는 윤기가 흐르고, 목은 길며, 크고 대칭이 잘 맞는 혹을 가진 낙타를 선발한다.

예쁜 낙타 선발대회의 마지막 날 밤, 사막은 모래 폭풍처럼 짙은 안개로 뒤덮여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었다. 별빛마저 희미해지자, 정탐꾼들은 어둠을 틈타 모래언덕을 넘나들었다. 그들은 뿌연 안개 속에서 야영지 이곳저곳을 염탐하며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베두인족 대상들은 한 달 동안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아라비아 반도를 돌며 긴 여정을 마쳤다. 그들은 예쁜 낙타 선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아부다비의 이 머나먼 땅으로 모여든 것이다.

낙타들은 9일 동안 관람석 앞을 행진했다. 못생긴 낙타들이 행진하면 거만한 심사위원들은 손을 내저었고, 낙타 주인들은 기가 한풀 꺾였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예쁜 낙타 선발대회에 참가한 낙타 2만 4000마리에 재빨리 등급을 매겨 본선에 진출할 낙타를 추렸다.

대회가 열린 지 10일째 되는 날에 베두인족 사람은 고작 두 명밖에 안 남았지만 이들은 눈부시게 멋진 낙타를 소유하고 있었다.‘빈 타나프’와 ‘라메스’라는 성을 가진 두 남자는 가문의 수장들로서 같은 부족의 사촌지간이었지만 음모와 경쟁이 난무하는 이 대회에서만큼은 서로 맞붙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대회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낙타들의 서열뿐 아니라 부족 내 빈 타나프와 라메스의 서열도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승자는 엄청난 상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가문의 명예도 얻게 된다.

그래서 빈 타나프와 라메스는 각각 정탐꾼을 고용했다. 일명 예쁜 낙타 정탐꾼이다. 이 정탐꾼들은 아름다운 낙타를 찾기 위해 야영지를 샅샅이 뒤졌다. 이런 낙타를 사들이기라도 하면 대회 날 경쟁자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낙타들이 광활한 아라비아 반도를 가로질러 아부다비로 모여들고 있다. 매년 예쁜 낙타 선발대회가 열리는 이곳 아부다비에서 낙타는 짐꾼이 아니라 귀한 대접을 받는 주인공이 된다.

낙타들의 몸값이 어마어마하게 높다고해서 ‘밀리언 로드’라고 부르는 시장을 따라 대회에 참가한 2만 4000마리의 낙타들 중 일부가 대형차들과 자리 싸움을 하고 있다. 부상으로 140대가 넘는 자동차와 트럭이 걸려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어미 낙타를 경연장 입구로 데려가기 위해서 새끼 낙타를 같이 데리고 오기도 한다. 일단 경연장에 입장해 심사위원들 앞에서 한 바퀴 돌며 행진하면 이것으로 오만,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의 먼 곳에서 온 낙타들의 여정은 끝이 난다.

이 지역은 아부다비에 속해 있으면서도 왕실에서 낙타 선발대회를 개최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래언덕 밖에 없는 시골이었다.

서열을 중시하는 베두인족의 관습은 특별 관람석에서도 존재한다. 맨 앞쪽에 마련된 특별 관람석에서 왕자들과 족장들이 낙타들의 행진과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대회의 승자는 레인지로버나 도요타, 장거리용 대형 트럭 등 수백만달러어치의 상품을 받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명예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수상자 중 부유한 사람들은 상품으로 받은 차량을 낙타 조련사들에게 주고 자신들은 트로피만 갖는 경우도 많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타를 소유한 승자에게 돌아갈 수많은 열쇠들. 이 열쇠들은 대회의 승자에게 상품으로 주어질 차량의 모형 열쇠다. 그렇지만 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상품이나 최고 낙타의 영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가문의 영광이다.

심사위원들은 머리를 높이 들고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낙타를 높이 친다. 그래서 낙타가 어느 정도 흥분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루어야 한다.

호감을 사는 낙타는 주인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한편 주인이 고용한 조련사들은 철마다 목초지를 향해 긴 여정을 하며 자신이 길들이는 낙타와 끈끈한 정을 쌓는 것이 즐거움이다.

마사지로 몸을 풀어주기 위해 대회에 참가할 낙타를 들어올리자 버둥대고 있다. 대회가 끝나면 대부분의 낙타는 선조들이 다니던 먼 길을 따라 집으로 귀향하여 평범한 일꾼으로 돌아간다.

고상하게 꾸민 텐트 그늘 아래서 베두인 남성들이 전통 방식의 사교 모임을 갖고 있다. 향을 피운 실내에서 과일과 차, 커피를 즐기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낙타의 노고는 인간의 발이 되어주고 트로피를 안겨주는 것만이 끝이 아니다. 낙타가 내놓은 혹은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베두인족이 머물 곳과 따뜻한 온기, 생계수단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낙타의 털과 똥, 우유 덕분이었다.

가족 야영지에서는 텐트, 찻주전자, 정성스레 피운 모닥불 등 베두인족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것들이 담뱃갑이나 휴대폰과 같은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것들과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