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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 세월이 빗겨간 마을~
상세 내용 작성일 : 15-12-02 10:31 조회수 : 428 추천수 : 0

본문

둥족의 노래엔 천년을 내려온 역사와 삶이 살아 숨쉬고 있고 독특한 문화는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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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엿뉘엿 해는 지는데 여전히 후텁지근했다. 마을 어귀 솟을대문 앞에 이르러 고갯마루 흙바람 길에 올라서니 추수가 한창인 골짜기가 눈에 들어온다. 연둣빛 논뙈기들은 드문드문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검은 지붕들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산허리엔 다랑논이 완두콩 고물을 얹은 시루떡처럼 켜켜이 놓였다.

열 살배기 여자애 둘이 달려들더니 덥석 팔짱을 낀다. 그러곤 똑 똑 끊어지는 스타카토 리듬으로 손님맞이 노래를 부르며 삼층 나무집들 사이로 난 꼬불꼬불한 돌길을 따라 나를 끌고 간다. 문간에선 머릿수건을 두른 노파들이 우릴 쳐다보고 마오쩌둥 모자를쓴 반백의 촌로 셋이 곰방대를 빨다 말고 고개를 든다. 조무래기 한 무리가 따라붙는다. 지나는 길에 보니 곳간들이 있는데 그 아래 오리들이 노는 연못과나무로 만든 돼지우리가 있다. 어떤 곳간 밑엔 장식장 서너 개가 옆으로 누워 있었다. 알고 보니 장식장이 아니라 저승으로 가는 배, 즉 관이었다. 이 마을에선 아기가 태어나면 나무를 하나 골라뒀다가 늙으면베서 맞춤관을 주문한다.

여기는 중국의 소수민족인 둥족의 마을 디먼. 구이저우 성의 울창한 산자락 깊숙이 자리잡은 이곳엔 다섯 성씨(姓氏)가 각각 집성촌을 이루며 총528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구이저우 성은 가난하고외진 산골이다. 굽이굽이 고부랑길을 버스 속에서 여덟 시간이나 엉덩방아를 찧으며 와보니 얼마나 외진곳인지 알 만했다. 그나마 있는 도로도 폭우로 흘러내린 토사에 쓸려 곳곳이 유실됐다. 2년 동안 계속된가뭄 끝에 갑자기 홍수가 진 것이다. 올해는 긴 추수기간 내내 날씨가 푹푹 쪘다. 새로 사귄 둥족 친구 하나가 구이저우엔 이런 속담이 있다고 했다. ‘사흘 내리 해 보기 힘들고, 평평한 땅 세 평이 귀하고, 은전서 푼이라도 있는 집이 없다.’ 아닌 게 아니라 1935년 할머니가 한평생 농사일로 거칠어진 손으로 손자를 쓰다듬고 있다. 손자가 쓰고 있는 건 은으로 장식한 전통 모자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나가면서 디먼 마을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크는 아이들이 많다.

대장정에 나선 마오쩌둥의 군대도 눅눅한 공기 속에서 구이저우의 가파른 산비탈과 골짜기를 넘으며 이렇게 투덜거렸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디먼에 온 것은 음악에 이끌려서였다. ‘캄’이라는 고유어를 쓰지만 문자가 따로 없는 둥족은 천년의 신비한 역사와 전통을 노래에 담아 전승해왔다.

둥족 마을에선 남녀노소 아무나 붙잡고 부탁해도 흔쾌히 노래를 불러준다고 들었다. 과연 소문대로 원없이 들을 수 있었다. 침입자를 물리치는 얘기를 담은 손님맞이 노래, 늙어가는 애환을 담은 곡조, 둥족이 좋아한다는 사랑에 눈먼 연인들에 관한 노래 등등. 어떤 노파는 1950년대 중국 골골마다 울려 퍼졌던 공산당가 ‘동방은 붉다’를 쉴 새 없이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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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에 있는 집안 논으로 가는 다섯 살 꼬마 우렌렌. 가게에서 산 화사한 머리끈이 한때 외부와 단절된 두메산골이던 이곳 디먼 마을에도 외부세계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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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중국 남부의 둥족 마을. 큰비가 내려 운동장과 길이 물에 잠기자 학생들이 첨벙대며 놀고 있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마을이 온통 물바다가 됐을 땐 널빤지를 뗏목 삼아 신나게 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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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막아줄 삿갓과 비닐을 쓴 노파가 김매러 가다 말고 이웃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마을 여인들은 매일 가파른 산길을 수 킬로미터씩 걸어가 논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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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한평생 농사일로 거칠어진 손으로 손자를 쓰다듬고 있다. 손자가 쓰고 있는 건 은으로 장식한 전통 모자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나가면서 디먼 마을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크는 아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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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예쁘다 해서 화교(花橋)라고 부르는 마을 다리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고 경치를 즐기면서 쉴 수 있는 의자도 놓여 있다. 디먼 마을엔 이런 다리가 모두 다섯 개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다리는 해를 마주본다 해서 ‘향일교’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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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먼 강 하류 마을에서 둥족 여성이 옛날 방식대로 손으로 종이를 만들고 있다. 원료는 마을 동산에서 자라는 뽕나무에서 얻는다. 이를 펄프로 만든 다음 나무틀에서 말리면 천 같은 얇은 종이가 된다. 이렇게 만든 종이로 갖가지 물건을 싸기도 하고 장례를 치루기 전 시신을 덮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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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여덟인데도 아직 몸동작이 날랜 우메이즈가 손자와 종이 만드는 나무틀을 한꺼번에 들고도 몸을 잘 가누고 있다. 이처럼 나이든 할머니들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마을을 위해 일을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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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선 아직도 전통이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다. 토요일 아침에 아이들이 꼭하는 일은 문화생태박물관(오른쪽)으로 달려가 ‘짜’에게 전통 노래를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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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렌렌이 태어날 때 점 찍어둔 ‘관 나무’ 옆에서 엄마 품에 안겨 환하게 웃고 있다. 둥족 전통에 따라 이 아이도 늙으면 이걸로 맞춤관을 짜달라고 주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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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시절이 바뀌어 목공소에서 미리 짜둔 관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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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통나무를 마을로 나르고 있다. 마을에서는 남자들이 큰불로 타버린 집들을 다시 짓기 위해 골조를 세우고 있다. 여자들은 디먼에서 3km나 되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 서로 힘을 합쳐 억센 나무를 베어내고 껍질을 벗긴 다음 마을까지 지고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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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들이 불타버린 집을 다시 짓는 사이 집 주인들이 점심거리로 돼지를 굽고 있다. 목재로 전통가옥을 지으면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지만 마을사람 대부분은 벽돌집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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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불이 나고 해괴한 사건이 꼬리를 물자 디먼에서 약 30년 만에 음양의 조화를 회복하기 위한 푸닥거리가 열렸다. 대풍수가 입으로 물을 뿜는 가운데 눈을 가린 남자들이 재액의 원인을 찾아 무아지경 속에서 허깨비 말을 몰며 지하세계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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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닥거리에서 허깨비 말을 타느라 지친 한 ‘기수’가 노고의 댓가로 전통 수제종이로 만든 마부 모양의 기념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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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수영을 마친 한 소년이 새 자전거를 놓아둔 곳으로 돌아왔다. 마을에선 신식 여흥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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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을 쇠러 고향집에 온 TV 스타 우칭란이 할머니에게 TV 쇼에 출연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칭란은 어릴 때 마을에 처음 들어온 TV를 보고 “큰 산 너머 훨훨 날아가” 스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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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인 우위신과 이발사인 우량친이 춘절 휴가를 맞아 몇 시간째 마작에 정신이 팔려있다. 춘절엔 마을사람들이 1주일이상 일을 하지 않고 가족을 찾아 잔치를 벌이면서 마음껏 먹고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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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애완동물이 거의 없다. 저녁상에 오를 개들을 요리하기 전 강물에 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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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삿일을 계속해온 한 여인이 허리를 구부린 채 집 근처의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불이 나건 홍수가 나건 농삿일은 가족들을 계속 먹여살리며 그녀의 가슴 속에 오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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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족에겐 벼농사가 천년을 이어 내려오는 생업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 도시의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전통문화는 장차 어찌될 것인가?

고즈넉하고 소박한 그곳에 나도 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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