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선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겨루는 레슬링이 인기다.

엘알토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가 내려다보이고, 폐에 부담이 갈 정도로 높은 해발 3900m가 넘는 고지에 자리잡고 있다.

일부는 촐리타 레슬러들의 의상과 비슷한 전통복 차림을 한 레슬링 팬들이 일요일 오후의 시합이 곧 시작될 체육관 밖에 줄지어 서 있다.

‘사랑스러운 후아니타(‘후아니타 라 카리노사’)’가 커튼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동안, 열성 팬들이 그녀를 한번 만져보겠다고 다들 난리다. 촐리타 레슬러들은 자신들을 힘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인종적 편견과 성 차별주의도 그들의 적이다. 한 촐리타 레슬러는 말한다. “내 목표는 오랜 세월 멸시의 대상이었던 원주민 여성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거예요.”

매주 일요일이면 ‘링 위의 거인들’이 격돌하는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수백 명의 관중이 엘알토의 체육관을 가득 메운다. 흥행업자 후안 마마니가 2001년 여성 레슬러들을 투입하면서부터 원래 남성 레슬러만 출연했던 루차 리브레 쇼의 티켓 판매량이 급증했다. 현지인에게는 장당 1달러 50센터를 받지만 호기심을 보이는 외국인에게는 몇 달러 더 받는다. 그 대신 앞좌석과 안내를 받는 등 특전이 주어진다.

루다, 즉 악당 역을 맡은 ‘사랑스러운 후아니타’(오른편)가 텍니카, 즉 착한 주인공 역을 맡은 ‘알리샤 플로레스’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펄럭이는 레이스 속치마를 입고 있어도 '사랑스러운 후아니타'의 레그 드롭(쓰러져 있는 상대의 목 위로 다리를 단두대처럼 떨어뜨리는 기술) 위력은 전혀 약해지지 않는다. 전통의상 차림의 아이마라족 원주민 여성(촐리타)들이 과장된 몸짓으로 서로 싸우는 경기가 라파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높이 위치한 근교 도시 엘알토에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근육질의 남성 레슬러 피쿠도가 ‘마리나 더 라파스’를 ‘목 조르기’ 하고 있고, 그녀는 그럴싸하게 얼굴을 찌푸린다.

전통의상인 층층치마 포예라를 두른 덕에 가느다란 체격이 풍만해 보이는 ‘요염한 욜란다’가 건장한 ‘크라켄’을 사정없이 두들겨 팬다. 비록 각복대로 하는 연출이지만, 여성 팬들은 강인한 촐리타들이 남성 레슬러들과 싸워 이기는 걸 즐긴다. “나도 링 밖에선 부드러운 여자예요.” 욜란다는 말한다. “하지만 일단 링에 서면 ‘요염한 욜란다’는 ‘밉살스런 욜란다’가 되죠.”

마리아 포마 더 로드리구에즈(오른쪽, 숄을 걸친 여성)는 ‘링 위의 거인들’ 쇼에 나오는 레슬러들을 열렬히 응원해 ‘라 마드리나’, 즉 대모라는 별명을 얻었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던 글로리아 에스페란사는 연습 경기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링 상단 로프에서 도약해 자신이나 상대를 해치지 않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폭풍 전의 고요: 레슬러들이 탈의실에서 대형 쇼의 소음과 격정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레슬링 무대에서 ‘마르타 라 알테냐’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는 예니 윌마 마라스 헤레라가 딸들과 함께 쓰는 방에서 일요일 오전에 있을 시합에 입고 나갈 의상을 준비하고 있다. ‘링 위의 거인들’에 소속된 촐리타들은 매 경기 당 20~30달러를 받는다. 마라스 헤레라는 이 돈으로 전통의상과 수공예품을 만들어 팔아 생활비에 보탠다.

두 명의 촐리타가 많은 볼리비아 원주민 여성들이 좋아하는 전통 양식의 중산모를 비롯해 시합용 의상을 정식으로 차려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명이 폴로니아 아나 초크 실베스트레인 ‘카르멘 로사’(왼쪽)는 ‘링 위의 거인들’에서 분리되어 나온 여성 레슬러들의 단체인 ‘링 위의 여신들’을 이끌고 있다. ‘요염한 욜란다’(오른쪽)는 양 단체 모두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주 1회 ‘링 위의 거인들’에서 활동하지만, 신생 단체의 창단을 돕기도 한다.

지저분한 뒷마당에 마련된 임시 링 위에서 ‘카르멘 로사’(가운데, 노란 옷)가 ‘요염한 욜란다’와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카르멘 로사’는 레슬링 단체 ‘링 위의 거인들’의 흥행업자인 후안 마마니와 갈등을 빚은 뒤 그 단체에서 탈퇴한 촐리타 레슬러들이 최근 창단한 ‘링 위의 여신들’의 단장이다.

어둠이 내리는 라파스를 배경으로 평소에는 베랄루스 코르테스라고 불리는 ‘요염한 욜란다’가 집 근처의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일부 촐리타 레슬러들과 달리 그녀는 링 밖에서도 당당하게 전통의상을 입고 다닌다. 루차 리브레 레슬러의 딸로서 그녀는 레슬링을 위해 산다. “우리 레슬러들은 가슴 속에 그 무엇으로도 식힐 수 없는 불덩어리를 가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