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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동굴 탐험가들이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고 천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멕시코 치와와 사막의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크리스털 동굴’의 거대한 셀레나이트 기둥 숲을 누비는 탐험가들이 난쟁이처럼 작아 보인다.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이 크리스털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동굴 탐험가들은 갱차를 타고 꾸불꾸불한 광산 갱도(왼쪽 끝)를 따라 거의 지하 300m까지 내려간다.
케이블과 파이프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이카 광산에서 인부들이 힘겹게 굴착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이 바로 2000년 채굴 작업 도중 뜻밖에 거대한 크리스털이 발견된 곳이다. 멕시코에서 가장 납이 많이 생산되는 나이카 광산에는 이보다 작은 크리스털들로 장식된 동굴이 몇 군데 더 있다.
아이스팩을 덧댄 조끼를 입은 한 탐험가가 온도가 44℃까지 치솟는 크리스털 동굴 안으로 조심조심 줄을 타고 들어간다. 동굴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은 먼저 아이스 팩이 들어있는 조끼를 입고 그 위에 다른 조끼를 덧입어 아이스팩을 열기로부터 차단시킨다. 마지막으로 몸 전체를 덮는 동굴 탐험복을 입는다. 호흡기는 배낭처럼 짊어지고 들어가는데, 덕분에 공기가 호흡기 팩을 거치며 차갑게 식어 동굴 안의 높은 습도와 온도를 견딜 수 있다.
나이카 광산 전역에서 발견되는 동굴에서 석고 크리스털이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섬세한 구조로 형성된 이 크리스털은 ‘양초 동굴’에서 발견된 것으로, 동굴 벽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돋아나 있다. 근처의 크리스털 동굴에 있는 자동차 만한 크기의 크리스털들과 비교하면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게 특징이다. 볼로냐대학교의 지형학 및 동굴학 교수인 파올로 포르티에 따르면 보통의 동굴 내부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광물 몇 가지가 이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플럼보자로사이트, 스즈미카이트, 조몰노카이트와 같이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의 광물도 있다. “이곳의 물질계는 오랜 시간 동안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포르티가 말한다. “이곳의 동굴들은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반짝거리는 크리스털 곁에는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사람들이 크리스털을 약탈할 수도 있고 이산화탄소 유입으로 액화될 위험도 있다. 광산주들이 동굴 접근을 제한하고는 있으나 법적 보호조치가 절실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 속에서 이탈리아 물리학자 지오반니 바디노(왼쪽)가 줄자를 펼치는 동안 베르겐대학교의 지질학자 스타인 에릭 라우리첸은 우라늄-토륨 연대 측정에 필요한 핵심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크리스털 동굴에서 가장 긴 크리스털의 길이는 11.4m이고 가장 오래 된 것은 약 60만년 전에 성장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털 동굴 바깥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과 이탈리아 탐사팀인 라벤타의 회원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라벤타 팀이 제작한 밝은 주황색 냉각 수트 덕분에 탐험가들과 과학자들이 동굴 안의 끔찍한 열기 속에서도 보다 오랫동안 ‘편안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 동굴 탐사 시간은 총 20분을 넘지 않지만 수트를 입고 ‘완전무장’한 탐사 대원들은 때로 80분까지 버티며 머물기도 한다. 얼음이 모두 녹은 후에도 꽤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열기에 지친 탐사 대원들이 약간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에어컨이 나오는 텐트가 마련되어 있다.
동굴에 들어가려면 극한으로 치닫는 온도로 인한 탈진과 열사병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탈리아 탐사팀 라벤타의 의사 지오세페 지오비네(헬멧 쓴 사람)는 탐사를 마친 모든 대원들의 건강 상태를 꼭 점검한다. 각 탐사는 20분을 넘기기 힘들다.
두꺼운 크리스털들이 ‘상어의 입’이란 동굴 안에 덩어리째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크리스털 동굴과 그리 멀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최근 발견된 이 동굴은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무수한 크리스털이 있을 것이란 지질학자들의 예상을 실제로 입증해주고 있다. 광부들이 인근에서 폭발물을 이용해 작업해왔기 때문에 상어 아가리 동굴 내부의 크리스털들은 먼지로 뒤덮여 있다.
석고는 다른 광물들처럼 상대적으로 무른 편이라 손톱이나 신발 굽에도 쉽게 긁힌다. 하지만 크리스털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탐사대원들에게는 크리스털 위로 떨어져 부상을 입을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동굴 벽과 바닥에서 자란 어린 크리스털들은 각이 지고 예리해서 가장자리는 마치 유리 파편처럼 날카롭기 때문이다.
- [닉네임] : 규청이[레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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