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해질 녘 금빛으로 물든 콘자 프레리 보호구역. 땋은 머리처럼 겹쳐진 언덕들이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다. 대초원지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주로 집필한 윌라 캐더는 “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풀이 모여 땅을 이룬다”라고 썼다.

산불

산불은 초원을 새로 태어나게 한다. 봄철 산불은 지난해 남은 마른 풀잎과 나무를 제거함과 동시에 흙바닥을 드러내 햇빛을 쬐고 비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타는 계절

주도 면밀하게 계획된 불이 봄철의 플린트힐스를 휩쓴다. 불을 놓는 목적은 풀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인데, 새롭게 돋아나는 풀은 한때 수 많았던 아메리카들소에게 영양분을 제공했지만 지금은 소중한 소떼를 살찌우고 있다. 인디언들과 목장주들과 자연보호주의자들은 나름대로의 목적을 위해 불을 놓는데, 이 같은 산불은 톨그래스 생태계의 건강에 물과 공기만큼이나 중요하다.

잿더미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산불이 나고 며칠이 지나면 화염에도 살아남은 뿌리에서 새싹들이 돋아나면서 검게 그을었던 땅은 다시 초록빛으로 물든다. 몇 주가 지나면 활짝 핀 낮달맞이가 650종의 야생화가 춤추는 꽃의 향연에 동참한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 봄철 새벽이면 북아메리카산 뇌조들이 모여 짝짓기를 하느라 요란한 소동이 벌어진다. 수컷들은 큰 소리를 내며 힘을 과시한 수 공중에서 접전을 벌인다. 암컷들은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싸움에서 승리한 수컷들 중에서 짝을 고른다.

한적한 길

프레리 생태계의 복잡미묘함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살펴보아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면 놓치기 십상이다. 자주닭개비를 자세히 보려면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지름 2.5cm의 자주닭개비 꽃은 하루 만에 진다.

야경

땅거미가 진 초원에 서서 향기로운 야생자주개자리들 사이에서 춤추고 있는 반딧불이들을 보라. 이 반짝이는 벌레들의 지칠 줄 모르는 짝짓기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불굴의 대자연

북아메리카 대륙에 마지막 남은 톨그래스프레리에 펼쳐진 푸른 초원. 과거 거대한 생태계를 이뤘던 프레리가 이곳 플린트힐스에 일부 남아 있다. 이곳 프레리는 얇은 토양층 위로 솟아오른 암석층 덕분에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수한 세월 동안 내린 비와 흐르는 물로 인해 단구와 구불구불한 골짜기들이 형성되었다. 톨그래스프레리는 한때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100만km²나 되는 공간을 차지했다. 현재는 이 중 1~4%만이 온전히 남아 있다. 이 중에서도 이 독특한 지형의 극히 일부인 400km²도 안 되는 구역만이 오클라호마 주와 매니토바 주 사이에 흩어져 있는 공원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남아 있다.

폭풍우 따라가기

사진기자인 짐 리처드슨은 플린트힐스를 지나는 폭풍우를 캔자스 주 린즈버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부터 쫓아갔다. “내가 멈췄을 때 폭풍우가 불어닥쳤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어요.”라고 그는 회상한다. 2분 후에 폭풍우는 가라앉고 무지개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폭우 후의 고요

폭우가 지나간 후 소용돌이치는 구름들이 황급히 흩어지며 가없는 하늘에 펼쳐진 저녁놀을 스치고 지나간다. 뇌우는 1년에 150시간 이상 톨그래스프레리를 강타한다. 미국에서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뇌우를 견뎌야 하는 곳은 플로리다와 멕시코 만 연안뿐이다.

무늬만 엉겅퀴

여름철의 플린트힐스를 자줏빛으로 물들이는 에링고는 엉겅퀴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파슬리나 당근과 더 가까운 식물이다.

무지개빛 향연

늦여름이 되면 풀들은 공기와 토양으로부터 자양분을 한껏 흡수한다. 바람은 주홍색, 적갈색, 연보라색으로 변한 풀에서 씨앗을 실어간다. 미역취(goldenrod)는 마침내 그 이름에 걸맞은 금빛으로 변한다.

계절의 흐름

옻나무 잎사귀들이 한때 무성한 초록으로 여름을 질주하더니, 점차 갈색으로 소멸하는 휴면의 겨울을 맞기 전에 진홍의 절규로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초원에 내린 서리

완연한 가을이 찾아오기 전에 서리가 내리면 여름 동안 자란 풀잎과 줄기는 꺾여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흙으로 돌아간 유기물은 대지에 영양분을 공급해 이듬해 프레리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하늘 너머

톨그래스가 살아남은 곳에는 맑은 하늘도 살아 남아 밤이면 하늘에 물감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우리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별은 여전히 우주를 돌고 있겠지만 만일 우리가 마지막 남은 프레리를 보지도, 소중히 여기지도 않는다면 대초원은 뿌리부터 사라지고 말 것이다

마지막 남은 톨그래스프레리

캔자스 주 심장부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쳐 있으며 오클라호마 주까지 뻗어있는 플린트힐스 생태지역은 미국에 마지막 남은 톨그래스프레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