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원정대를 이끌고 중앙아프리카 구아루고 삼각지대를 지나가는 환경보호주의자 마이클 페이에게는 황야를 탐험하고 싶은 충동이 곧 그 황야를 지키고 싶어 하는 열망이다.그가 3200km의 대장정을 마친 뒤 2002년 가봉에는 국립공원 13개가 생겼다.

1769년 겨울,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은 태평양 횡단 항해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투피이아라는 한 폴리네시아인 성직자로부터 놀라운 지도 한 장을 선물로 받았다. 쿡 선장은 이 지도를 받게 되면서 남태평양의 주요 섬들을 한눈에 본 최초의 유럽인이 됐다. 그 지도 덕분에 쿡 선장은 어느 유럽인들보다도 남태평양에 대해 잘 알게 됐다. 그 지도에는 마르키즈 제도부터 서쪽의 피지 섬까지 약 5000km 내에 있는 주요 섬들이 모두 표시돼 있었다. 어떤 섬들은 쿡 선장이 이미 보고 표시해둔 섬의 위치와 일치했고 보지 못했던 섬들이 훨씬 많았다.

쿡 선장은 타히티에 있는 자신의 인데버 호에 투피이아를 위한 거처를 마련해줬다. 얼마 안 가서 이 폴리네시아인은 나침반과 해도, 시계나 육분의에 의존하지 않고 쿡 선장이 몰랐던 남쪽으로 5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어떤 섬으로 배를 안내했다. 그는 인데버 호를 이 군도에서 저 군도로 안내하며 누가 물을 때마다 낮이건 밤이건 날씨가 흐리건 맑건 타히티가 있는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내 선원들을 감탄시켰다.

쿡 선장은 이 지역에 대한 투피이아의 놀라운 지리 지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 남태평양 지역 곳곳에 흩어져 살던 섬 주민들은 원래 한 부족이었는데 쿡 선장에게는 필수품인 항해 도구 하나 없이 넓은 바다를 탐사하고 정착하며 지도를 만들었다. 이후로 지도는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었다.

그로부터 200년 후 DNA 흔적을 분석해 현 인류의 이주 경로를 찾던 전 세계의 유전학자들은 쿡이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투피이아의 선조들이 2300년 전에 태평양을 점령했던 것이다. 태평양 전역으로 퍼져나간 그들의 믿기 힘든 여정은 5만 년에서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동쪽으로 향했던 대장정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쿡 선장의 여정도 그의 선조들이 투피이아의 선조들과 같은 시기에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이주했던 여정의 연장선상이었다. 쿡과 투피이아, 두 사람이 만나면서 그들의 선조들이 수만 년 전에 시작했던 여정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