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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에 시달리는 땅 |
사진 : 존 스탠마이어 |
사람들이 ‘자르디 조르’(대학살의 협곡이라는 뜻)라 부르는 아르메니아 북부의 한 협곡이 눈 때문에 희미하게 보인다. 1920년 이곳에서 터키군이 약 4000명의 아르메니아인을 총살했다고 한다. |
아르메니아인이자 기독교도인 누란 타스(왼쪽에서 두 번째)의 가족과 쿠르드인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니자메틴 침(가운데 뒤쪽)의 가족 간의 친밀한 관계는 터키 동부에 남아 있는 인종 갈등의 역사와는 대조적이다. 터키 정부가 아르메니아인들을 탄압하던 시절에 니자메틴 침의 할아버지는 타스 가족이 피신하는 데 도움을 줬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터키 동부에서는 아르메니아인들이 대부분 살해당하거나 추방됐다. 아르메니아와 터키 정부는 아직 이 두 가족과 같은 신뢰와 친선 관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교단 중 하나인 아르메니아 정교회는 지난해에 오스만 제국 치하에서 집단학살로 희생된 모든 아르메니아인들을 성인으로
추대했다. 오스만 제국은 오늘날 터키를 있게 만든 광대한 영토를 지배한 다민족 국가였다. 아르메니아의 에치미아진에서 베일을 쓴 여성이 성인
추대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5년 4월 24일, 많은 역사학자들이 현대에 벌어진 첫 번째 집단학살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학살이 자행된지 100주년이 되는 추모일에 시민들이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횃불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연례 기념 행사는 우울한 추도식이자 민족주의적 집회의 성격을 띠는데 때로는 애도의 분위기가 완전히 정치색을 띠게 되면서 참가자들이 때때로 터키의 국기를 불태우기도 한다.
터키에서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한 집단학살과 추방이 시작됐을 때 넥타르 알라투지안(102)은 한 살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터키 남부 해안의 한
산에서 머물다가 프랑스 전함에 의해 구조돼 이집트로 피난을 갔다. 1947년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아르메니아에 정착했다. 아르메니아인들이
‘메즈예게른(대재앙)’이라 부르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목격자들은 아르메니아에서 인간 국보로 여겨진다. 하지만 당시에 가족들과 겪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소수의 생존자들이 점점 줄고 있다.
터키 동부의 춘규슈에 있는 허물어져가는 성 가라베드 교회의 아치형 통로들은 예전에 이곳의 아르메니아 문화가 얼마나 융성했는지를 보여준다. 한때
아르메니아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의 오래된 교회들은 무너져 폐허가 됐거나 이슬람교 사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종종 터키의 소수 민족인
쿠르드인들의 주도로 민간 차원에서 화해가 시도됐고 그 결과 디야르바키르에 중동 최대 규모의 아르메니아인 교회들 중 하나가 재건되기도
했다.
아르메니아 출신 이슬람교도인 아리프 오루체(맨 오른쪽)와 그의 가족은 터키의 바트만에서 유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100년 전 수천 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슬람교로 개종했고 고아들은 터키인이나 쿠르드인 가족에게 입양돼 이슬람교도가 됐다. 터키에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지칭하는 문제에 관한 논란이 대승적 차원에서 토론할 수 있는 주제로 등장하면서 아르메니아인 이슬람교도의 후손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보며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터키 동부 지역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뒤편으로 아르메니아인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상징하는 아라라트 산이 우뚝 솟아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새로 설정된 국경에 의해 아라라트 산이 터키에 편입되자 아르메니아인들은 분노했다. 오늘날 아라라트 산은 예레반의 남부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지형물이다. 이 산은 논란과 고통, 그리고 역사 때문에 폐쇄된 국경 너머에 자리하고 있다.
터키 남동부에서 양치기들이 양떼를 목초지로 내몰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쿠르드인, 아르메니아인, 아랍인, 터키인 등 여러 민족들이 양을 키우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섞여 있고 온갖 문화들의 거대한 집결지였던 오스만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극단적 민족주의의 불길에 휩싸이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오늘날 터키에는 수만 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떳떳하게 살고 있지만 이는 아르메니아에 사는 300만 명과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르메니아 출신 실향민 800만-1000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터키 남동부에서 양치기들이 양떼를 목초지로 내몰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쿠르드인, 아르메니아인, 아랍인, 터키인 등 여러 민족들이 양을 키우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섞여 있고 온갖 문화들의 거대한 집결지였던 오스만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극단적 민족주의의 불길에 휩싸이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오늘날 터키에는 수만 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떳떳하게 살고 있지만 이는 아르메니아에 사는 300만 명과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르메니아 출신 실향민 800만-1000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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